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초식 / 좌우개궁사사조(左右開弓似射雕)

좌우개궁사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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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2초식 / 기마 자세에서 좌우로 활을 당겨 독수리를 쏘아 잡는 동작.

임진왜란 당시 조선은 왜국의 침략과 약탈을 당했다. 무기의 열세였다. 바다에서는 거북선을 앞세우고 뛰어난 전략으로 왜국의 해군을 제압한 이순신 장군의 노력이 있었지만, 조총을 활로 맞서긴 역부족이었다. 앞선 문명에 당한 것이다. 하지만 조총에 나오기 전까지 활을 그야말로 ‘최종병기’였다. 멀리서 날아오는 활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칼과 창을 아무리 잘 휘둘러도 허공을 가르고 날라오는 뾰족한 활살촉을 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민족을 중국에서‘동이족’이라고 부른데는 활이 큰 역할을 했다.동쪽의 큰 활을 다루는 민족’을 지칭했기 때문이다. 이(夷)자를 파자하면 큰 대(大)자에 활 궁(弓)자이다. 주몽은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지칭했고, 수많은 한민족의 영웅들이 활을 잘 다루었다. 최종병기를 잘 다룬다는 것은 전장의 최종승자가 될 수 있는 필수 조건이었던 셈이다. 조선을 창건한 이성계는 장군시절 하늘에 떠있는 달을 활로 맞추어 가까이 당겨와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적장의 눈에 활을 쏘아 격퇴했다고 한다. 그 장소가 바로 지리산 자락의 전북 남원시 인월(引月)면이다. 물론 과장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태조 이성계가 활의 명인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활을 잘 쏘려면 신체가 건강해야 했다. 특히 아랫배의 힘이 필수적이다. 튼튼한 두 다리로 전신을 버티고, 강한 팔로 활대를 밀면서 활시위를 힘차게 당겨야 목표물을 관통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자세가 바로 흉허복실(胸虛腹實)이다. 가슴을 비우고, 배를 채운다. 흔히 말하는 복식호흡이고, 선도에서 이야기하는 단전호흡이다. 아랫배에 힘이 있어야 힘을 쓸 수 있다. 현대말로는 코어근육이 발달해야 한다. ‘배짱있게 살아야 한다’에서 배짱은 바로 배가 짱짱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배에 힘이 없으면 허리가 굽어지고, 오장육부의 힘이 약화된다.
조선의 선비들은 활을 쏘면서 건강을 유지했다. 활을 잘 쏘지 못하면 한량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팔단금 2초식인 좌우개궁사사조는 활을 말을 타고 가면서 쏘는 자세이다. 말을 타는 자세는 기마자세이다. 허리는 꼿꼿이 세운 채로, 무릎을 굽혀 몸의 중심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몸을 낮추며 두 발끝이 밖으로 벌어지지 않게 평행을 유지한다. 바로 마보(馬步)이다. 이때 무릎 역시 밖으로 벌어져도 안으로 숙어져서도 안 된다. 달리는 말에 앉아 균형을 유지하듯 허벅지 한쪽에 힘을 집중한다. 땅에 서서 활을 쏘는 것보다 큰 힘이 필요하다.
좌우개궁은 전체 국면을 살펴 여러 방향에서 적을 공격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활을 쏠 수 있으니 한 손으로만 활을 쏘는 것보다 유능하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공격을 분산시키지 않고, 좌우에서 협공 당하는 상황에 몰리지 않게 된다. 동시에 갖은 계략으로 상대의 힘을 분산시켜 상대를 협공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한다. 때로는 군을 좌우 두 부대로 나누어 적을 견제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력군을 동원하여 중간을 돌파하기도 한다.
당나라 시대 안록산이 거란과의 전투에서 패하고 장안으로 압송되어 현종 앞에서 처분을 받기에 이르렀다. 현종이 안록산에게 물었다. “너의 무예 솜씨는 어떠냐?” “나는 오른손과 왼손으로 활을 쏠 수 있고, 18가지 기본 무예를 못 하는 것이 없다.” 현대의 프로야구선수가 좌타석과 우타석을 오가며 홈런을 치는 형국이다.
팔단금은 좌우 운동을 번갈아 한다. 골프와 테니스처럼 몸의 한쪽만 발달시키지 않는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좌우로 쏘는 자세가 바로 2초식의 핵심이다.
2초식에서 등장하는 또하나의 자세가 주먹을 꽉 쥐는 것이다. 활시위를 당기는 자세를 할 때 주먹을 꽉 쥐는 극력(極力)을 동원한다. 주먹을 꽉 쥐면 손가락과 손바닥에 기운이 간다. 현대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주먹을 잃어버린다. 평소 주먹을 쥐는 연습을 하면 손에 힘이 생기고 유지된다. 어린아이에게 잼 잼‘을 시키며 주먹을 쥐는 연습을 시키는 것은 손의 힘을 키우는 지혜이다. 나이 먹어서도잼 잼’을 해야한다. 주먹을 쥐는 요령은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손바닥 중심인 노궁혈을 향해 집중시키고 엄지손가락으로 말아줘야한다. 그래서 물이 가득 찬 세수대야에 말아쥔 주먹을 넣었다 빼도 손바닥엔 물이 묻지 않을 정도로 꼭 쥐어야 한다.
나에게 팔단금을 전수해준 백오 김성욱 선생이 만난 한 차력사는 팔단금 초식 가운데 2초식만 집중적으로 몇 년을 수련했더니 강철 판을 휠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고 한다. 백오 선생도 손가락에 힘이 생겨 유리창에 바늘을 튕기니 바늘이 유리창에 박히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실제 백오선생은 나와 함께 길을 걷다가 주목만한 차돌을 맨손으로 격파하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이들이 손에 힘이 없으면 수저도 제대로 못 잡고, 젓가락질도 못한다.
팔단금은 몸을 부드럽고 강하고 질기게 만든다. 마보를 하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활을 쏘아보자. 왼쪽으로 쏠 때는 왼손가락을 귄총 형상을 만든다. 엄지와 검지는 직각으로 힘차게 뻗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가능한 구부린다. 손목은 직각으로 꺾는다. 팔꿈치는 구부러지지 않게 뻗는다. 하늘을 향해 뻗은 검지손가락에 하늘의 가운에 내려와 팔을 거쳐 머리 정상의 한가운데 있는 백회혈까지 이어진다는 의념을 갖는다. 시선은 검지 끝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오른손은 극력으로 꼭 쥔 주먹을 어깨 높이로 천천히 반대 방향으로 당긴다. 단전에 힘을 주고 실제 팽팽한 활시위를 당기듯 힘차고 신중하게 당긴다. 절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쏜 활이 십리 밖으로 날아가 독수리를 쏘아 떨어뜨린다는 믿음을 갖고 자세를 취해야 한다. 최대한 하체는 마보를 유지한다. 힘이 든다고 상체를 세우거나 구부리지 말아야 한다. 왼쪽으로 한번 쏘고 오른쪽으로 한번 쏜다.
활시위를 당겨 멀리 하늘의 독수리를 향해 강력한 활을 쏘는 동작은 심폐의 기능을 강화하고 튼튼한 흉부 근육을 만든다. 또 팔과 다리 근육을 발달시키고 특히 허벅지의 안쪽 근육을 증강시킨다. 좌우로 활을 당기고 쏘았을 때에는 눈, 경추, 흉추, 요추도 따라서 좌우 회전 운동을 하는 것이다. 눈동자 안의 각상근을 단련하는 효과가 있어, 눈이 빠르고 손이 신속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우뇌와 좌뇌의 소통과 신체 각 부분의 조화 능력을 단련해 잠재능력을 발휘하고 기억력을 증강시켜 대뇌의 퇴화를 늦추고, 걸음걸이를 굳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자! 달라는 말 위에 앉아 활을 함차게 쏘아보자.


