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역사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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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

1. 열림

오늘 날 우리 역사학계는 강단사학자와 민족사학자로 양분되어 상고사에서 근현대사까지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도층에 있는 인사들이 바라보는 역사관과 식민사관의 시각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논란은 쉽게 해결될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친일 논란을 시작으로 이제는 식민사관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다. 역사평론가로서 묵인할 수 없는 망언과 해괴한 논리가 난무하고 있다. 북한 선제 타격론부터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주 가능성 시사 발언, 욱일기(旭日旗)를 단 일본 군함의 독도 인근 해역 훈련, 일본의 조선 강탈에 대한 인식까지 모두가 다 엉망진창이다.

지금까지 영토학자로서 북한과 간도에 대한 연구와 강역의 변천사, 한민족의 정신문화에 대한 글을 써왔지만, 이렇게까지 친일과 망언이 여과 없이 회자된 적은 없었다. 그 동안 바른 영토관과 역사관 확립을 위하여 정립한 ‘부동산적역사관’과 ‘비정치적·생활권적 영토관’, ‘배달민족통일론’, ‘부채이론’ 등에 근거하여 잘못된 역사관을 과감하게 파헤치고자 한다. 이제 비평의 시선으로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한쪽으로 치우침 없는 마음과 눈을 갖고자 한다. 그리고 영토와 민족의 혼, 역사의 본질을 되묻고, 쓰고, 알리는 역사평론가의 시대적 소임을 다 하고자 한다.

2. ‘미쓰야겐큐(三矢硏究)’의 진실

윤 대통령은 올해 2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 시절 중앙선관위에서 개최한 TV토론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할 생각이냐”는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질문에 “우리와 일본 사이에 군사동맹까지 가야 하는지, 아직 그런 상황까지 오진 않았으나, 그걸 하지 않는다고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냐”라고 답변하면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용인에 대해서도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결국 이 달초 독도 인접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일 3국 연합 훈련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육일기를 달고 참여한 것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굴욕외교’와 ‘극단적 친일국방’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여당은 정치공세로 비난하면서 반일감정을 부추긴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정쟁을 떠나 윤 대통령의 행보와 한미일 합동 훈련에서 나타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시절 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 미·일 신방위협력 지침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일본이 한반도 유사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평상시 대북 억지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며 자위대 개입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 빌미를 제공하였다. 김태효 1차장은 2006년 성균관대 교수 시절 쓴 ‘한일관계 민주동맹으로 거듭 나기’ 논문에서도 “자위대가 주권국가로서의 교전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대단히 편협하다.”고 한 바 있다.

유사시 ‘일본 자위대 한반도 개입’은 박성황 선문대 교수의 ‘북한 급변사태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에 관한 소고’에 언급되어 있다.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회의는 1963년 ‘미쓰야겐큐(三矢硏究)’라는 모의 군사작전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그 내용을 발표하였다. 한반도에서의 무력 분쟁을 가정하고 비상사태 시 일본 방위를 위한 자위대 운용과 이와 관련된 제반 조치와 절차를 연구한 것으로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과 미일 공동 작전 실행, 선제 타격, 핵무기를 사용하여 만주를 탈환하겠다.’는 구상이 단계별로 나타나 있다. 일본의 이러한 구상은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과 1999년 주변사태 관련법 제정, 2002년 미일 공동 개념계획 5055 수립, 2015년 미일 방위협력 지침(신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보강되었다. 실제, 일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진출’을 노골화하였다. 또 2010년 12월에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가 “유사시 일본인 구출을 위해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논의하겠다.”고 말했고,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2015년 10월 21일 서울 한복판에서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무력을 행사하겠다.”라고 떠벌렸다. 대통령과 1차장이 이러한 일본의 구상을 모르고 거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몰랐다면 지도자로서 실격이다.

