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를 통해 본 무속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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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정

2024년도 2월 22일. 영화 <파묘(破墓)>을 보기 위해 개봉 첫날 상영관을 찾았다.
<파묘>는 한국의 민속신앙인 ‘묫자리’와 귀신의 영혼을 달래는 ‘굿’에 초점을 맞춘 영화로 개봉 전부터 무척 관심을 끌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상세하게 잘 표현한 굿(대살굿)에 놀랐고, 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 배우의 현실감 있는 무속인 연기에 무척 감탄을 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묘와 굿은 한국 문화에서는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굿은 한마디로 조상을 기리고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의식이다. 주인공인 화림(무속인)은 죽은 자의 영혼을 진정시키기 위해 묘에서 대살굿을 행하며 다양한 의식과 행위를 선보였다.
영화 초반부에는 “무덤 파고 나오는 귀신”이란 단순한 클리세를 기반으로 두었지만, “여우가 호랑이의 허리를 끊었다”라는 대사처럼 후반부에서부터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백두대간의 정기를 끊기 위해 행했던 ‘쇠말뚝’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며 한 · 일 역사관에도 작은 파문을 던진 영화였다.

묘와 조상에 대한 이해
<파묘>는 민속신앙을 잘 표현한 영화로, 허위가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였다.
영화는 산속 깊은 곳에 숨겨진 묘를 중심으로 정체 모를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악령의 존재에 대한 암시를 내보이며 초반부를 긴장감으로 몰아가며 이장(移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묘를 건드리는 것(이장)은 우리 문화에서 큰 의미를 갖는 중대한 행위이다. 묘는 조상들과의 연결고리이며, 그들의 기억과 유산을 간직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념은 묘를 파는 과정에서도 죽은 자에 대한 경의를 무척 엄숙하게 지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묘를 파는 과정에 ”산바람이 났네”라는 표현이 나온다.
산바람이 불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조상들은 믿어왔다. 산바람이 불면 그 자리에 새로운 묘를 지어도 3대가 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산바람을 재우는 의식을 행하는 것은 과거에는 일상적인 관습이었다. 그리고 한 번 사용한 묘는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 한 번 쓴 묘는 그 자리를 닫아버리고 다른 곳을 선택했다. 이는 묘와 관련된 불운을 피하기 위한 관습이었고 그 때문에 묫자리는 매우 신중하게 선택되고 관리되었다.
또한 묘와 조상에 대한 믿음은 결혼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여성이 시집에 가면 ‘그 집안의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과거에는 무척 흔했었다. 망자가 되면 조상들이 데리러 온다. 남자인 경우 그 집안의 조상이 데리러 오지만, 여자의 경우는 친정집의 조상이 데리러 온다. 그런 후 남자의 조상에게 인도를 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시댁 조상과 친정 조상과의 합(合)는 매우 중요했다. 그런 믿음 때문에 조상의 영향력이 결혼 생활에까지 이어진다고 여겨왔다. 그리고 이러한 망자에 대한 관념적인 생각은 가족과 가문의 연결을 강화하고, 가정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또한 꿈에 죽은 조상이 나타날 때 이것이 항상 나쁜 전조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조상들이 꿈에 나타나는 것은 무언인가 암시를 주기 위함이다. 그것이 조심하라는 암시인지 행운의 암시인지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묘와 이장에 대한 이해
조상들은 묘를 다루기 전에 항상 산신제를 먼저 지내는 관습이 있었다. 묘를 이장하거나 화장하는 과정에서는 생기복덕(生氣福德)이라는 운수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때 일진(日辰)과 나이를 팔괘(八卦)에 배정하여 상·중·하 세 효(爻)의 변화로 운수를 판단했다.
묫자리에는 항상 명당이라는 개념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완벽한 명당이란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떤 산이나 특정한 지역은 아들(남자 자손)에게만 혹은 딸(여자 자손)에게만 유리한 명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묫자리를 찾을 때에 자손의 성별에 매우 신경을 썼었다. 하지만 좋은 묫자리란 자손을 위한 자리가 아닌 망자에게 좋은 자리가 제일이다.
망자에게 좋은 자리는 3대에까지 그 복이 미치는 맞춤형 명당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화장 문화가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화장을 통해 묘를 옮기는 경우가 늘어나며, 납골당이나 수목장은 새로운 선택지가 되었다. 이러한 묫자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묘’를 인식하는 문화적인 측면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 <파묘>를 통해 이러한 문화적인 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묘와 굿에 대한 이해
묘와 굿의 관계는 한국의 민속신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묘는 조상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선조들을 기리고 존경하는 공간이다. 조상들의 영혼이 묘에 머무르고 있다는 믿음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파묘>에서는 무속인들이 묘에서 굿을 행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러한 굿의 과정은 묘에 머무는 영혼을 달래고, 그들의 억울함을 푸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화림(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영화를 보는 모든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살굿은 한국의 전통 민속예술인 굿의 하나로 죽은 자의 영혼을 진정시키고 사람들의 걱정과 두려움을 덜어주는 의식으로 ‘타살굿’ 혹은 ‘군웅타살굿’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의식은 묘와 함께 진행되며 특히 고난과 고통을 겪은 망자들을 위해 특별히 실시되는 굿이다.
대살굿은 영혼이 지닌 분노나 억울함을 달래주기 위해 여러 가지 행위와 의식을 행하게 된다. 이 중에 얼굴에 피를 묻히거나, 검은 숯을 그리는 등의 행위가 포함되기도 하는데 이는 망자가 겪은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그들의 분노를 해소하고 영혼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피를 묻히고 얼굴에 검은 숯을 그리는 것은 죽음과 이별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고, 칼을 휘두르고 난폭해지는 행위는 강인함과 용기를 상징하며, 작두를 탈 때는 망자를 달래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굿의 과정은 단순한 의식 이상으로 망자와의 소통과 이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묘와 굿은 우리의 문화와 삶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그들의 존재와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영화 <파묘>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미풍양속과 전통을 되새겨보고, 우리의 삶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계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함께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굿과 무속인에 대한 이해
무속인은 미래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절대 맹신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무속인은 신(神)을 모시지만 신(神)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속인의 몸에 24시간 신(神)이 깃든다면 육체는 물론 정신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속인이 곁에는 신(神)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예지를 위해서 신을 불러들여야 할 경우도 있지만 아무 때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맹신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 <파묘>로 인해서 젊은 층들도 이제는 무속, 무당, 굿, 이장 등 우리의 민속신앙과 문화에 대해서 한 번쯤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냥 미신이야,”라고 치부하지 말고 한 번쯤은 부모님들과 대화해 가지며 세대 차이(반일 역사관의 차이, 신(무속)에 대한 관념적 차이)를 이해하고, 잊혀져가는 우리 풍습과 신앙에 대해 조금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이경자 망묵굿보존회 회장

서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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