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샤머니즘의 핵심, ‘신굿’과 ‘넋굿’

Picture of 관리자
관리자

굿은 고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 샤머니즘의 영적(靈的) 수행의 형태로,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의식과 전통으로 변화되어 왔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굿이 지닌 근원적인 목적과 본질적 의미에는 큰 차이가 없다.
현대에 와서 굿은 목적에 따라 크게 재수굿과 넋굿, 신굿으로 분류하고 있다. ‘재수굿’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현실적인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과 예방,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축원의 굿이고 ‘넋굿’은 고인이 된 분의 영혼을 위로하고 망자의 천도를 기원하는 굿이다. 그리고 신굿은 흔히들 내림굿이라고도 말하는데 이는 무당 자신(애동)을 위한 굿의 형태로 이어져 온 무속의 의식이다.
한국 샤머니즘의 중요한 핵심인 ‘신굿’과 ‘넋굿’의 의미와 의례의 절차적 연행에 대해서 알아보자

애동(은초신당)이 천신을 받는 모습

‘신굿’과 ‘넋굿’의 이해
‘신굿’은 다양한 신들을 불러내어 그들의 축복과 보호를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무당 자신(애동)을 위한 매우 신성한 의식이다.
무속에서는 매우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옥황상제, 용왕, 산신, 선녀, 불사, 도사, 동자신들이 있고 그 신들은 크게 자연신(自然神, 천신, 지신, 용신)과 인신(人神, 한 때는 인간이었던 신)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무당이 접신이 가능한 신들은 보통 인신들로 조상이 신이 된 ‘조상신’이 무당의 몸주신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내림굿을 받는 무당들의 가계 내력을 살펴보면 무속에 관련된 조상들이 많이 있다.
‘조상신’은 조상이 죽은 후 수련을 쌓아 신선의 반열에 오른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신선이 안 된 귀신들은 ‘조상귀’라고 하여 흔히 허주(잡신)으로 구분하는데 내림굿을 받는 자손의 부름에 조상신과 조상귀들이 모두 응대를 하기 때문에 몸주신으로 모시는 것에 특히 신중하여야 한다. 그 때문에 무당이 되기 위한 내림굿을 할 때는 반드시 올바른 조상신과 허주를 구분할 수 있는 신어머니가 옆에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에 비해 넋굿은 죽은 자, 특히 조상의 영혼에 초점을 맞춘다. 이 넋굿은 조상의 영혼을 인도하고 달래기 위해 이루어지며, 망자들이 은원을 풀고 귀천하기를 축원하며, 자손들에게 불행을 가져오지 않도록 보장하는 의식이다. 즉, 넋굿은 영혼의 부정적인 측면을 정화하고 사후 세계에서의 영적 여정을 돕기 위한 특별한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넋굿은 산 사람과 조상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하는 한국 문화의 핵심 가치인 효(孝)를 반영하는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할머니 조상신을 모신 애동 은초(은초신당)

굿 의례의 절차에 대한 이해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히며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남은 자들은 망자가 된 사실을 모두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그 의무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고 저승사자에게도 죽음을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그 때문에 넋굿의 첫 시작은 그 집의 문 앞에서 시작하게 된다. 이를 ‘문굿’이라고 하며, 대문 앞에 저승사자를 위한 사자상(저승사자에게 올리는 음식)을 차려 놓고 시작한다. 일종의 저승사자에게 망자를 잘 봐달라는 뇌물이며, 이승에 남은 한(恨을) 풀기 전까지 기다려 달라는 청탁이다.
문굿 이후에는 마당굿을 한다. 마당굿은 집안에 있는 우물 앞에서 치르게 되는데 이는 ‘조왕신’께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굿은 다시 안방의 ‘성주신’에게 고하는 성주굿으로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넋굿을 행하게 되고 망자의 남은 여한을 풀어주는 의식이 계속되어 진다.
넋굿이 ‘알리는 굿’이라면 신굿은 ‘모시는 굿’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신들에게 좋은 상을 차려놨으니 신명나게 놀고 가시라고 재촉하는 굿이 바로 신굿이다.
신굿은 굿을 하는 공간(장소)에 깃든 삿된 것을 말끔히 정화하여 신성한 곳으로 만드는 부정풀이를 한 후 시작한다. 부정풀이 이후 산천굿(산천거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신굿이 이어지게 된다. (신굿의 시작을 알리는 굿거리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함경도의 경우는 산천거리로 시작하지만 서울 한양굿의 경우는 천신굿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신칼을 든 혜담비채가 부정풀이를 하고 있다


산천거리를 하며 팔도명산의 신령들을 대접한 후 산신을 대접하는 산신거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신장(거리)과 장군(거리), 대감(거리), 대신(거리)들을 대접하면서 신굿은 점점 무르익어 간다.
신굿은 애동이 어떤 신을 받아드릴 수 있는 것인가에 그 핵심이 있다. 자연신들에 대한 숭대한 대접을 마친 후에 비로소 애동(신을 받을 수는 있지만 무당이 되지 못한 견습생)이 몸주신으로 모실 조상에 대한 굿거리가 행하여지는 것이다.
조상거리는 조상신을 모시는 굿이다. 조상신을 불러오면서부터 신어머니 역할이 매우 중대해진다.
신어머니는 강신한 조상신의 내력을 살피고, 내력이 안 좋은 조상은 조상물림을 하고, 조상귀에게는 새옷을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천도(조상천도굿)를 이끌게 된다.
애동은 내림굿을 하면서 많은 조상신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받아들인 조상신에 대한 올바른 구분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조상거리는 저녁, 밤 뿐만 아니라 새벽, 아침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아침의 일광 아래에서는 밤새 신처럼 행동하며 놀던 허주들도 쉽게 신을 자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후 신명거리(천신 내려받기)를 하며 애동은 몸주신 이외의 신들을 받을 수 있는 지의 여부를 가늠하며 진짜 무당으로서의 걸음을 내딛게 된다.

저승사자를 위해 준비된 사자상

신굿에 대한 문화적 이해
과거 신굿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새로운 무당의 탄생은 그 지역사회의 사회적 결속과 집단적 안녕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적 행사였다.
그에 반해 넋굿은 개인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망자가 생겼을 때나, 고인의 영혼이 불안하다고 여긴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조상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뿌리 깊은 토속적인 믿음을 반영한 것이다. 넋굿을 행함으로써 가족은 조상을 기리고, 조상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본질적으로 신굿과 넋굿은 한국 샤머니즘 내에서 차이점이 있지만 상호 보완적인 의식으로 한국인의 정신적, 문화적 삶의 다양한 측면을 표현해 왔다.
신굿은 축복과 보호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신을 부르고 즐겁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넋굿은 조상의 영혼을 중심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무속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은 한국 토속신앙의 영적인 풍요로움과 문화적 깊이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여겨진다.

‘신에게 시집 간다’는 의미의 대례복을 입은 애동

글 / 이경자 망묵굿보존회 회장

Share: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