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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숙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늦은 새벽까지 공상을 하다 잠이 들었다.

잠깐 눈을 떠 의식이 돌아오니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죽을 만큼 몸이 괴롭고 아플 땐 의식적으로 잠을 참게 된다.

눈감는 것에 대한 초자연적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눈감는 것은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종착역은 아닐지?

눈감고 눈을 뜨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류에게 수면이란 무엇일까?

매일매일 수면으로 눈감는 연습을 하면서도 단 한 번 누구나 치러야할 운명적이고 숙명적인 영원한 안식, 눈감는 일은 수억 년의 반복임에도 익숙하지 않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영원히 사는 기계인간의 삶을 선택했든 아니든, 지구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는 지금 그대로의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시간은 겨우 4만5000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구별에는 아직도 미지의 인류가 존재한다.

6만 년 간 외부인과 접촉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토인들은 현대인에게 노출되면, 각종 문명질병에 항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절멸은 시간문제다.

토인들을 조금이라도 귀히 생각한다면 그냥 두어야 한다. 굳이 문명세계로 유도하거나 접촉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떠났던 철이. 감정을 잃은 채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짧은 생이나마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기계인간에게 엄마를 잃은 철이처럼, 안드로메다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에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 은하가 언젠가 합쳐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수십억 년 뒤 그 무엇이 됐든 그들은 밤하늘에 1조5000만개의 거대한 별들이 온통 무질서를 이룬 별천지를 감상하게 될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시나리오를 보면 우선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합쳐지고 얼마 안 있어 국부은하군의 또 다른 은하인 삼각형자리은하도 합쳐질 것이다. 두 은하가 충돌하면 우선 안드로메다는 길쭉하게 늘어나고, 우리 은하는 구부러진다. 51억년 뒤쯤이면 두 은하의 중심부가 완전히 접근하면서 밤하늘이 엄청나게 밝아지기 시작하고, 두 은하가 완전히 합쳐지는 71억년 뒤쯤이면 밤하늘에 별이 엄청 많고 또 매우 밝아져 어두운 부분을 찾기 쉽지 않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눈을 뜨고도 사물을 바로 볼 줄 모르는 외눈박이가 있는가 하면, 눈을 감고 사물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는 인류가 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다.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여전히 말없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글‧그림 | 최아숙 (화가, 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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