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확신을 주어라·1

지휘자는 악곡에 대해 철저한 해석과 뛰어난 바톤 테크닉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해 내는 지휘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떤 지휘자는 악곡의 해석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어떤 지휘자는 바톤테크닉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통에 관한 것입니다.
결국 바톤테크닉에 관한 이야기죠.
아무리 분석을 잘 했다 하더라도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무대에서의 작업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의 맨 앞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악기 그룹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거의 쉬는 부분 없이 부지런히 연주합니다. 하지만 관악기들은, 특히 금관악기들은 지속적으로 연주하기엔 힘든 악기라서 작곡가가 중간 중간 쉬는 부분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런데 연주자들의 악보에는 본인이 연주할 부분에만 음표가 있고 쉬는 부분에는 마디수만 적어 놓습니다. 어떤 때는 100마디 이상 쉬는 부분도 있게 되는데, 연주자로서는 이 부분을 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휘자의 악보에는 모든 파트의 악보가 다 그려져 있고, 철저히 분석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연주자들은 100마디를 일일이 세지 않고 느낌으로 자기 차례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자기 차례가 가까워지면 지휘자를 주시하고 있다가 큐 사인을 받으면 자신있게 연주합니다.
만일 지휘자가 그 부분에서 다른 파트에만 집중해 있다면 그 연주자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자기 차례를 놓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입니다.

Share: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