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를 철학자의 눈으로 본 역서 펴내 화제

단군 죽이기, 단군 잠재우기’, 로 기득권 학문 고발

이승종 연세대 철학과 교수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역사는 식민사관을 벗어나 새롭게 탄생한다.

연세대학교 이승종 교수가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서적을 펴내 <우리 역사의 철학적 쟁점>을 만들었다.

이승종 교수는 우리 역사에서 철학적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만을 가려 뽑아 이를 탐구하는 선택과 집중의 잣대로, 시간적으로는 고대와 근・현대, 공간적으로는 중국, 일본, 북한과의 관계를 주제로 삼았다.

고대는 한・중관계와 동북공정, 근・현대는 한・일 관계 및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전개된다.

이 책은 총 3부 8장으로 구성된다.

1부는 우리 상고사에, 2부는 우리 근・현대사에 각각 초점이 잡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며 그 중간 성과들을 학계에 발표하여 반응들을 실었다. 3부에서는 이 책의 일부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의 토론들을 선별해 수록했다.

1부에서 우리 상고사 연구에 대한 총체적 반성을 고대의 한・중관계에 접맥시켜 시도하는 1장과, 우리 상고사를 종적 계통, 횡적 강역, 민족 문제의 세 축을 중심으로 가늠해보는 2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우리 상고사 연구에 드리워진 중화와 사대의 그늘을 적시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중국의 역사공정이 어떻게 중국과 우리의 역사를 동시에 왜곡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중국이라는 국가와 민족의 역사적 허구성을 사료와 문헌에 대한 분석을 통해 논증했다.

이어서 일제 강점기에 식민사학에 의해 이루어진 우리 상고사에 대한 부정과 축소 작업을 살펴보았고, 그러한 작업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려는 학문 외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 자의적인 것임을 조목조목 증명하였다.

이를 토대로 동아시아사의 전개에 우리 역사와 민족이 공헌한 바를 정당하게 복권시키고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장에서는 천지인(天地人)이라는 동양의 전통적 범주를 빌어 우리 상고사의 체계를 세웠다. 하늘을 뜻하는 천(天)은 순환을 상징하는 원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순환은 곧 변화를 함축하며 변화는 다시 시간이라는 역사의 한 축을 형성한다.

저자는 하늘이라는 범주하에 우리 상고사의 종적 계통을 살펴본다. 땅을 뜻하는 지(地)는 사방을 의미하는 사각형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사방은 곧 강역을 함축하며 강역은 다시 공간이라는 역사의 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저자는 땅이라는 범주하에 우리 상고사의 횡적 강역을 살펴보았다. 사람을 뜻하는 인(人)은 서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삼각형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사람은 곧 민족을 함축하며 민족은 종과 횡으로 뻗치는 연대성으로 역사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이 세 축을 바로 세워야 중국이 걸어오는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적 도전에 제대로 맞설 수 있다.

2부는 얽히고설킨 한・일관계의 미로를 일련의 가설들로 풀어보는 1장과, 통일을 지향점으로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모색하는 2장, 그리고 결론에 해당하는 3장으로 구성하였다.

한편 이 책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고대사와 현대사의 핵심 주제들을 선별해서 철학적으로 고찰했다.

우리 고대사는 강단과 재야가, 현대사는 좌와 우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야이자 저 용어들이 함축하듯이 권력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논쟁은 무성한데 늘 제자리를 맴돌 뿐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논의의 정리에 그치는 교양서의 수준으로는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없다.

이 책은 기존의 논의를 한 단계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그동안의 정체(停滯)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저자는 국수주의로 흐르는 1인칭적 사관, 실증주의에 함몰된 3인칭적 사관과 대비되는 2인칭적 사관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또 철학적 분석과 논증의 메스로 우리 역사에 켜켜이 쌓인 편견과 이데올로기의 때를 씻어내고 있다.

누군가 마땅히 해야 했을 작업이지만 우리 역사와 철학의 크로스오버는 국내외를 통틀어 전례가 없는 시도이기에 저자는 각별한 소명의식과 각오로 지난 23년간 이 책의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남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우리의 상고사에 관한 기록들을 고고학적 관점에서 찬찬히 살펴야 한다. 기록의 행간을 읽어가며 그에 대한 올바른 번역을 모색하고 기록이 훼손된 경우, 곡해된 경우 등을 찾아내 이를 바로잡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구상하고 실천하려는 번역의 고고학이다(53~54쪽)

자신들만이 문명이요 중심이고 그 외에는 모두 비문명의 이적(夷狄)이라는 프톨레마이오스적 존화양이(尊華洋夷)가 중화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다. 그들이 편협한 자기중심적 망상에서 중화의 공간으로 규정한 영토는 다수의 강력한 문화들이 드라마를 펼친 공간이며 이 드라마는 각 문화를 중심으로 한 코페르니쿠스적 관점에서 정당하게 복권되어야 한다(64~65쪽 ).

뭇 생명에 접맥되어 공감하고 공명하는 샤먼의 내재적 체험의 경지를 묘사하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은 홍익인간의 인본주의보다 더 오래되었을 호생(好生)의 생명 사상과 한 짝을 이루어 애니미즘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접화군생과 호생은 양식이 되어주는 동물들이 더 많이 나타나 인간 공동체와 공영하기를 염원하는 상생의 철학을 표현하고 있다(102~103쪽 ).

3인칭적 실증주의나 1인칭적 주관주의의 양극단을 비껴가는 중도(中道)의 균형 잡힌 자세를 우리는 2인칭적 접근이라고 이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대상화하는 3인칭적 접근과 역사를 보는 자신의 눈에 구속된 1인칭적 접근과 달리 2인칭적 접근은 현재 우리의 눈과 역사가 만나는 접점과 경계에 초점을 둔다. 2인칭적 역사해석은 바로 그 접점의 사건이다(172쪽).

조선과 일본은 영국과 미국, 아랍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견줄 수 있다. 양국 간의 역사적 갈등은 장자권 싸움, 주도권 싸움이지만 계열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두 차례의 조일(朝日)전쟁을 모두 명나라의 개입으로 막아낸 뒤에, 중국-조선 대 일본의 대립 구도는 더욱 굳어져 이는 조선이 망할 때까지 지속하였다(182쪽 ).

남북 간의 이질화는 남북한에 정착된 다른 국가 정체성과 함께 영구분단으로 치닫는 촉매제이다. 정치적 결정에 따라 자의적으로 분할된 중동과 남미에서 분할 초창기에 있었던 통일 운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잦아들면서 현재의 지형도로 굳어지게 된 일이 한반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337~338쪽).

코리아히스토리타임즈 제공

Share: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