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나라 백성들이
천문 지리에 눈 밝은 까닭은
산속 동굴로 들어가 수행하기 때문이다.
가장 높고 밝은 산에 올라
하늘음악을 연주하는 해와 달과 별의 운행을 살핀다.
우주의 법칙을 어산금에 담는다.
황도길을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휘몰아치는
운룡의 발자취가 하도와 낙서. 수의 전부이다.
이 지상에 생명수를 뿌리고, 에너지자장을
무궁무진 일으키는 은하계.
광대무변한 흑암의 우주속에서도
용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고 용선의 향방에 촉을 세운다.
용왕님이 계신 곳.
바다는 거기였다.
자라등에 업힌 지구가 꿈틀거릴 때마다
광년의 별빛을 쏘아보내던 아버지의 그윽한 눈빛.
태초의 하늘을 마음대로 드나들던 사람들.
황금을 욕심껏 주물럭거리던 사람들이
신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포유류, 파충류인간들이 점차 신의 모습을 닮게 되었다.
가는 곳 마다 하늘을 열고 신시를 펴던 용의 백성들.
유라시아대륙이 삼한관경이냐.
오대양육대주가 대조선이냐.
시월상달에 원구단을 만들어 제천행사를 지낸다.
백일동안 쑥과 마늘을 먹은 곰의 딸과 먹지못한 범의 딸도
굴밖 당나무앞에 모여 들어 횃불을 올리고 빛의 이삭을 주웠다.
머리에 꽃을 꽂고,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돌았다.

이은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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