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섬세하라 1)
음악 용어 중에 아티큘레이션 Articulation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음의 길이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하고 섬세함을 요구하는 분절법을 말하는데, 이 분절법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섬세하고 디테일 합니다.
저도 아티큘레이션에 관한 한 완벽주의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아티큘레이션은 음악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음을 길게 연주하고 어떤 음을 짧게 연주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스타카토(짧게), 스피카토(매우 짧게), 데타셰(음을 분리해서), 테누토(충분한 길이로), 레가토(부드럽게), 슬러(이어서) 등 많은 지시어가 있고 시대 별, 작곡가 별, 양식 별로 그 음 길이의 어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일은 대단히 섬세함을 요구합니다.
또한 클래식과 재즈의 분절법은 많은 부분이 달라서 충분한 공부와 해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맛을 내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렇게 장르에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 외에도 같은 한 박자의 길이를 연주하더라도 베토벤의 작품에서는 조금 충분히 소리를 내고, 모차르트의 작품에서는 보다 간결하게 연주해야 합니다.
이런 규칙은 작곡가들이 세워 놓은 건 아닙니다. 곡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휘자들이 해석한 결론입니다.
지휘자마다 해석에 차이가 있는 것은 지휘자마다의 취향과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지휘자나 이 아티큘레이션의 정확성과 섬세함을 위해서 연습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지휘자들이 지나칠 정도로 아티큘레이션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하나하나의 음들이 모여 장대한 교향곡을 이루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하나의 음 길이가 교향곡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섬세하게 따질 수 밖에 없고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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