3. 아직도 살아있는 식민사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한미일 3국 연합 훈련이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어 국민통합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의 비난에 대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다.”라는 글을 올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응이 더 문제이다. 매국노 이완용과 비슷한 논리로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식민사관’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내가 식민사관이라고? 제발 공부들 좀 해라”라고 하면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글을 인용한 반박이 가관이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망언은 동학혁명부터 안중근 의사와 의병투쟁, 일제강점기의 무장독립 투쟁을 거치면서 피의 대가로 쟁취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일본을 ‘조선의 국호와 정권과 생존을 박탈해 간 강도’로 규정하였다. 일본의 자민당 간사장도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오타니 마사오(大谷正雄)의 손자답다.

이러한 친일적 사고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척왜와 척양을 부르짖던 30만 명의 영혼을 욕보이는 더러운 입이다. 더러운 입으로 친일에 이어 친미를 노래한다. 우리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갖고 있지 않아 미군이 요청하면 일본의 한반도 진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는 우리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자위대 진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군 참전을 절대 반대 했지만, 일본은 미군의 극비 요청으로 소해정 20척을 한반도에 파견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미군은 이런 사실을 한국에 알리지 않았다. 우리가 어영부영하고 있는 사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단순히 구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렸다. 동해에 이어 독도도 위험하다. 일본의 이익선 부활을 꿈꾸면서 ‘미쓰야겐큐(三矢硏究)’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만약, 그냥 넘어간다면 두고두고 대일 외교에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분명하게 여당 대표의 입장이 아니고, 국민적 합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은 이를 교묘하게 악용할 것이다. 정부는 ‘한국과 유엔의 승인 없이 절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 다시는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와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우리는 국가 지도자가 능력이 얼마나 중한지 목도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은 구소련의 영광을 부활시키기 위해 무력을 증강하면서, 오래 전부터 우크라이나를 병합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어로 ‘변경의 땅’이란 뜻으로 ‘우크라이나는 죽지 않았다.’를 외쳤지만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1994 부다페스트 조약과 2014 민스크 협약도 힘 앞에는 소용이 없게 되었다.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크림반도를 포함한 영토 보전과 주권 보장, 경제적 지원 등을 국제적으로 약속받았으나 힘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를 잘 아는 김정은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지만, 더 이상의 도발은 패망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평화만이 살길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일본의 한반도 진출 야욕을 분쇄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작되는 그레이트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 확고한 역사의식과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국민적 영웅을 대망한다.

5. 닫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역사 공부 좀 하라”는 헛소리가 귀담아 들리는 것은 왜 일까? 역설적으로 역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오타니 마사오에게 세습한 역사가 아니라 바른 역사를 배우기 바란다. 역사가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역사학은 영토 분쟁의 학문적 첨병”으로 정의, “역사학이 핵무기만큼 위험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였다. 최근 아프카니스탄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국가 간의 대립은 결국 역사문제로 귀결된다. 역사분쟁에서 이겨야 영토를 지킬 수 있다. 국가가 힘이 있어야 국민을 보호하고, 민족정신이 강렬해야 역사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 명심해야 한다. 이제 정쟁을 중단하고 평화통일과 세계의 배달민족이 하나가 되는, 하나로 묶어주는 힘을 키우자!

바른 역사가 나라를 구한다. 건강한 시민이 역사와 민주사회의 주체이다. 한두 명의 정치인이나 영웅이 나라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정치·종교·실업·무력·학술·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헌신적으로 종사하는 건강한 시민 나라를 구할 수 있다. 단재 선생은 대논설 「20세기 신국민」(1910)에서 중고적中古的 영웅의 한계를 지적하고, 국가경쟁의 원동력은 “한둘의 영웅에 있지 않고, 각 부문에서 활약하는 국민적 역량에 달려 있다.”라고 했다. 오늘날 국민적 영웅은 평화와 통일, 민주의 바른 역사의식을 간직한 ‘촛불시민’이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식민사관을 극복해 나가자. 바른 역사만이 희망이다!

조병현(역사평론가/영토학자)

조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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