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문화적 깊이

그 동안에 쌓아왔던 여러 예술적 문화적 경험을 하나의 전형으로 창출을 해놓은 민족은 자기 민족 문화를 가졌다고 할 수 있죠. 대표적으로 그리스 로마도 그렇고 우리 동양만 하더라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는 자기 고전이 있어요.
한국은 분명히 있죠. 고구려로부터 강인함, 백제로부터 우아함, 신라로부터 화려함 이것을 우리는 모두 경험을 했어요.그리고 이것을 발전시킨 게 통일신라 그런 의미에서 성덕대왕신종에 대해서는 한 번 새롭게 우리가 음미해볼 필요가 있어요.

성덕대왕신종


통일신라시대 때 고전미의 규범과 모듈이 완성됐다라고 하는 게 그 DNA가 오늘날 케이코트까지 갔다고 우리가 자부를 해도 됩니다.
특히 디테일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것이 백제 금동대향로를 봤을 적에 그 디테일이 감동적이잖아요.
섬세했죠. 향로에서 나는 연기가 하이라이트였어요.

백제 금동대향로


향이 피어나는 구멍이 전부 산봉우리 뒤에 숨어 있어요. 마치 산에서 안개가 피어나는 것 같죠 예술이죠. 금동대향로뿐만이 아니라 회화나 건축, 조각도 사소한 부분까지 대표적으로 석굴암 본존불은 얼마나 자세하게 봤어요.
특히 디지털로 복원해서 모든 면을 다 펼쳐서 볼 수 있었죠. 눈앞에 펼쳐지는 본전불은 종교와 미술과 건축이 하나로 아우러지고 있는 것을 종합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이었죠. 어디고 놓치지 않는 그 디테일의 힘이었죠.
부처님의 얼굴이 광대에 정확하게 가서 맞는 바로 그 자리였죠.
그것도 디테일이네요.


조형적인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에 있어서도 그런 완벽함을 보여줬다는데 석굴암이 진짜 자랑스러운 것을 넘어서 신비하다는 그런 생각을 우리가 디테일 얘기하고 있는데 이 디테일이 유독 돋보이는 유물을 제가 하나 더 떠올릴 수가 있었어요.
저 개인적으로 K-팝을 평론하는 사람으로서 좀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유물입니다.
바로 반가사유상인데요. 왜 제가 내적 친밀감을 느꼈을까요?
난 박물관에 가면 저 두 분이 딱 모셔 있는 공간 있잖아요.
거기에 가서 디테일을 볼 적에 팔십삼호 삼산관을 쓴 반가사유상의 디테일에서 나를 참 감동시켰던 거는 오른쪽 팔에 엄지발가락이 어떻게 돼 있는가를 한번 봐보세요.
살짝 힘을 줬어요. 그래서 그런 디테일 속에서 더 생동감이 나와요.

반가사유상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유물을 전시했던 거에 가장 감동적인 전시를 얘기할 적에는 첫 번째는 반가사유상 두 분만 전시한 적이 두 번 있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이 고궁박물관 자리에 있을 때 그 공간은 용산으로 이사 가기 전에 6개월 동안 비워야 됐어요. 그래서 다 치워버리고 중앙에 반가사유상 두 분만으로 전시를 했어요.
또 하나는 달 항아리죠. 국보 보물 지정을 하고 나서 일곱 점의 달 항아리만을 전시한 곳이 거기예요. 고궁박물관에서 그 전시회를 할 적에 영국 브리티시 뮤지엄 대형 박물관에 있는 달 항아리와 오사카 동양도자관에 있는 달 항아리 두 개가 여기에 찬조 출품해서 9점만 그 공간에 달덩이처럼 다 떠 있던 때가 있었어요.
달 항아리의 살아 있는 어떤 디테일적인 요소 뭘까요?
김환기 선생은 달 항아리는 입보다 굽이 좋기 때문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 둥 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나도 그 글을 읽고 굽이 더 좋은 줄 알았어요.
네 그게 참 예리한 그 예술가의 그 시각이죠.
달 항아리 두 개를 붙여갖고 만들었잖아요. 기하학적인 정형의 원이 아니고 두 개를 이어 붙여가지고서는 둥그스름한 원이 됐기 때문에 더 아름답지요. 미완성인 것 같으면서 더 큰 완벽함을 얻는 그런 맛이 있어요.
‘완벽함을 위한 불완전함’ 오히려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완벽한 것을 상상해낼 수 있다는 거죠. 사람도 너무 완벽하면 매력 없듯이.
왜 요즘에는 저런 맛을 못 내는가? 인위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려니까 그렇게 되는가?
자연스럽게 만들겠다고 생각을 갖고 만들면 저런 항아리가 안 나오는 거죠.
각 잡고 하면 힘들죠. 그게 자연스러우면서도 무심한 경계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죠.
작품도 많이 봤지만 케이 클래스에서 전통 회화 매력을 또 느끼지 않았습니까?
겸제 정선하고 단원 김홍도도 양대가죠.
거기에 금강산을 그린 일만이천 봉우리는 수직으로 내려 붙고 그리고 옆에 있는 토사는 점으로 찍어가지고 음양을 컨트라스트를 딱 했죠.
작품이 중국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스타일을 추구한 작품인 거죠.
그전에는 외래문화를 수용한다고 그럴까 그래서 대륙에서 만들어진 산수화의 스타일을 모방하면서 우리도 익혔어요.
그리고 마침내 영조시대 들어오면 또 문예 부흥기가 돼가지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을 하는데 그때의 겸재 정선이라는 위대한 화가가 나와서 하나의 티피컬한 전형을 제시해요.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것보다 금강산에서 받았던 감동을 다시 이미지로 만들어 냈다는 것.
그래서 겸제 다음에는 많은 화가들이 겸제 정선일파의 진경산수가 나오게 되죠.

