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퇴치에 사용되는 두부

무당들이 부정을 쳐낼 때 사용하는 곡류로는 콩, 두부, 팔 등과 채소류인 미나리, 생선류인 북어, 그 밖의 황토, 소금, 솔가지, 사금파리 등 잡다한 것이 있다.

이 중에서 콩과 두부를 사용하는 것은, 콩은 태초에 천제를 지낼 때 하늘에 바쳤던 고귀한 제물이었으므로, 신성한 힘 즉 밝은 기운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믿는 까닭일 것이다.

또한 콩으로 만든 두부를 교도소 출소자들의 액막이용 음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네모반듯하게 잘리는 두부와 같이 ‘두부 자르듯 여기서 끝나라’ 는 의미 내지는 ‘그 한 번의 옥살이로 끝나라’는 의미 일 것이다.

과거 교도소 죄수들에게 줬던 ‘콩밥’도 당시 주무당국이 의도하고 줬든, 아니든, 결국 콩밥은 몸속의 더럽거나 불순한 것(죄)을 없애고, 새 출발하라는 정화(淨化)의 의미가 있다.

같은 콩류인 팥을 부정 퇴치용으로 쓰는 것 또한 팥의 붉은 색이 벽사(辟邪)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동지팥죽’이다. 미나리를 사용하는 것은 미나리의 뿌리가 물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이것으로 부정한 것을 정화시킨다는 의미이다. 즉 비슷한 것끼리 서로 통한다는 이른바 유감주술(類感呪術)이다.

북어는 ‘곤(鯀)’ 관계가 있다. ‘물고기 • 어(魚)’와 ‘이을 • 계(系)’의 합성어인 ‘곤(鯀)’은 ‘큰 물고기 ᆞ환(鰥)’으로 쓰고, 곤과 같은 발음인 대구나 명태 등 큰 물고기 수컷이 가지고 있는 ‘곤’, ‘고니’라는 뜻이다. 이 곤은 염제신농씨의 자손 전욱고양씨의 셋째 아들 ‘중여 곤(衆艅 鯀)’을 말한다. 여기에서 ‘조선’의 ‘선(鮮-鯀)’ 자가 처음 등장한다. 이 ‘곤’은 바빌론의 왕 알로로스(Aloros) 원년에 나타난 인간 물고기 ‘오안네스Oannes’와, 《부도지》에 나오는 ‘환부(鰥夫)’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중여 곤이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이었으므로, 그 힘을 빌려 부정을 쳐 낼 수 있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북어를 그 상징으로 사용한 것이다. 황토 또한 바다에 적조가 발생하면 뿌려서 정화하는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해독하는 힘이 있다. 마찬가지로 소금도 해수욕이나 소금찜질을 통해 그 효험을 알 수 있듯이 부정한 기운을 쳐내는 성분이 있다. 솔가지는 침엽수이므로 침과 같은 뾰족한 잎으로 잡된 것, 부정한 것, 잡귀, 잡신 등을 퇴치한다는 의미이다. 사금파리 역시 이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소나무는 추운 겨울이 와도 단풍을 허락지 않은 높은 절개를 지닌 나무로 늘 푸른빛을 띠고 있으므로 옛 선비들은 불변과 희망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선호했다. 그래서 소

나무와 관련된 글이 많이 남아 있다. 푸른색은 방위로는 동쪽, 계절로는 봄을 나타내고, 풍요와 희망을 상징한다. 콩과 솔잎을 꿀로 버무려서 재먹는 음식은 아마 선식 중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음식이었을 것이다. 산에서 수행을 했던 선인들은 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선식을 즐겼다. 원래 산에서 수행을 했던 도인(道人)들은 사찰의 불승이 아니고, 선가의 선인이었다. 현재 강원도 태백산에 있는 수두동(소도동)은 과거 선인들의 수행처였을 것으로 보인다.

석가모니가 도를 닦았던 곳은 산이 아닌 보리수나무가 있었던 벌판이었다. 우리나라의 불가가 있는 산 속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사찰 중의 고찰은 원래 옛 선인들의 수도처 내지는 신사였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러한 사실은 《삼국유사》 제5권 <감통>제7 ‘선도성모와 수희불사’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할수록 우리의 선가를 불가에 빼앗긴 것이 원통하고 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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