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인 천지본음은 만물을 창조한다
우리 겨레에게 있어서 소리와 가락은 이민족의 소리와 가락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법 자체가 다르다. 즉 이민족은 그저 예술적 영역으로서 소리와 가락을 접근하지만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소리와 가락은 단순한 예술적 영역이 아닌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하고 있으며 그 인식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은 극히 일부분만을 언급해 본다.
우리 겨레에게 있어서 소리와 가락은 서양식으로 단순 예술적 접근이 아닌 천지를 창조하고 또 우주만물이 창조되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창조된 모습에서 변화를 해가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의 소리와 가락에 대한 인식은 바로 창조와 무너짐을 바로 세워가는 기재로써 소리와 가락을 접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소리와 가락에 대해 학교 정규과정에서도 서양식 음악이 아닌 우리 소리와 가락에 대해 집중적인 지도를 해야 한다. 우리의 소리와 가락은 근원적인 천지본음의 소리요 가락이기에 아이들이 듣고 직접 행하게 된다면 신성이 고와지고 두뇌 회전도 빨라지며 감성 역시 대단히 발달을 하게 되어 있다.
우리 겨레의 소리(音)와 가락
우리 겨레에게 있어서 소리(音)와 가락에 대한 인식은 다른 민족들의 인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인간이 존재하는 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리와 가락의 형태가 존재한다. 또한 그 형태(形態)가 다양하며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특징들은 그 겨레의 소리와 가락에 대한 인식을 내포하고 있으며 민족 음악 형성과 발전방향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럼 우리 겨레는 소리와 가락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으며 그 방향성이 어떠한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부도지(符都誌)>는 우리 겨레에게 있어서 소리와 가락에 대한 인식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후에 우리 겨레에게 있어서 소리와 가락의 발전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소리와 가락은 이민족들에게서 보이는 단순한 예술적 차원을 넘어서는 종교적, 신성성을 띠게 되는 방향성을 설명해준다고 볼 수가 있다.
또한 <한단고기(桓檀古記)>에도 <부도지>에서 보여주는 원초적인 소리와 가락에 대한 인식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부도지 만큼 상세하고도 시원적(始原的)인 설명은 없지만 유사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내용들이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부도지(符都誌)
우리 겨레가 소리와 가락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신성시 했는지에 대해서 <부도지>가 잘 설명을 해주고 있다. <부도지>에서는 소리(音)가 천지를 창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부도지> 제 1장부터 제 4장까지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제1장
마고성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성이다. 천부(하늘에 이치에 맞는 천리)를 받들어 선천을 계승하였다. 성(城) 중의 사방에는 네 명의 천인이 있어 관(管)을 쌓아놓고 음(音)을 만드니, …후략… 이라고 하여 소리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이 되고 있다. ‘堤管調音’ 즉 관을 쌓아놓고 음을 만든다고 언급을 함으로서 소리가 천지를 창조했다는 일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소리를 낸다는 것은 만물을 창조한다. 혹은 창조된 만물을 천리(天理)에 맞춰 깨달아 밝힌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어 진다.
제2장
제2장에서는 천지창조가 소리로부터 이루어졌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다.
선천시대에 마고대성은 실달성 위에 허달성과 나란히 있었다. 처음에는 햇볕만이 따뜻하게 내려 쪼일 뿐 눈에 보이는 물체라고는 없었다. 오직 8려(呂)의 음만이 하늘에서 내려오니 실달성과 허달성이 모두 이 음에서 나왔으며, 마고대성(麻姑大城)과 마고(麻姑) 또한 이 음에서 나왔다~ 짐세가 몇 번 종말을 맞이할 때, 마고가 궁회와 소희를 낳아 두 딸에게 오음칠조(五音七調)의 음절(音節)을 맡아보게 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장에서는 마고대성과 마고 또한 허달성과 실달성이 모두 음에서 나왔다고 설명을 하고 있다. 즉 마고, 대성, 허달·실달성이 소리에서 나왔다는 것은 천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소리로 부터 나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천지창조 과정이 소리로 부터라는 것을 구체적이고 실체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제3장
