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짱짱, 허리는 낭창, 짱짱 낭창 프로젝트 .4

Picture of 이길우
이길우

반가워 손을 잡는다. 또는 처음 만난 이와 인사를 나누며 손을 잡는다. 악수(握手)이다.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인간은 신뢰의 상징으로 악수를 한다.
내 손에 무기가 없으니 마음 놓고 사귀자는 뜻이다. 하지만 악수를 하는 순간 상대방의 기운(氣運)을 느낄 수 있다.
악수를 했을 때 상대방의 손이 부드럽고 따스하면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그 사람은 기운 찬 사람일 것이다. 반대로 잡은 손이 차갑거나, 축축하거나, 메마른 느낌을 주면 나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 사람은 어딘가 병이 있거나 기운이 없을 것이다.

악수뿐 아니다.
외모만 보아도 상대의 건강을 짐작할 수 있다. 고개를 떨구고 걷거나 항상 팔짱을 끼고 웅크린 자세를 취하는 사람은 폐 기능이 약하다. 소극적이고 내향적이고, 의욕도 적다. 폐 기능이 약하니 몸 상태가 좋을 수 없다. 가슴을 쫙 펴고 다니는 이는 폐 구석구석까지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기와 혈액의 순환이 좋아 건강하다.
아침에 일어나 몸이 찌부둥하다가 운동하면서 컨디션이 좋아지면 “아! 개운해”라고 한다.

개운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기운이 열려서 잘 움직인다(開運)일 것이다. 개운해지면 기분도 좋아진다. 기분(氣分)은 기가 온 몸에 골고루 펴져 막힘이 없이 잘 분배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기가 잘 분배되면 몸 상태가 좋아지고, 우울함도 사라진다. 자연을 보고도 기를 논한다. “이 산세(山勢)는 기가 세다”라고 할 때는 산이 주는 기운이 강하다는 뜻이다.
결국 인간은 보이지 않는 기(氣)의 지배를 몸과 마음이 받고 있다. 그렇다면 기는 실재할까?


조선시대 최고의 기생 황진이가 유혹을 해도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유학자 서경덕(1489~1546)은 평생 기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는 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바람은 부채 속에 있지 않은데, 부채를 흔들면 바람이 분다. 바람의 시원함이 너무 생생하다. 그러나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바람이 무(無)라고 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기는 분명 존재한다.”
기에 관한 이야기는 끝이 없기에 여기서 마무리하고 몸에 기운을 불어 넣고, 그 기운을 잘 돌아가게 하는 동작을 익히자.
몸의 중심은 척추이다.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 허리통증이 온다. 네 발로 다니는 짐승에겐 없는 요통은 두 발로 걷는 인간이 숙명적으로 시달리는 질환이다. 몸의 균형을 위해 체중의 60%를 지탱하는 허리는 평생 무리를 해야 한다. 디스크 질환이 주로 발생하는 요추 5개는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전굴 자세는 허리의 부드러움을 주지만, 허리의 힘을 크게 강화시키지는 못한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후굴자세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련하면 강한 기운을 낼 수 있는 허리를 보장해 준다. 허리를 낭창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기고 힘쎈 허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엎드린 자세에서 팔을 펴 상체를 들어 올리는 자세는 대표적인 후굴자세이다. 처음에는 일자로 굳어진 허리이기에 통증이 오거나 오래하지 못하지만 자주하고, 익숙해지면 점차 뒤로 제켜진 허리가 90도에 가깝게 선다. 조금씩 참고 시간을 늘려가자. 5분이상 지속하다가 다시 엎드릴 때 시원한 기분을 상상하며 버텨보자.
요가에서는 코브라 자세라고 부른다. 상대를 경계하는 코브라의 긴장된 자세이다. 하지만 이 자세를 할 때 허리에 힘을 주면 안된다. 허리에 힘을 빼고, 버드나무 가지처럼 축 늘어뜨린다고 생각하자. 숨은 가능한 내쉬는 것이 좋다. 숨을 내쉬어야 허리의 긴장도가 떨어진다. 우선 편히 엎드려 두 손을 펴 이마를 받치고 숨을 고른다. 두 발은 모으고 발등이 지면에 붙도록 한다. 두 손바닥을 가슴보다 약간 아래에 놓고, 팔을 펴면서 상체를 든다. 무리하지 말고 가능 한 각도로 허리를 세운다. 두 팔을 펼 수 있으면 최대한 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입을 약간 열어 얼굴의 긴장을 푼다.
이 동작은 가슴을 펴주는 동작이기에 페 기능을 좋게 한다. 항상 뒷 목이 뻐근한 사람, 신경이 예민한 사람,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 들기 전에 몇차례씩 허리를 꺾자. 고개를 뒤로 쳐들 때는 목 주름이 사라진다는 기대를 하자. 나이먹더라도 몸 주름이 없거나, 약하면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인다.

