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래, 역사에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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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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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북한은 핵 선제사용 법제화를 단행하고 군사적 도발을 계속 감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전후 75년간 지속해온 안보정책을 전환하기 위해 3가지 방위문서를 각의에서 개정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동맹과 한일 간 협력의 기회를 넓혀 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의 협력체계 구축에 대해 중국은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만큼 북중러 관계도 개선될 것이다.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현재 국제 정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동맹국과 유라시아 중심의 중국과 러시아의 체제가 대립하는 ‘신 냉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한반도에도 전쟁이 일어날 요인이 가득 차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 위협 억제’라는 명목으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하고,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미국과 핵전력을 공유하겠다.”라고 밝혀 국민들이 한반도 전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놓았다. 대통령의 ‘확전’과 ‘전술 핵 배치’, ‘자체 핵 보유’ 등의 위험천만한 발언으로 한반도에 핵전쟁의 전운이 격화되고 있다. ‘신 냉전’ 하에서 한반도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한반도가 나아갈 길을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

전운이 감도는 위기의 한반도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한반도 위기는 종전과 차원이 다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에 핵 대결이 격화되고 있으며, 한일 관계는 일본에 끌려가는 형태로 나타나고, 중국의 노골적인 영토주권 침략이 진행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상 전환기 국제질서의 한복판에 자리했었다. 우리 민족은 파미르고원에서 발원하여 좋은 터를 찾아 동으로 이동하여 한반도에 자리 잡았다. 「영토학」을 전공한 필자의 우리 민족사와 국경의 변천사 연구는 「부동산적 역사관」에 근거한다. 「부동산적 역사관」은 “터를 잘 잡은 인종이 승자가 된다.”는 새로운 역사 방법론이다. 이것은 한나라의 산수지세나 한 개인의 주거지나 묘지가 그 나라의 국세나 개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양의 풍수지리설과 맥을 같이 한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지배·정복하는 역사의 부침은 그 국가가 지정학적으로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부동산적 역사관」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UCLA)의 다이아몬드 교수가 그의 저서 『총ㆍ균ㆍ쇠』(1998)에 근거하고 있다. 재러드 메이슨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 교수는 이 책에서 오늘의 일본인이 3,0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이주한 한민족의 후예라는 연구 결과와 함께 한ㆍ중ㆍ일의 연대기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적 역사관」은 단재의 논문에서도 나타난다. 단재는 『천고(天鼓)』제2권에서 “조선은 일찍이 예로부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어서 양국의 울타리 역할을 하여 피차가 서로 해를 입지 않도록 하였다. 이는 진실로 수천 년 역사가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조선인은 동양에서 평화를 보전한 공이 크다. 고려 말에 원 세조(世祖)가 길을 빌어 왜를 벌한다하였는데 조선은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 조선 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쳐들어 왔는데 조선은 자력으로 물리치지 못하고 명에 원군을 빌려 겨우 물리칠 수 있었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일본이 조선 문제로 중국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켰다. 무릇 수가 오면 수를 막고, 당이 오면 당을 막고, 거란이 오면 거란을 막고, 여진이 오면 여진을 막고, 왜가 오면 왜를 막아 반도를 훌륭히 보장하고 해양과 대륙의 양 민족을 나누어 놓은 것이 진실로 유사 이래 조선인의 천직이다. 열국들이 왜의 조선 병탄을 들어주었으니, 왜가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어 만주 땅을 어지럽히고 북쪽으로 몽고를 넘보고, 서쪽으로 산동을 점령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단재는 조선의 지형학적 특성과 함께 일본의 대륙 진출을 경계하였다.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대륙과 해양세력의 울타리 역할을 잘 해 왔으나 구한말 서세동점(西勢東漸)으로 열국의 교충지가 되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중일전쟁으로 이어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냉전으로 한반도의 분단과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이제 또 다시 ‘신 냉전’이라는 전환기 국제질서의 대격돌이 한반도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1월 프놈펜 한미일 성명에서 ‘북핵 위협 억제’라는 명목으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한데서 출발한다. 이에 기시다 정부는 12월 16일 ‘반격능력’ 보유를 명문화하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과 함께 ‘국가 안보 전략’에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표현하고, ‘북한 선제공격에 한국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등 한반도 재침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3대 안보 문서’의 ‘반격능력’은 ‘침략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위대가 한반도를 재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 대통령이 ‘미쓰야겐큐(三矢硏究)’의 ‘선제 타격’을 용인해 준 셈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는 ‘신 냉전’ 돌격대를 자임하였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서 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2023년 신년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공동 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북미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핵 선제공격의 공식화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핵무기 탑재 전략무기 군사연습을 한반도에서 전개하고, 북한은 전술 핵 탑재 모의공격 훈련을 실시하고, 핵정책을 법제화하였다. 이제 북미 대결은 핵 대결을 본질로 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한반도에서 핵 대결은 막아야 한다.

