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禮數)는 마땅히 살아서나 죽어서도 극진하게 할 것

세종실록 13권, 세종 3년 8월 20일 경술 2번째기사 1421년 명 영락(永樂) 19년

예조 좌랑(禮曹佐郞) 방구달(房九達)을 보내어 도총제(都摠制) 김만수(金萬壽)에게 사제(賜祭)하였는데, 교지하기를,
“신하가 능히 힘을 다하여 국가에 공이 있으면, 임금도 또한 그 공을 생각하여 조문하고 구휼하는 예를 더하여 주게 되는 것은, 이것이 만대에 내려가는 변하지 않는 좋은 법전이고, 한 사람의 사정으로 하는 은혜가 아닌 것이다. 오직 경은 기품이 넓고 깊으려니와, 천성과 행실이 순수하고 후중하며, 활 잘 쏘고 말 잘 타는 재주를 가졌고, 지혜는 일에 따라 잘 다루는 데 주밀하였으니, 이것으로 가히 임금을 호위하는 손톱이나 어금니가 될 만하고, 나라를 위하여 울타리나 날개가 될만 하여, 한 시대의 어진 장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태조의 알아주심에 따라, 비로소 군직을 받게 되었고, 우리 부왕의 알아주심에 이르러, 드디어 훌륭한 벼슬에 오르게 되었다. 행운의 기회를 따라 드나들면서 나랏일을 경영하였는데, 관새(關塞)의 풍상에서 몇 번이나 병란에 시련하였으며, 변방의 성벽에서 군악을 울리면서 여러 번 난국을 이끌어 가는 돛대 잡는 수고를 치르었던가. 충성과 군로가 많지 아니함이 아니요, 명성과 물망이 무겁지 아니함이 아니어늘, 어찌하여 인생의 중도에 우리의 어진 사람이 떠나게 되었는가. 길 가는 나그네들도 애석하게 여기거든, 어찌 오직 과인(寡人)만의 슬픔이겠는가. 이에 유사(有司)를 명하여 시호를 의논하게 하고, 또 변변치 못한 제물을 내려 나의 정을 펴게 하노라. 슬프다. 국가와 휴척을 같이 하려는 마음은, 처음에서 끝까지 길이 어깨에 걸머졌고, 슬퍼하고 영귀하게 하여주는 예수(禮數)는 마땅히 살아서나 죽어서도 극진하게 할 것이다.”
하고, 또 예조 좌랑 박기(朴頎)를 보내어 총제 이흥제(李興濟)에게 사제(賜祭)하는 교지에 말하기를,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은 공도의 이치로서 항상 그러한 것이나, 경(卿)에 있어서는 더 한층 마음이 쓰여진다. 경은 풍신과 자품이 웅장하고 넉넉하려니와, 뜻과 행실이 순전하고 부지런하였다. 종자(宗子)와 친의로 붙여 있게 되었으니, 실로 나라 지키는 굳은 성(城)이었다. 어느덧 총제(摠制) 자리에 오르게 되어, 나의 몸을 도우리라고 기대하였더니, 어찌 뜻하였으랴. 장성한 연기로 문득 다른 곳으로 가게 될 줄이야. 진실로 나의 마음속의 슬픔을 기울여서 박한 전물(奠物)을 가져다 드리게 한다. 슬프다. 척분으로서의 은애(恩愛)와 군신간의 의로서, 정이 이미 화목하기에 두터웠으니, 예(禮)로도 당연히 슬퍼함과 영귀하게 하기에 극진하여야 하리라.”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47면
【분류】 왕실-사급(賜給) / 인물(人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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