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의 방향 : 로마의 ‘도로망’인가? 중국의 ‘만리장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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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에서 인류 문화와 역사에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국가는 중국의 진나라와 로마제국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역사적 배경과 지정학적 환경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소통방식으로 개척사적 문명을 일구었다. 그 대표적인 상징물이 ’로마의 도로망‘이고, ’중국의 만리장성‘이다.
로마의 도로망은 로마 황제 옥타비아누스가 점령지의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정보와 물자수송, 군대의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29개의 군용도로와 372개의 연결도로를 통해 113개의 속주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이에 어느 곳에서든지 로마로 갈 수 있도록 함으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겼다. 로마의 도로망은 군사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물류와 경제, 문화, 정보교류의 중심축으로 발전하며, 제국 전역에 걸쳐 상호연결된 관계망을 형성했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진나라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후 북방의 흉노족이나 몽골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건설된 성벽이다. 만리장성은 기원전 7세기에 초나라가 축조한 것이 효시였으며, 진시황에 의해 기존의 성곽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 새롭게 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략 2,300여 년간 여러 왕조에 걸쳐 쌓았으며, 성곽의 길이는 현재 21,196km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표상이다. 만리장성은 중앙과 변방의 물리적 경계를 통해 내부를 보호하고 외부의 침입과 소통을 제한하는 형태이지만 중국의 정신과 단합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동서양을 대변하는 이 두 문명은 지나온 역사나 지정학적 환경으로 인해 세계와 소통하는 접근방식이 달랐다. 로마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무역과 해상교류가 활발했던 반면 중국은 광활한 평원과 산맥으로 육상무역과 농업경제가 중심축이었다. 로마는 공화정으로 법률과 시민의 권리를 중시했지만 중국은 황제의 절대 권력과 유교 사상에 기반을 둔 관료제가 특징이었다. 로마는 군단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군사력을 구축하여 군사적으로 경제적 통합을 이루었지만 중국은 만리장성과 같은 방어시설로 안정성을 추구하며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으로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다. 로마는 정복한 지역의 문화를 흡수하고 로마화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중국은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확장했다. 이에 로마는 개방성과 다양성을 추구하였으며 중국은 안정성과 문화적 동질성을 중시했다. 따라서 로마의 도로망은 소통과 연결을 통하여 국가의 번영을 이룩하고 제국 내의 다양한 지역과 문화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면 중국의 만리장성은 보호와 분리를 강조하여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격리하므로 안정성과 문화적 독립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로마의 발전과 번영은 Pax Romana(평화의 로마)를 이끈 ‘로마화 정책’의 역할이 컸다. ‘로마화 정책’은 ‘정복된 지역의 사람들이 로마의 언어, 법률, 생활방식, 그리고 도시계획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로마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하는 정책’이다.
로마는 제국 전역에 로마법을 적용하면서, 로마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다. 무력에 의해 흡수했더라도 피정복민을 예속시켜 노예로 만들지 않고 동반자로 받아들인 것이다. 로마의 언어는 라틴어였다. 승자의 언어인 라틴어만을 고집하지 않고 패자들의 공통어였던 그리스어를 대등하게 사용하였다. 당시 최고의 학부는 그리스의 아테네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다. 그렇지만 수도인 로마로 옮기려 하지 않았고, 로마의 지도층 인사와 자녀가 그쪽으로 유학을 가게 했다. 로마는 국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2중 국적을 허용하였고, 외국인들도 수용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로마로 몰려들었다. 이러한 포용성과 개방성은 세계 국가로 비약하는 원천이 되었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지성(智性)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體力)에서는 켈트족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技術力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經濟力)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의 성공비결은 개방적인 성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로마화 정책’은 정복한 지역에 수도시설과 극장, 공공 목욕탕 등을 건설하여 로마식의 도시계획을 도입하였다. 특히 도로망은 법으로 정하였다. 기원전 450년경 고대 로마의 성문법인 ‘12표법’에서는 도로 폭을 직선 구간에서는 2.45m, 굽은 구간에서는 4.9m로 규정하였다. 50,000마일의 포장도로는 돌을 깔아 평평한 길을 만들었으며, 일반도로도 250,000마일에 달하였다. 이러한 도로망은 ‘Pax Romana’의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지금도 기원전 312년경 로마의 집정관이었던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만들었다고 하는 세계 최초의 포장도로인 아피아 도로(Via Appia Antica)가 로마 외곽 남동쪽에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로마화 정책’은 유연성과 포용성, 개방성과 다양성을 확보함으로 천년 제국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중국은 ‘중화사상(中華思想)‘을 토대로 화이질서(華夷秩序)를 강조하였다. 중화사상(中華思想)이란 중앙을 의미하는 중(中)과 문화를 의미하는 화(華)를 결합한 것으로 중화(中華)란 ’세계 중심의 우수한 나라‘라는 뜻이다. 중화사상은 화이사상(華夷思想)이라고도 하며, 중화(中華) 이외의 지역을 이적(夷狄)이라고 하여 천시하고 배척하는 관념이다. 즉, 이적(夷狄)이란 중국의 문화적 우월성과 중심성을 강조하는 말로 중국 이외의 민족은 모두 오랑캐이며, 동쪽의 이민족을 동이(東夷), 서쪽 오랑캐를 서융(西戎), 남쪽 오랑캐를 남만(南蠻), 북쪽 유목민을 북적(北狄)으로 지칭한 말이다.