”후천의 문이 열렸다. 율려가 다시 부활하여 곧 향상을 이루니, 성과 음이 섞인 것이었다. 마고가 실달대성을 끌어당겨 천수(天)의 지역에 떨어뜨리니 실달대상의 기운이 상승하여 수운(水雲)의 위를 덮고, 실달의 몸체가 평평하게 열려 물 가운데에 땅이 생겼다. 땅과 바다가 나란히 늘어서고 산천이 넓게 뻗었다. 이에 천수의 지역이 변하여 육지가 되고, 또 여러 차례 변하여 수역(水域)과 지계(地界)가 다 함께 상하를 바꾸며 돌므로 비로소 역수(曆數)가 시작이 됐다. 그러므로 기(氣), 화(火), 수(水), 토(土)가 서로 섞여 빛이 낮과 밤, 그리고 사계절을 구분하고 풀과 짐승을 살지게 길러내니, 모든 땅에 일이 많아졌다. 이에 네 천인이 만물의 본음(本音)을 나누어 관장 …중략… 이로부터 기와 화가 서로 밀어 하늘에는 찬 기운이 없고 수와 토가 감응하여 땅에는 어긋남이 없었으니, 이는 음상이 위에 있어 언제나 비춰주고 향상(響象)이 아래에 있어 듣기를 고르게 해주는 까닭이었다.” 즉 후천의 문이 열린 다음 율려가 부활하여 향상을 이루게 됨으로 마고가 실달대성을 끌어당겨 천수지역에 떨어뜨려 땅을 창조하고 수역을 창조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향상이 이루어짐으로 땅과 물을 창조하는 과정이 설명이 되고 있다. 또한 기, 화, 수, 토가 서로 섞여 빛이 낮과 밤, 그리고 사계절을 구분하고 풀과 짐승을 살지게 길러낸다고 함으로써 지구상에 만물의 창조 역시 향상을 이룸으로서 비롯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네 천인이 …중략… 이는 음상이 위에 있어 …후략…” 이는 음상이 위에서 항상 비춰주고 있으며 향상이 아래에서 듣기를 고르게 해줌으로서 천지가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걸 설명해준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제4장
”이 때에 본음(本音)을 맡아서 다스리는 자가 비록 여덟 사람이었으나 향상을 바르게 밝히는 자가 없었기 때문에 만물이 잠깐 사이에 태어났다가 잠깐 사이에 없어지며 조절이 되지를 않았다. …중략… 이로 부터 열두 사람의 시조는 각각 성문을 지키고, 그 나머지 자손은 향상(響象)을 나누어 관리하며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바르게 밝히니(修證), 비로소 역수(曆數)가 조절이 되었다. …전략… 귀에는 오금(烏金)이 있어 천음(天音)을 모두 듣고, 길을 갈 때에는 능히 뛰고 걸을 수 있음으로 오고감이 자유로웠다.
제4장에서는 향상을 바르게 밝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즉 향상을 바르게 밝히지 못하게 되니 만물의 존재 자체가 조화로움을 잃게 되고 났다가 사라지고, 짧은 기간 다시 났다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계속 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향상을 바르게 밝히는 것이 만물이 조화롭게 오랜 기간 존재를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됨을 말 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향상을 바르게 밝히지 못 하니 결국에는 마고가 …중략… 네 천인과 네 천녀에게 명하여 겨드랑이를 열어 출산을 했고, 또 네 천인과 네 천녀는 혼례를 하여 각각 삼남 삼녀를 낳아서 이들에게 성문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자손들은 향상을 나누어 관리하게 하여 천지의 이치를 바르게 밝히게 했다는 걸 설명해준다. 이로서 역수가 조절이 되고 땅에 존재를 하는 만물(특히 인간을 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이 오래 오래 살게 되었다는 걸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인간들은 오금(귀고리, 귀걸이)을 착용함으로서 천음을 항상 듣게 됐다고 하여 소리가 만물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제10장
”…전략… 황궁 씨가 곧 천산에 들어가 돌이 되어 길게 조음(調音)을 올려 인간세상의 어리석음을 남김없이 없앤 것을 도모하고, 기어이 대성회복의 서약을 쟁취했다. 이에 유인 씨가 천부삼인(天符三印)을 이어 받으니 이것이 곧 천지본음(天地本音)의 상(象)으로, 진실로 근본이 하나임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중략… 유인 씨가 천 년을 지내고 나서 아들 한인(桓因)에게 친부를 전하고 곧 산으로 들어가 재앙을 없애는 굿을 전수하며 나오지 아니했다. 한인이 천부삼인을 이어받아 인간세상의 이치를 증거(修證) 일을 크게 밝히니, 이에 햇빛이 고르게 비추이고기후가 순조로워 생물이 거의 편안함을 얻게 됐으며, 사람들의 괴상한 모습이 점점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됐다.”
