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신

임동신 미장편수

지난 2008년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되며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과 더불어 문화재 복원기술 또한 매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강원도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식미장의 장인으로 손꼽히며 주요문화재 수리 10건 중 5건에 참여할 만큼 빼어난 실력을 입증하고 있는 임동신 명인(문화재수리기능자 한식미장 제5028호).

그는 30세 때 어느 지인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회상한다.

“벌써 강산이 네다섯 번이나 변했습니다. 오직 이일이 아니면 죽는다는 각오로 한 길만을 고집했습니다. 잦은 외세의 침입과 6·25 전쟁을 기점으로 문화재 훼손이 많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문화재 수리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임동신 장인이 몸담아온 한식미장의 영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일 만큼 그 역사와 기술력이 다양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하고 이를 통일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며 한식미장에 관련된 내용을 표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46여년 경력을 바탕으로 태주종합건설의 주택건설사업부와 전통한옥개발사업부에서 기술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회원이기도 한 임동신 장인은 문화재 수리현장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부실시공 방지와 철저한 문화재 원형 보존을 기하는데 헌신해 오고 있다.

“한식미장은 국가사업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으로 미장 장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있기를 바라며, 한식미장의 발전을 위해 보다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숨을 쉬는 미장이 진짜 전통 미장

한옥건축물이라고 하면 나무로 지어지고, 기와를 올린 집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생각 때문에 나무를 치목해 집의 뼈대를 완성하는 대목 분야와 기와를 올리는 와공 분야는 비교적 전통양식을 지금까지 잘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옥에 시멘트 벽돌로 벽을 마감한다면 외형적으로는 동일해 보일지 몰라도, 전통한옥의 벽체처리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전통한옥건축물의 벽은 어떤 방식으로 완성시킬까?

임동신 미장편수를 만나 사라져가는 전통 한식미장 방법인 벽체에 외를 엮고 안팎으로 흙을 바르는 과정부터 미장에 대한 역사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19세기까지 니장(泥匠)이라 하다가 서양건축 기법이 들어오면서 미장(美匠)이라고 바뀌었다는 후문이 있다. 벽, 담장쌓기, 바닥 다짐, 온돌바닥 마감, 앙토받이(서까래 사이의마감) 등이 미장의 몫으로 회자된다. 기둥과 지붕을 제외하면 모두가 미장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셈이다. 벽에도 일반 벽체나 지붕의 각이 합쳐지는 합각벽, 고막이(하인방과 바닥사이) 등 부위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갖고 있으며 쌓는 방식이 다르다. 담장 역시 재료에 따라 사고석 담장, 와편 담장, 꽃 담장, 토담장, 토석담장으로 나뉜다. 부문마다 공사 노하우와 미적 감각이 필요하다는게 한식미장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이다. 시멘트 미장의 경우 환기가 안 되는 겨울에 실내작업을 하면 눈이 따가워 견디기 힘든데다 미장이들이 새집증후군(SHS)을 먼저 앓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친환경 한식미장의 필요성이 더없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식미장의 명인들은 남산의 한옥마을, 북촌의 한옥마을을 두고 ‘형식만 한옥이고 벽체, 담장, 천장 등에는 현대건축 기법이 동원됐다’는 지적을 한다.

벽에 스티로폼을 넣고 시멘트 블럭을 사용하는 것, 기와를 잘라 타일처럼 붙여 흉내만 낸 것 등이 이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먼 훗날 후손들이 건축 문화재 보수와 복원을 위해 건물을 해체하게 되었을 때 자칫 전통미장공법이라고 오인할 수도 있다며 엄중히 충고한다.

임동신 장인은 “오랜동안 한식미장 일을 하면서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세밀한 공정을 통해 후대에 부끄럽지 않는 전통한식 미장기법이 전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장인이 전 공정을 관리·감독한 밀양변씨제실(부천시 오정구 고강동, 향토유적 1호, 약 200여 평)은 전통적 기법과 최첨단 현대적 공법이 잘 접목된 전통 한옥건축물이다.

글 / 최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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