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의 한 대목이 떠 오른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가 아니라 ‘이리 오너라 얼고 놀자’가 음운변화로 좀 더 구체성이 있고 노골적인 말을 벗어나면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라는 폭 좁은 상황으로 굳어 졌다고 볼 수도 있다. 원래는 다 큰 남녀가 한방에서 논다는 것은 얼고 노는 것이다. 물론 업고 놀기도 하겠지만 더욱 포괄적인 것은 남여상열지가 아니겠는가.
어울리다, 얼리다, 얼루다 이런용어들은 남녀 교접을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말은 모두 어른이 된 상황으로 서로 몸이 성숙한 단계, 즉 어른이 됐다는 말이다. 즉 몸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로 성교를 말하는 용어이다.

동지(冬至)ㅅ달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원문>

황진이의 시에 나오는 구절로 기녀의 몸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법이 아닐 수 없다
또 ‘어른’ 그리고 요즘 한창 유행하는 ‘어르신’이라든가 그 말의 본래 원형은 ‘어룬다’ ‘얼다’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한평생 살다가 죽으면 상엿군들이 3일 내내 나와서 상을 당한 집의 모든 과정을 도운다.
상여 나가기 전날 밤에 리허설처럼 상엿군들이 모두 모여 실제 상여를 울러 매고서는 한바탕 상여를 어룬다고 한다. 태어나서 살다가 세상사람들과 어울러 살다가 돌아가는 마당에 마지막 상여를 어루고 가는 것이다.
간혹 아이들이 어른들의 야릇한 상황을 목격하면 ‘얼레리 꼴레리’ 하면서 놀리는 것도 ‘얼루다’, ‘꼴리다’ 등의 파생으로 얼버무리며 놀리는 형태로 굳어진 말일 경향이 높다고 볼 수 있겠다.

글 | 김민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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