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원로 학자께서 무당들이 신단에 꽃을 많이 꽂는 것을 본인의 저서와 잡지에 이렇게 기고를 했다.
‘신단의 꽃을 만지면 기분이 황홀해지고 순간 오르가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꽃은 식물의 성기라고 하면서 신당에 놓은 꽃은 죽은 애인, 남편, 아버지가 보인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사랑을 죽어서나마 이루어 보려는 꿈의 표현이 된다. 이렇게 무당들이 꽃을 좋아하는 것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꽃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몇 년 전에 자신의 저서에서도 무당들이 꽃을 좋아하는 것은 사랑의 결핍과 애정의 결핍에서 나오는 남자를 그리워하는 무의식적인 상징물이라는 뜻으로 말하였다.
이것은 무교를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교에서 꽃의 용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무교를 성과 연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꽃은 신의 창조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라고 한다. 또한 인간사회에서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에다 비유한다. 꽃은 아름다운 색과 자태, 그리고 그윽한 향기로 인하여 인간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뿐 아니라 삶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해준다.
또한 꽃은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치르는 모든 경조사에 빠져서는 안 될 상징물이 되었다. 꽃이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상징은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에서는 번영과 풍요 그리고 존경과 기원의 매개물, 사랑, 재생, 영생불멸 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무교는 그 어느 종교보다도 꽃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무당 집의 신당은 반드시 한 두 송이 이상의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신의 강림 통로가 되는 신장대는 꽃을 이용하거나 대나무 가지 등을 사용한다. 또 황해도 굿을 할 때 무녀들은 꽃으로 장식된 모자를 쓰며 동해안 곳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는 머리띠를 두르고 굿을 하는데 그러면 머리도 맑아지고 신이 잘 내린다고 한다. 무교에 사용되는 꽃은 실제로 존재하는 꽃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꽃을 상상한 꽃, 즉 상상화도 많이 있다.
무교에 사용되는 꽃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신당에 바쳐진 꽃은 신당의 장식물로서 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신에 대한 인간의 존경심과 정성의 표시인 동시에 성스러움 그 자체로 신이 강림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즉 신과 대화의 통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신당에서는 신당에 바친 꽃들이 무당이 질문을 하면 흔들리면서 그에 대한 화답을 해준다.
굿을 할 때에도 큰 서리화를 피워 높이 세워두는 것은 신이 강림하는 통로로 이용하라는 뜻이다. 즉 신당이나 굿에 사용하는 꽃은 신이 강림하는 통로 즉 신대(神竿)인 것이다. 솟대, 서낭대, 수릿대, 신장대, 혼대 등으로 불리는 이것들은 한웅천왕의 웅상이 변하여 된 것으로 추측이 된다. 굿상에 차려지는 지화(紙花)는 신대의 변형으로 신이 하강하는 장소를 나타내는 것이다.
물론 지노귀굿이나 동해안 오구굿에 사용되는 꽃은 죽은 이의 혼을 불러들이는 매개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교에 꽃이 많이 사용되는 본질은 꽃은 천지신명의 정기를 뜻하는 것으로 바로 자연의 정기인 것이다. 자연은 아름답고 생동하고 생성한다. 꽃은 여러 가지 빛깔과 연연한 자태를 지녔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요, 또 아무 것도 없는 무(無)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생명의 창조를 의미하는 생동이며, 꽃은 열매를 맺으므로 생성이라고 볼 수가 있다. 열매는 다시 씨앗으로 변하여 다시 꽃을 피우니 영생불멸 영원함을 상징하는 신과 동일체가 되는 것이다.
꽃은 삼한시대를 거쳐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까지 궁중에서 많이 사용했다.
선화주사(왕이 하사하시는 꽃을 전달하는 역할), 권화사(꽃을 꽂는 것을 담당하는데 선화주사로부터 꽃을 받아서 꽃을 꽂을 대상자에게 꽂아주는 사람), 압화주사(꽃의 운반을 감독하는 사람), 인화담원(꽃을 가진 사람을 영솔하는 사람, 꽃을 거두는 사람) 등, 꽃을 관리하는 관직까지 있었다.
옛날부터 우리들의 경조사에는 반드시 꽃이 사용되었는데 모두 사랑의 결핍과 이성을 그리워하는 뜻은 결코 아니었건만 무당들이 신당에 꽂는 꽃만 사랑의 결핍이니 남자를 그리워하는 상징물이니 하는 것은 무교를 폄하하고 무당을 업신여기는 내면의 무교관을 드러낸 것이라
말하고 싶다.
무천문화연구소 소장
문화예술학 박사(민속학)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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