“당신은 누구냐?”
대뜸 그렇게 묻는다면 어디를 뒤적여서 자신을 꺼내는가?
당신이 살아 온 과거를 홀대해버리면 당신이란 모든 인생은 일그러져 버리고 말아
무엇으로 당신의 인생을 지탱하고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가?
과거를 버린다면 당신을 당신답게 말할 수 있는 정체성을 모두 버려버린 셈이 된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불확실하고 의지는 확신이 아니어서 말할 수 없고 오직 경험치인 과거에서 자기 인생을 꺼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한낱 과거사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가 되는 법이다.
우리민족은 모두 우리 것들은 가볍게만 여겨서 홀대만 하는데 당신은 역사를 무겁고 진지하게 느낀다고 생각하느냐? 우리 것을 끝까지 잘 지킬 용의가 있는가 묻고 싶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그것은 우리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 것이 아니냐’고 팽개쳐버리는 것에 대해 얼마나 성실히 대응을 할 수 있겠는가?
한 때 대륙을 누비면서 호령하던 우리 선조들은 힘이 쇠하면서 대륙에서 밀려 한반도로 쫓겨온 찌그러진 역사를 부인할 수 있는가? 살기 위해서겠지만 사대주의에 찌든 데다 그 반작용으로 국수주의가 판치는 마당에 우리의 정체성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또 우리 역사를 우리의 삶속에서 느끼고 활용하며 사는 데도 인식을 못하고 사는데 그 가치를 천착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은 없는가?
질문은 계속 쏟아진다.
역사를 접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많아진다.
그것은 바른 우리 역사를 찾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우리 것들을 폭 넓고 가치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 우리 민족에서 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이런 우리(확대해서 동양이라 하자)의 철학이나 콘텐츠들이 서양이나 이웃나라로 가서 재무장되고 재생산되어 역으로 들어오면 그때는 환호하고 열광하고 비로소 가치를 갖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기나 할까?
내용은 우리 것인데 옷을 바꿔 입었기 때문에 신선한 거고 재해석에 흥미가 당기는 것일까?
우리는 씹다버린 껌이라고 생각해서 주목하지도 않던 우리의 이야기들을 그들이 재해석해서 오히려 역수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 생활 속에 묻어 있지만 서양인들은 새롭게 배워가며 서양 철학의 합리주의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이젠 동양 것도 그들에게 다 뺏겨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된다. 우리 것은 우리가 가장 자연스럽고 본래의 의미대로 잘 나타내 보이지 않을까.
근데 우리들은 우리 것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는 것들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류의 삶을 지탱하는 콘텐츠들을 서양인들은 주로 성경에서 많이 추출하며 활용하고 있지만 동양에서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종류도 많지만 내용으로 접근해보자.
동양 철학이 가지고 있는 것은 화해의 철학이라고 흔히 말한다.
서양이 가지고 있는 것은 분석의 철학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어떻게 화해를 지향했는지를 봐야 할 명제가 이 시대 지구촌에 화두로 던져진 것이 아닌가?
그들이 존재론을 펼친 것에 비해서 우린 관계론을 펼쳐왔다고 할 수 있다고 본다.
산을 보면 서양처럼 ‘산속엔 무슨 나무가 있고 색깔은 어떻고 나무의 형태가 왜 달라’를 따지지 않고 ‘저 나무랑 저 숲의 동물이랑 내가 어떻게 같이 살아야 돼’라는 걸 먼저 따졌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은 타자화시키지 않는 거다. 서양처럼 자연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은 인간 외에 다른 걸 타자화시킨다고 한다. 타자화시키면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하게 되고 문제는 타자가 정복의 대상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힘없는 동물들이나 식물들을 도륙 내기 일쑤다. 동물들이 살 수 없으면 인간도 살 수가 없는 게 지구의 자연적인 시스템이 아닌가? 홀로 뚝 떨어져 독존할 수 없는 게 이 지구의 삶이다. 서로 얽히고 유기적인 관계망 속에서 저마다의 균형 잡힌 에너지를 적절히 나누고 살아간다고 본다.
과연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을 얼마나 들여다보고 있는가? 과연 우리는 우리 것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가? 우리 것이 품어내는 파장을 얼마나 보고 있는가?
근데 우리는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이 봐왔다. 그러니까 전혀 새롭지가 않다는 점이 우리 눈을 가리고 있다. 근데 이걸 새롭게 보지 않으면 경쟁력은 없어지는 것 같다. 이젠 우리 것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것에 대한 존경을 표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것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가’라는 화두가 던져진다. ‘너는 진짜 우리 역사를 알아’라고 나에게 질문하고 있다. 제 생활 속에 우리 것을 반영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리 역사를 접한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생겼다.
정우제(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