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이 사용하는 말들의 원형을 찾아가는 작업은 중요하다. 인간이 내뱉는 말에는 어떤 의지와 파동이 스며 있다. 말에는 역사적 전통과 어떤 기운이 서려 있기 때문에 언어의 원형을 왜곡하고 잘못된 것은 그 말이 갖는 에너지와 역사성이 사라진 기능적인 역할만 활용할 뿐이다.

옷깃

옷의 목을 둘러 앞에서 만나는 부분이다. ‘스쳐도 인연’은 의복의 중심에서의 만남이다. 쌍방간 가장 가까운 거리이다. 옷깃을 한 번 스치는 데는 500점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한다. 불경에서 나왔다. 1겁은 인간계 시간으로는 4억 3천 200만 년에 해당한다. “천지개벽(開闢)부터 다음 천지개벽이 일어날 때까지의 거리이다. 장시(長時), 대시(大時) 또는 반석겁(盤石劫)이라 한다. 겁(劫)은 산스크리트어 ‘kalpa’의 음역 겁파(劫波)의 약칭이다. 억겁(億劫)의 세월을 기다려야 평생을 같이 살 수 있다고 한다. 옷깃을 스치는 인연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서양인들이 고려인의 한복 깃의 양끝이 교차되며 맞추어지는 모습을 보고 ‘킷(키스)’라고 한 것이란 추정도 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이 생각난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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