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을 보는 MZ세대와 중년세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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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정

MZ세대(신세대)들이 점을 치러 오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점을 보러 오면 주위가 밝아지고 마음도 들뜬다.
점을 보러 온 젊은 사람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딱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라고 먼저 말한다.
어찌 고민이 한 가지에서만 나올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감자뿌리처럼 줄줄이 엮어진 인연들이 합쳐져 현재의 고민이라는 열매가 맺어진 것이다.
인연은 쉽게 맺을 수도 없지만 쉽게 끊어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전통의 혼례에는 육례라는 것이 있다. 혼인의 절차를 말함인데 납채, 문명, 납길, 납징, 청기, 친영의 여섯 가지 혼례의식은 새롭게 이어진 신랑 신부의 인연을 거듭 여섯 번 매듭지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인연의 얽혀짐을 알고 있을까?’
고민에 대한 답이 해결되면 슬그머니 다른 주제를 물을지 말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게 유도한다.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미신’이라는 ‘불신의 벽’을 허물고 싶은 마음과 ‘타로’나 ‘점성술’을 더 찾는 그들에게 ‘점사’의 신비로움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더해져 그들과의 소통의 시간을 일부러 오래 갖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의 고민에는 어느 정도 순위가 정해져 있다.
첫째가 남녀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둘째는 본인의 건강에 대한 고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님 건강은 어떨까요?”라며 물어본다.

이는 중년 세대와는 차이가 있다. 50대 이후의 세대는 먼저 부모님의 사주를 내미는 경우가 많다.

“저희 부모님 사주부터 넣어야 하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봐야 우리가 나오는 거 아닌가요?”
점사를 보기 위한 기분 좋은 흐름이다.
부모의 내력과 조상의 내력이 있고 나서 자신들이 있다는 관념을 가진 전형적인 한국 사람들이다.
한국은 세계화가 되면서 외국 문화들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자식들을 외국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그래서 한국어 대신 영어부터 말배우기를 시작한 아이들도 많아졌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버려둔 채 외국어를 먼저 가르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언어에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습성이 담겨져 있다.
영어권의 이름과 다르게 한국은 성을 앞에 쓰고 이름이 뒤따른다. 그만큼 조상을 우선한다는 의미가 성명으로 표현된 것이다.
조상의 내력을 알고 나서야 진정한 현재의 내가 존재할 수 있다.
점을 볼 때의 우선순위에 대한 세대간의 차이는 살아온 환경에 기인한 까닭이 크다고 여겨진다.
요즘 세대들은 ‘나의 부모의 삶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반면 중년 세대들은 학교를 보내주고 키워준 것에 대한 ‘보답’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뿌리 없이 열매가 맺혀지지는 않는다.
지금이 MZ세대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로는 그만큼 우리의 삶이 나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삶을 일구기 위해 노력했던 부모들의 희생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금수저와 흙수저란 단어가 우리 사회를 강타한 적이 있다. 내 아이만 소중하니까 양보라는 것을 가르치지 못했다.
무속에서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양보부터 가르친다. 이웃과 친하게 지내고 부모에게 효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굿을 하다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가 살아서 그 죄를 다 못 받으면 죽어서 결국은 그 죄를 받는 구나”

현세의 죄와 인연은 저승에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

이경자 망묵굿보존회 회장

서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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