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와 희광이

백정을 망나니로 만들어 살생의 주범으로 몰아갔다

고려 때 사형을 집행하는 망나니를 ‘희광이’라 불렀다. 망나니는 본래 망량(怒崯)’이라 는 괴물을 지칭했던 말인데, 죄인의 목을 베던 ‘회자수(劊子手)’의 뜻으로도 전의 됐고, 뒤에 ‘망냥이>망냉이>망나니’로 변음되어 쓰이게 됐다. 하회탈 가운데 ‘백정 탈’이 만들어 지고, ‘희광이’가 여기에 녹아든다. 회 칼로 사형수(死刑囚)의 목을 치던 사람을 회자수(劊子手)라고 하는 데 ‘희광이’의 ‘희’는 ‘끊을 회’의 변음이다. 이 놀이에서는 살생을 하고는 늘 죄의식 속에서 살다가 천둥벼락이 치는 날 결국은 미쳐버리는 역할이다. 고려조에 과거에 응시자격이 주어졌던 백정 층을 양수척으로 같이 묶었다. 이들을 ‘희광이’로 둔갑시켜 백정의 탈을 쓰게 한 것은 금수의 탈을 쓴 조선조 절대 권력자와 선비라 불렀던 사대부들의 짓거리가 아니던가. 백정을 망나니로 만들어 살생의 주범으로 몰아갔다. 미친놈으로 만들었다. 탈춤은 못된 양반을 희롱하며, 신명나게 한 판 노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도 ‘희광이’를 ‘백정 탈’에 접목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굴욕과 절망 속에서 처절하게 살았던 그들의 삶을 희화화하고자 한 것인가?

글 | 한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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