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에는 신들이 살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리거나 무서워하기도 하고 동경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서양인들도 그렇다고 한다. 높은 산정엔 신들이 산다는 인식과 함부로 산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금기의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산은 위로 하늘(天神)과 통하고 아래로 땅(世上)을 거느리는 존재로 인식된다. 신앙적으로 보면 완전자(천신)와 불완전자(인간)를 이어주는 중간사제자이다. 그리고 산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강(물)과 들(곡식)을 제공해 주는 생명의 모태로 인식된다. 국토의 7할 이상이 산악으로 되어 있는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산악숭배는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이다.

산은 크게 ‘도피의 장’과 ‘자아실현의 장’으로 그 효용성이 대별된다. 전자는 하나의 방편으로, 후자는 목적으로 존재한다. 전자는 선비나 정객들의 은둔이나 도피 또는 유배의 장이었다면 후자는 수행자로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장이었다. 도교에서도 신선은 ‘선(仙)=사람(人)이 산(山)으로 들어감’ 이니 이 또한 후자의 경우이다.

우리의 토속신앙의 주류는 산악신앙이다. 산에는 산신이 있는 바, 그것은 국조신(國祖神)과 성모신(聖母神)으로 대별된다. 국조신의 경우, 단군은 백두산으로 강림하여 신단수 아래에서 나라를 열었고, 수로왕은 김해 구지봉에 강림하여 가락국을 열었으며, 고구려 주몽은 심산에 강림하여 나라를 열었다. 그들은 죽어서 그 산의 산신(국조신)이 되었다. 여성신인 성모신의 경우는 대개 시조의 어머니이거나 왕실의 여인 등이다. 경주 선도산에 있는 선도성모(仙桃聖母), 가야산 정견모주(正見母主), 지리산의 성모마고(聖母麻姑)가 그 한 예이다. 지리산 천왕봉에 마고상이 있었는데 누군가 훼손하는 바람에 다시 찾아 지리산 자락의 천왕사라는 절에 모셔져 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산악신앙은 산의 인격화 또는 신격화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진산(鎭山)이란, 그 고을 또는 공동체의 질서와 안녕을 수호하는 주산(主山)을 말한다.

고을의 예는 경주(남산), 서울(북한산=삼각산), 개성(송악산), 부여(부소산), 청주(상당산) 등 고을마다 진산을 정하여 제사를 지냈다.

국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백제는 진산을 삼산(三山 : 일산, 오산, 부산)으로 정하여 해마다 제사를 지냈고, 신라는 삼산(경주 낭산, 영천 금강산, 청도 오례산) 외에도 오악(五岳:토함산, 지리산, 계룡산, 태백산, 팔공산)을 정하여 산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고려도 물론이었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오진(五鎭): 오대산, 구월산, 속리산, 백두산, 백악산)과 오악(금강산, 묘향산, 지리산, 오대산, 삼각산)을 두어 매년 제사를 올렸다.

Share: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