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

모든 액을 함께 불태워버리자

농경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농경위주의 생활양식으로 형성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4계절 기후 풍토라 농작물이 자라는 봄, 여름, 가을은 쉴틈 없이 일을 한다. 하지만 겨울엔 농한기라 열심히 일한 뒤끝 농민들은 일손을 놓고 쉰다. 이때가 그들에겐 충전의 기간이고 삶을 반추하고 인간의 본성이 우러나와 즐기는 시기이다. 거둬들인 수확물로 선조들에게 젤 먼저 음식을 바치며 일월성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설이 온다. 놀이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명분은 자연이 인간에게 내려준 수확이나 새로운 한해의 기원을 올리는 제의가 우선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쉬면서 수확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먹는 데는 식구들이나 이웃들이 결부된다.
배가 부르면 또 놀이가 생각난다. 그런 만큼 농민들에겐 갖가지 축제의식이 벌어진다. 판을 위해서는 술과 음식과 놀이가 함께 어우러진다. 자연에서 어우러지고 행해지는 놀이는 격을 깨고 사람의 마음을 한층 너그럽게 한다. 그렇게 사람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이러면서 인간과 땅과 하늘과 혼연일체가 된다.
그 노는 기간이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줄곧 이어진다. 이때가 농사를 쉬고 일 년간의 수고를 회복하고 수확으로 충만한 축제의 기간이었다. 그리고서는 정월 대보름 달집을 만들고 1년 간 제일 달이 크고 밝다는 정월대보름달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순간 달집을 태우며 달에 대한 숭배와 소원을 빌고 한편으로는 액땜을 하듯 다 태워 버린다. 특히 물과 생산과 연관된 달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날을 기해 그해 사용할 농기구를 정비하고 씨앗을 가리고 농사를 짓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계기로 삼는다.
음력 1월 1월 설엔 태양을 기리고 정월대보름은 달을 기리면서 밝음과 뜨거움으로 대지를 달구고 인생을 달구고 생명을 싹틔우기 위해 불로써 새로움을 기약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과 인간의 순환리듬이 자연스러웠다. 해시 뜨면 일어나서 일하러 나가고 해가 지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자야하는 게 오랜 세월 인간이 지켜온 자연리듬이다. 허나 이러한 자연의 리듬이 요즘 들어 농경문화가 사라지고 물질문명으로 인해 일 년 내내 일을 해야 하는, 그래야 생존을 해결할 수 있는 기형적인 리듬이 되고 말았다. 화려한 인공조명을 밝히고 밤늦게 놀고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유전적으로 형성된 생명의 리듬이 깨어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우리에게 재앙이 오고 병이 오고 있는 듯하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어야하는 인체리듬의 파괴는 자연이나 인체에 해악을 끼치게 된 것 같다. 그런 액거리를 달집을 태우면서 모두 태워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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