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손을 놓지 않게

우주라는 허공에 둥둥 띄워놓은
푸른 별 하나
무한한 무중력 속에 둥실둥실 저 혼자 떠돌고
또 태양의 빛을 붙들고 돌고 있는
돌덩어리 하나 지구별
이글거리는 태양의 불꽃이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잘 매달려서 생명의 꽃밭을 가꾸기를!
훅ㅡ
궤도를 벗어난다면
어느 우주의 뒤꼍 어둠속으로 내동댕이치거나
타버리거나
어느 운석에 부딪혀서 소멸 돼 버릴지도
지금 지구가 마냥 아프다는데
아무도 그 신음을 귀 기울여 들어주지도 않고 있나보다
저쪽에서는
쿵쿵 나날이 증폭된 불꽃놀이를 수없이 해되고
이쪽에선
그저 한방에 부셔버리자는
광폭한 장난감만 생산하고 있으니
저 혼자만 이 별에 사는 생명체인가
귀중한 지구를 두들기며
욕망을 다 채우려는 건가
이 별의 주인도 아니면서
제 것만 챙기려하는 건가
그 욕망이 다 차도록 이 별이 견뎌줄까?
그 무한한 우주
0에서 와서 1이 되는 이 행성의 의도를 모르면서
자꾸 두들겨 패지마라
침묵하는 우주의 생명들이 함께 보관된 별이다
지구라는 텃밭에 키워가는 열매들이 매달리고
생명이 자라는 그 기운들이 빛을 붙들고
우주를 잘 돌게 하는 힘이 아닐까
해에게 지구를 잘 매달게 하는 에너지가 아닐까
온전한 생명이 없는 별은
태양이 먼저 손을 놓아 버릴 것이다.

시 정노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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