세부 동작 설명

1.두 다리를 모으고 전신에 긴장을 풀고 바르게 선다.
2.왼발을 옆을 두 어깨너비로 벌린다. 두 손을 앞으로 약간 모았다가 뒤로 제치며 약 10초간 숨을 멈춘다.
3.무릎을 반쯤 구부리며 숨을 길게 내쉬고 두 팔을 아래로 내린다.
4.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좌향을 바라보며

5.오른손은 주먹을 쥐고 왼손 엄지와 검지는 쫙 펴서 가위를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구부린채 손바닥을 편다.
6.왼손을 좌향으로 쫙 밀면서 방향을 조준하고
7.오른손 주먹을 활시위 당기듯이 강하게 최대한 당긴다. 시선은 검지 손가락을 노려보듯이 한다.
8.허리와 어깨에 힘을 풀고 상체를 우향으로 방향을 틀어준다.

9.왼손은 주먹으로, 오른손을 세 손가락을 말은 가위 모양으로 손목을 당겨준다
10.어깨와 허리의 힘을 풀고 상체를 우회전하여
11.전과 같은 동작으로 2차 좌향개궁사조를 한다.
12.왼손을 좌향으로 쫙 밀면서 방향을 조준하고

13.오른손 주먹을 활 시위 당기듯이 강하게 최대한 당긴다. 시선은 검지 손가락을 노려보듯이 한다.
14.허리와 어깨에 힘을 풀고 상체를 우향으로 방향을 틀어준다.
15.시선은 목표물을 강하게 응시하고 왼 주먹을 활시위 당기듯 힘차게 당긴다.

16.왼손 주먹을 펴고 양 방향으로 뻗어준다.
17.숨을 내쉬며 온몸의 긴장을 풀고 양팔을 내리면서 무릎을 세운다.
18.두 다리를 모으고 전신에 긴장을 풀고 바르게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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