이러한 관념은 중국이 온 천하의 중심이면서 가장 발달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선민의식을 싹틔웠으며, 중국의 황제가 모든 이민족을 교화하여 세상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국가관을 갖게 하였다. 그러므로 중국의 황제가 세계 유일의 황제로서 지위를 가지며, 주변의 다른 국가들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야 하고, 주변의 문화는 열등하다는 관점의 화이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만리장성은 이러한 중화사상의 물리적 표현이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과 국가의 통제능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중국문화의 보호와 전파라는 중화사상의 이념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였다. 만리장성은 중국문화의 경계를 설정하고 중국 내부의 문화적 동질성을 갖게 하였을 뿐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과 이미지 형성에 이바지하였다. 만리장성은 비단길과 연결되어 무역의 중심지로서 물자를 교환하는 장소로 발전하였고, 중국인의 인내심과 창의력을 보여주며 문학, 예술,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였다. 이제는 국가를 상징하는 물리적 표상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현대사회는 지식 정보화 시대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하여 지리적 영토의 개념보다는 공간적 영토의 개념이 우월한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인재나 다국적 기업은 물리적인 경계를 무너뜨리고, 지리적인 영토의 범위를 확산시켰다. 정보와 지식이 토지와 자본을 대체하고 국가 간의 경계와 장벽이 사라지는 현상을 가져왔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지식 정보화 시대를 가속화 시켰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클라우드와 미터 버스, 드론과 자율주행 등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는 우리가 접근하고 있는 모든 생활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비록, 4차 산업혁명이 정보의 상대주의와 과학기술 만능주의, 사생활 침해 등 새로운 문제들을 양산하기도 하고, 디지털 격차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피아 가도

국가의 지속발전과 개인의 행복 및 가정의 안녕을 위해 미래사회 교육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도로망형‘이나 ’만리장성형‘의 장점을 유추하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첫째, 소통과 관계망에 익숙하도록 로마의 ’도로망형 교육‘이 필요하다.
‘도로망형 교육‘은 국내・외의 교육기관이나 학생들이 서로 연결되고, 지식을 공유하며 협력하는 교육환경이다. 특정 주제나 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나 문제해결학습(PBL) 같은 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과 교육과정 및 교육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팀원과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협력적인 의사소통이 상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국가는 안전을 책임지고, 자아 정체성과 문화적 독창성을 기를 수 있는 ’만리장성형 교육‘의 관점도 요구된다.
안전은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핵심적 가치인 동시에 교육에 있어서 인류 보편적 가치이다. 자아 정체성은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된다.
또한 자신의 감정, 경험, 가치관, 관심사 등을 인식하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킬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역사관 그리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바탕 위에 우리와 다른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 속에서 문화적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포용적이면서 개방적인 성품을 길러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국제화 시대에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국가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포용성은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에 함께할 줄 아는 교육이다. 포용성은 다른 문화나 타인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개방적인 성품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을 받아들이며,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이러한 가치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통일국가의 이상을 가슴에 품고 역동적이며 도전적인 대한민국의 젊은 주역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유대균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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