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화가 담긴 타임캡슐, 독널

국립나주박물관 기획특별전 <흙으로 만든 안식처, 독널>

6. 17.~10. 29

“독널” 처음 듣는 사람은 어떤 것인지 가늠하기도 힘들 것이다. 독널은 한자어로 옹관甕棺이라고도 한다. 독널이든 옹관이든 생경하지만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항아리(독)로 만든 관棺(널)이다. 이렇듯 생소한 이름을 가진 문화재를 소개하는 전시가 <흙으로 만든 안식처, 독널>이다.

독널을 소개하다
독널은 고대 영산강 유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독특한 형태의 관으로 흙을 구워서 만들었기에 나무로 만든 관과 달리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형태뿐만 아니라 독널에 넣은 껴묻거리도 거의 그대로 발견되고 당시의 여러 흔적도 대부분 남아 있다. 독널 안은 마치 고대의 타임캡슐과 같은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독널은 토기를 관으로 활용한 것으로 신석기시대부터 사용되었고 늦게는 대한제국 때도 사용되었다. 독널이 오래 사용되긴 하였지만, 삼국시대 영산강 일대 독널은 다른 시대,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일단 그 크기가 압도적이다. 이 시기 영산강 일대에서 발견되는 독널은 길이가 2m를 넘는다. 사람 1명이 온전히 눕고도 남는 공간으로 오직 무덤에만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청동기시대 독널은 평소에 사용하는 항아리를 그대로 사용하였고, 삼국시대 다른 지역 독널도 일상에서 사용하는 큰 항아리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삼국시대 영산강 일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오직 무덤에만 사용하기 위해 독널을 만들었다. 게다가 성형 흔적, 독특한 문양 등이 남아 있어 당시 사회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독널이란 타임캡슐에 담은 것들
이번 전시는 독널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크게 2부로 나누어서 풀었다. 1부는 ‘빛나는 추억이 담긴 공간’으로 가장 화려한 껴묻거리가 담긴 대형 독널을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2부는 ‘역사를 품은 공간’으로 독널의 형태 및 출토 범위 변화의 의미를 살펴보고 독널에 남아 있는 흔적으로 당시 제작 기술을 유추해 본다. 또한, 현재 독널을 보전하기 위한 여러 노력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외에도 전시실 곳곳에 ‘토막 정보’ 코너를 두어 전문 지식이나 추가정보를 원하는 관람객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부 ‘빛나는 추억이 담긴 공간’
1부에서는 삼국시대 영산강 유역 독널을 상징하는 대형 독널을 전시한다. 영암 내동리 5호 무덤과 나주 신촌리 9호 무덤에서 출토된 독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독널들은 입구를 비롯하여 전시실 한쪽 공간에 하나씩 전시하여 오롯이 독널을 감상하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대형 독널은 몸통에 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유선형으로 균형미와 고대 사람들의 미감을 엿볼 수 있다. 반대편에는 대형 독널을 군집 전시하여 규모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나주 신촌리 9호 무덤 을관乙棺에서 출토된 다양한 껴묻거리도 전시하는데, 여기에는 국보인 <나주 신촌리 금동관>과 <용봉황무늬 장식 칼자루> 등을 포함하고 있다. 껴묻거리는 출토 당시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전시하여 당시 사람들의 장례 문화와 함께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엿볼 수 있게 꾸몄다.

2부 ‘역사를 품은 공간’
2부에서는 독널의 기존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2개의 소주제로 나누었다. 첫 번째 주제는 ‘독널에 담긴 시대 모습’으로 독널의 고고학적 연구 성과를 조명한다. 이른시기 독널부터 보여주어 독널 변화 양상과 그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삼국시대 영산강 유역의 독널 문화는 수백 년간 지속 되었기 때문에 그 변화 양상으로 당시 사회상과 사람들의 내세관을 살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독널에 묻힌 껴묻거리의 변화 모습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두 번째 주제는 ‘노력이 깃든 독널’이다. 과거 대형 독널 제작에는 여러 노력이 필요했다. 그중 하나가 독널을 굽는 것이다. 대형 독널은 그 크기로 인해 기존의 토기 가마가 아닌 전용 가마에서 구웠다.
전시는 독널 전용 가마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도록 꾸몄으며 독널 조각도4도 함께 전시한다. 이와 함께 독널의 가치를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최근의 노력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과거 대형 독널 제작 방식을 복원하기 위한 실험 과정과 그 결과물인 복원 독널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독널을 안전하게 보관·전시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획 중인 독널 전용 받침대의 축소 모형도 전시한다.

전시 연계 체험
전시와 연계하여 다채로운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특별전 연계 활동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활동지는 고대 영산강 유역의 독널과 장례 문화를 입체적이고 자유롭게 꾸며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구성을 살펴보면, 독널 형태를 만들고 껴묻거리와 주인공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독널 포토존을 마련하였다. 독널 모습과 함께 당시 복식을 입고 간단한 소품과 함께 사진 촬영이 가능하며 SNS에 사진을 올릴 수 있게 해 자연스럽게 홍보를 유도하고자 한다.

새로운 전시를 모색하다
독널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함을 지녀 국립나주박물관 대표 소장품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독널을 집중 조명하기 위한 자리이다. 국립나주박물관은 2013년 개관한 이래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여 상설전시실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노후된 시설을 교체하고 최신 전시기법을 적극 반영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 단장에 앞서 국립나주박물관을 대표하는 독널의 모습을 먼저 엿 볼 수 있다. 특히 기존 상설전시와 다르게 주요 독널을 개별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였고 독널의 변천 양상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런 전시 방향은 향후 새롭게 바뀔 상설전시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독널은 삼국시대 영산강 일대에 살았던 사람들만의 독특한 사상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가 앞으로 바뀔 상설전시를 미리 보는 기회이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지금도 맞닥뜨리고 있는 죽음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삼국시대 영산강 유역의 독특한 장례 문화를 공유했던 당시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글 | 조용환 국립나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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