처음엔 허벅지를 바닥에 붙이고, 좀 지나면 치골을 붙이고, 나중에는 배꼽도 붙일 수 있게 노력하자. 이 동작은 하면 할수록 상체의 서는 각도가 커진다. 고수들은 고개를 뒤로 하고, 다리를 원형으로 구부려 뒷머리에 발가락이 닿는 `아크로바틱 묘기’도 보인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절대 허리에 힘을 주면 안된다. 후굴 동작하는 동안 허리를 축 처지게 이완하고, 숨도 가능한 길게 내쉬며 온 몸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
이제 온 몸에 기운을 돋구는 동작을 해보자. 팔단금의 두 번째 초식인 좌우개궁사사조(左右開弓似射鳥)이다. 해석하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활을 쏘아 새를 맞추는 동작이다. 칼을 멋지게 휘두르는 동작이 아니라 활을 쏘는 동작이다. 활을 쏘는 동작은 전신운동이며, 특히 배의 힘을 강하게 하는 운동이다. 배에 힘이 없으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길 수 없다. 조선시대 금수저인 한량들이 필수적으로 했던 운동이 활쏘기이다. 튼튼한 다리와 강한 뱃심, 그리고 센 팔 힘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활쏘기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취미활동이었다.


두 다리는 어깨 넓이로 벌린다. 그리고 마치 엉덩이에 의자가 있는 것처럼 무릎을 구부려 앉는다. 중국 무술의 기본 동작인 마보(馬步)자세이다.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게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팽팽히 긴장된다. 왼쪽으로 쏘기 위해선 왼팔을 쭉 뻗고, 오른팔을 활시위를 당겨야 한다. 쭉 뻗은 왼팔의 손가락은 마치 권총을 쏘듯, 엄지와 검지는 기역자로 모양을 갖추고, 나머지 손가락은 구부린다. 하늘의 기운(天氣)가 검지로 들어와 팔을 거쳐, 머리의 정수리에 있는 백회혈까지 직통한다고 의념을 한다.

어깨 높이로 구부린 오른팔의 손은 힘껏 주먹을 쥔다. 손등은 정면을 향하게 자세를 잡고, 시선은 마치 화살의 가늠자를 보듯이 검지 손가락 끝을 지나 멀리 하늘을 바라본다. 가슴이 활짝 열린다. 두 팔에 강한 기운이 샘솟는다.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한다. 한 차력사는 팔단금 8가지 동작 가운데 이 활쏘는 동작만을 몇 년간 했더니 철근을 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접하기 어려운 활이지만, 상상 속의 이미지를 품고 활시위를 당겨보자. 아령을 들지 않아도, 팔뚝에 섬세하고 질기고 강한 근육이 생긴다. 스쿼트를 하지 않아도, 허벅지 근육이 발달한다. 다른 복근 운동을 하지 않아도 아랫배가 단단해진다. 단전에 기운이 쌓이는 것이다. 배가 짱짱해짐을 느낀다. 주먹으로 어랫배를 힘껏 쳐보자. 그리고 웃자.

Share: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