진경산수


김홍도의 경우에는 진짜 화가였어요. 뭘 그리래도 다 그려내는 거예요.
꽃 그림을 그리든 산수화를 그리든 풍속화를 그리던 뛰어난 천재 화가가 하나의 정형을 만들어내니까 그 이후의 사람들은 김홍도를 기본으로 해서 자기의 예술을 펴나갑니다.
어쩜 저렇게 귀엽게 잘 그리지는 약간 헛웃음이 날 정도의 디테일이 인물 하나하나가 그런 뮤직비디오 같은 데도 사실 이런 전통 예술이 많이 또 반영되지 않습니까?
전통 예술이라기보다 그냥 그 시대의 복식 같은 것들도 사실 외국의 시청자들이 봤었을 때는 굉장히 신기한 것들이 많은가 봐요.
그래서 킹덤이라는 드라마가 나왔었어요.
저 갓이 뭐냐고 도대체 굉장히 궁금해 여겼던 분들도 있고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데 외국인들이 봤었을 때는 굉장히 신기한 그런 거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게 한류 콘텐츠를 보면 다 연결돼 있어요.
그래서 원래 케이팝 같은 경우는 지난 십 수 년 간 뭐 이십여 년 간 한국적인 문양이나 전통 양식 같은 것들은 감추는 게 어떻게 보면 더 성공적이었고 미덕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풍 그러니까 누가 봐도 한국임을 알 수 있는 문양이나 건축 양식 혹은 배경 같은 것들을 뮤직비디오에 과감하게 쓰고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큰 변화라고 보이거든요.
그래서 많이 알려진 블랙핑크의 뚜루뚜루 같은 것도 뒤에 보면 전통 건축 문양이 나오고요. 이런 한국적인 것을 내세우는 것이 굉장히 쿨하고 현대적으로 인식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죠.
이 얘기 나온 김에 건축도 한번 볼까요?
종묘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얘기했지만 제일 멋있게 얘기한 사람은 프랑크 게리입니다.
건축으로 이와 같이 고요함고 정밀한 공간을 만든다는 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거다.
이와 비슷한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고 이야기했지요.
저 월대라는 평면 있잖아요. 박석이 깔려있는 넓은 마당을 월대라고 그런단 말이에요. 달 월자에다가 대에서 달빛이 처음 비쳤을 때 어떻게 했을까. 저 월대가 어떻게 됐는가를 한번 봐보세요.
기둥과 지붕만 있는 저 길이가 백 미터에요.
그렇게 넓어요.
그 앞에 마당이 펼쳐지는데 그 마당이 우리가 들어갔을 때 가슴 높이에서 전개돼요.
내 발하고 같은 평면에서 전개되는 게 아니고 내 가슴 높이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계단을 네 개 올라가야지 되는 것에서 오는 긴장감 압도되겠구나.
그러니까 프랑크 게리가 밑에서 볼 때와 월대에 올라갔을 때의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변한다고 말했지요. 그리고 주변에 담장이 굉장히 낮게 쳐 있어요.
건물의 길이와 높이와 담장 그리고 이 월대의 관계 속에서 그 긴장미를 조성을 했던 것을 프랑크 게리가 그렇게 표현을 했던 거죠.
눈이 쌓였을 적에 종묘 제례가 열리면 더 그 건축적 가치가 올라가요.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 날 종료 제례가 열립니다.
5월 첫 번째 일요일이요. 건물도 제의도 같이 남아 있는 거는 세계적으로 아주 드물어요. 이집트에 있는 신전 아테네의 신전은 있어도 제의가 없잖아요.
우리는 일제강점기에도 이게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어요. 그래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두 개가 동시에 다 된 거가 이 종묘예요.

종묘

글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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