역사전쟁에서 이겨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지난 역사에서 확인되듯 전쟁은 영토분쟁에서 기인한다. 역사가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역사학은 영토 분쟁의 학문적 첨병”으로 정의하고, “역사학이 핵무기만큼 위험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국가 간의 대립은 역사문제로 귀결된다. 역사분쟁에서 이겨야 영토를 지킬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반도의 전운과 함께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중국의 ‘해양공정’이다. 고토회복을 위한 ‘해양공정’은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 갈 새로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국가 안보 전략’에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표시하여 독도 침탈을 노리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에 따라 막강한 해군력을 앞세워 ‘류큐제도(琉球諸島)’와 ‘이어도’를 동중국해로 편입하기 위한 해양공정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다. 중국은 머지않아 ‘이어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노골화 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자칫 잘 못하면 영토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영토분쟁에 대한 사전 준비가 미흡하면 전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본래 전쟁의 발단은 역사분쟁에서 시작하여 영토분쟁으로 나타나지만, 일단 분쟁이 발생하면 당사국 간의 자존심이 걸린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특성을 가진다. 그래서 분쟁 대상 국가들은 영토분쟁 해결을 외교의 첫째 목표로 추진하게 된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영토분쟁도 단순한 역사분쟁을 넘어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위기 사항은 북미 대결에서 비롯되어 일본의 재무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전쟁’과 ‘핵무장’ 발언에서 점화된 측면이 있다. 북미대화와 남북대화 가능성이 차단되어 위기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하지 않다. 현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북한과 ‘강대강’ 대치로 격화된 한반도의 전운을 걷어내고 일본과 중국의 영토침탈에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중국은 1915년부터 1980년까지 65년 동안 제작한 19종의 「중국국치지도」에 역대 중국 왕조가 차지한 최대 판도와 비교,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잃어버린 땅’으로 표시하고, 이를 회복하려는 ‘해양공정’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고토회복 전략에 우리가 적극 대응해야 하는 것은 「중국국치지도」에 나타난 중국의 영토의식 때문이다. 중국은 “조선의 역사가 기원전 1122년 또는 기원전 1046년에 기자조선으로부터 시작되어 위만조선과 한사군, 삼한, 삼국,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어떤 때는 독립국으로, 어떤 때는 조공국으로, 어떤 때는 속국으로 입장이 바뀌다가 1636년에 병자호란을 통해서 완전하게 속국으로 만들었지만,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조선에 대한 지배권이 약화되었고, 1905년 을사조약과 1910년 한일합병으로 지배권을 완전히 일본에 넘겼다.”라고 지도에 명시하여 교육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종전의 동북공정과 독도 영유권 주장과는 달리 무장력, 특히 해군이 직접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영토를 그냥 내어주지 않는 한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과 지나의 5000년 국경변천사 연구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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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학자들은 한국을 동양의 발칸이라고 한다. 과거 크림전쟁과 근세 세계대전은 모두 발칸에서 비롯되었고, 한국 역시 근세 동양 열국의 요충지가 되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조선 문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발칸은 소국이 병립하고 여러 민족이 섞여 있지만, 조선은 예로부터 통일 국가를 이루고, 순수한 단일민족을 유지한 것이 발칸과 다르다. 이것이 한국의 지형학적 힘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으로 한국은 단일 민족으로 대륙에서 일어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제 대륙파워와 해양파워 사이에 낀 반도국가에서 대륙국가로, 세계 중심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와 대한민국의 위상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후 질서에 반해 유럽 내 영토 장악을 목적으로 일어난 최초의 전쟁이지만, 러시아가 얻고자 하는 목표와 궁극적인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쟁은 파멸만 있을 뿐이다. 핵전쟁 위기로 ‘코리아 리스크’는 안 된다. 한반도의 격화되고 있는 전운을 지우고 한반도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국가가 힘이 있어야 국민을 보호하고, 민족정신이 강렬해야 역사를 지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결정적 위협과 일본 및 중국과의 영토분쟁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윤석열 정부의 긴요한 조치를 기대한다.

조병현(역사평론가/영토학자)

조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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