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쳐라

책은 만인이 볼 수 있게 만든 공유물이다.

꼭꼭 잠가놓은 자물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즐겁게 책장을 넘겨라!

28수의 별자리를 넘어가듯이

세상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펼친 책 속엔 무진장한 인간의 세상이 꿈틀거리고 있다.

깨어난 자의 우주다.

방황하다가 지친 내 한 몸,

책이 사방을 둘러싼,

작은 다락방에 숨어 있어도 커다란 복락이다.

그 좁은 방에 책이 쌓여있다면 크낙한 행복이다.

책 없는 자여! 더 이상 논하지 말라.

요즘 모 방송에서 방영했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다가온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 서문에서 ‘누항(陋巷)의 일상 잡사가 아닌, 책의 이야기여서 책을 읽고 나면 저 모방의 도사 아 켐피스(독일의 신학자)의 다음과 같은 명언이 한숨에 섞여 나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다. 마침내 찾아 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스페인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른다. 어디든 책이 있으면 나는 위안을 받는다.

컷‧글 | 정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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