제10장에서도 역시 소리가 우주만물의 존재에 얼마나 중요한지 또 소리와 가락이 조화를 이룸으로서 혼돈스러웠던 만물의 질서와 조화를 회복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대단히 중요한 것은 천부인이 소리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즉 ‘천부삼인을 이어 받으니 이것이 곧 천지본유의 상’이라는 문장이 이를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유인 씨가 한인에게 천부를 전하고 굿을 전수하며 나오지 아니했다는 문장 역시 천부삼인이 소리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걸 알 수가 있게 해준다. 실제 굿은 소리와 가락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로 인정되고 있고 모든 예술행위가 바로 굿에서 나왔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부도지에서 나타나는 소리와 가락에 대한 언어적 해석
율여(律呂)-율은 남성이 담당하는 남성음이며 여는 여성이 담당하는 여성음을 말한다. 즉 천녀는 여를, 천인은 율을 맡아보았다. 8여-8여에 대해서 확실하게 설명이 돼있는 자료는 없다. 다만 <악학궤범>에서는 8음이라 하여 황종(黃鐘), 태주(太週), 협종(夾鐘), 중려(仲呂), 유빈(萸賓), 이칙(夷則), 남여(南呂), 응종(應鐘)등을 들고 있지만 정확히 8여를 말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또한 8음을 만드는 재료를 기준으로 보면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布), 토(土), 목(木), 초(草)로써 우리 겨레는 인간이 가공을 해서 악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하여 향상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 소리와 가락은 하늘로 향상을 이루
고 있으며 조화와 안정감을 주는 특징이 있다. 이것이 본음의 소리다.
오음칠조-우리나라 음계는 너, 노, 느, 나, 누(궁, 상, 각, 치, 우)의 오음계로 되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음계도 있으며 너, 노, 느, 르, 나, 누, 루의 칠음계도 사용이 되고 있기도 하다. <악학궤범> 시대에는 평면조와 계면조에 각각 7조가 있었다. 이 7조 중 일지, 이지, 삼지, 사지의 4조를 한데 묶어 말 할 때는 낮은 조라 하고 사지, 오지, 육지, 칠지의 4조는 한 데 묶어서 웃조라고 했다.
음상(音像), 즉 일반적인 소리 본음(音)을 말한다. <부도지>에서는 음상은 위에서 내려온다고 설명을 했다. 이는 본래의 소리 천음을 말하는 것으로도 해석을 할 수 있겠다.
향상(響象)-공명이 되거나 울려서 나는 소리를 말한다. 이는 인간들이 악기나 목소리를 통해서 내는 소리가 아닐까한다. <부도지>에서 향상은 하늘로 올라가는 소리라고 하여 땅의 소리임을 간접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부도지>에서는 음상은 언제나 변함이 없이 조화를 이루어 내려오지만 향상은 인간들의 성정이 변화를 함에 따라서 조화를 이루거나 부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설명이 되고 있다. 만약 조화가 깨져서 향상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상의 만물 또한 생명이 짧아지는 등 혼돈의 세계가 이루어짐을 알 수가 있다. 이때에는 으레 마고가 향상을 이루게 역할을 한다거나 황궁 씨에 의해 향상이 이루어지게 하여 만물이 조화의 세상을 이루어 나감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지상세계에 존재를 하는 만물들 특히 인간들은 향상을 고르게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질기게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굿(巫)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 하다고 하겠다. 굿은 소리와 춤, 가락이 어우러져 하늘에 향상(기원)을 이루어 음상(전신)과 조화를 이루는 성스러운 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천부인 자체가 소리와 매우 밀접하다는 걸 <부도지>가 말 해주고 있으며 실제 이루어지는 굿 또한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고 본다. 더 자세한 것은 점차 연구를 해볼 필요가 있기에 여기까지만 언급하기로 하자.
한단고기
<한단고기> 태백일사 삼한관경본기에 ‘세상에 전하는 말로는 한웅천왕이 이곳에 들러 머무르시며 사냥도 하시고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데, 풍백은 친부를 새긴 거울을 들고 앞서서 나아갔고, 우사는 북을 쳐서 울리며 주변을 돌면서 춤을 추었고, 운사는 백 명의 무사를 데리고 대장의 검으로 호위했으니, 무릇 천제가 산으로 간 때의 의장 행렬이 이와 같이 성대하고 엄중했다’하여 여기에는 천부가 새겨진 세 가지 중, 북을 치며(향상) 춤을 추며 나간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와 같이 우리 겨레에게 있어서 소리와 가락은 천지창조의 의미와 하늘 땅 인간의 조화를 이루는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한단고기에 언급이 된 소리
후단군조선 2대 추로가 이사금에게 ‘음악에 흥망의 곡조가 있는가?’하는 질문을 왜 했는지 <부도지>와 <한단고기>에서 언급되어진 소리에 대한 단상을 통해서 충분히 이해를 했으리라고 본다. 그렇게 소리와 가락은 우리 겨레에게 있어서 단순히 예술적 차원을 넘어선 바로 하늘과 소통을 하고 또 하늘과 땅 인간의 조화로움을 이루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대에 있어서 소리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철학적, 종교적, 신성성을 상실해 버리고 향상을 이루기는커녕 예술성조차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서양음악에 열광을 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