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공연 형식의 굿은 바람직한가?

조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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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

요즘은 어떤 명목을 걸고 굿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대부분 국태민안 아니면 남북통일 용왕제, 산신제, 해원제 등등 명목을 내세우고 굿을 하고 있다.
어떤 특정 단체에서 굿을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에서 벌어지는 너무나 황당한 굿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래도 무대를 설치하고 공개적으로 굿을 한다면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실력을 갖춘 무교인들이 출연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사 경비 등을 조달하기 위하여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족보도 문서도 없는 마구잡이 굿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형식과 절차를 갖추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로 시작하여 엉터리 굿으로 끝나게 되니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굿을 기획하고 공연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특정 단체의 단합을 위하거나, 무교의 저변확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행사
둘째 굿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경제적인 수익 때문에 출연료를 받기 위한 행사
셋째 그 공연 등을 한다고 SNS을 통하여 홍보를 하면서 무속판에 조직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사


등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1993년 처음으로 지금처럼 굿을 공연화하여 우이동을 비롯하여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경복궁, 운현궁,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굿을 하였다.
그 당시 많은 학자들이나 연출가들이 굿은 공연화가 안 된다고 하였지만, 필자는 그들이 굿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진 데에서 오는 편견이라고 판단하여 공연을 실시하게 되었고, 공연장 주변에 경찰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해줄 만큼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렇게 시작된 굿 공연은 1996년부터 실력이 뛰어난 특정 무교인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2년 8월에 강남구 학동사거리에 위치한 일지아트홀에서 <굿힐링페스티벌>이란 주제로 유료공연을 시작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굿도 관람료를 내고 보는 시대를 만들자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은 수많은 무속단체가 생기게 된 것과 비례하여 시도 때도 없이 굿을 한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고 동시에 염려가 되기도 한다.
굿은 의식이다. 어떤 목적으로 하든 반드시 형식과 절차는 중요하다.
이러한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굿은 의식이라 할 수 없고 공연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냥 자신들의 신명풀이라고 해야 한다.
평소에 굿을 잘하지 못하니 굿청에 들어설 기회도 없고 또 세워주지도 않으니 속에서 끓어오르는 신명을 참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 형식과 절차를 무시하고 모든 체면을 던져버리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신명풀이 시간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그런 신명풀이가 아니더라도 이 길을 가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무대에 올라 맘껏 풀 수 있는 healing의 시간을 가지는 것 또한 나쁘진 않다.
하지만 이런 굿들을 모아서 국태민안 또는 통일기원 더 나아가 해원굿이라 하면서 공연을 하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또 어리석은 무속인들은 그런 행사에 한 번 나가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탈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자신의 실력과 처지를 깨닫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굿은 우리 전통문화의 원류라고 한다.
그러기에 굿이 가진 예술성과 사회성은 영원히 계승 보존되어야 한다.
그러나 굿의 예술성과 사회성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개인의 신명풀이 또는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로 격하된 공연은 난무하고 있으니 굿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굿이 미친년 널뛰듯 뛰는 것으로 착각할까 두렵다.
따라서 무교 단체장들이나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이 무교의 발전을 위하는 행동이며, 무교인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 결과가 무교 전체의 발전에 이바지하여야 한다는 것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무속판에서는 외부 공연행사를 어느 단체가 많이 하는가를 기준으로 단체장과 단체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공연을 많이 하는 단체장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무속 단체에서 너도나도 공연 굿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많은 공연을 관람하고 일부 단체장들의 인성을 보면 그들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자료제공 : 야단법석
조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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