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진서)는 중국 글이 아니고 우리글이다

나라이름도 자기이름도 땅이름도 관제명도 물건이름도 말 쓰는 것도 모두 진서(한자)로 쓰던 우리 겨레의 글이 남의 나라 글로 여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동쪽 바다니까 동해(東海)요 아주 엄청나게 큰 빛을 내니까 태양(太陽)이다. 먹는 일이 식사(食事)고 책을 상위에 놓고 보니까 책상(冊床)이다. 물길이 낮은 데로 열려 내가 흐르니까 개천(開川:열개, 내천)이라고 말한다. 가운데를 왜 중간이라고 말하나? 끝부터 끝의 가운데 사이에 있는 자리를 중간(中間)이라고 말하고 품삯을 임금(賃金)이라고 쓴다. 품을 뜻하는 임에다 돈(쇠)을 말하는 금이니까 그렇게 쓰는 것인데 돈이 왜 쇠냐고 묻는다. 소리 값(音價)이 금이요 뜻(意味 또는 訓)이 쇠다. 옛날에 은을 하얀 쇠 즉 ᄒᆡᆫ쇠(白鐵)라고 썼다. 신에게 바라고 비는 것을 기도(祈禱)라고 쓴다, 희망사항(希望事項: 간절하게 바라는 일들의 목록)을 구하고 정성을 드려 제사를 올린다. 신이나 조상께 제를 받들어 모시니 제사(祭祀)라고 말한다. 오만가지 물건을 만물(萬物)이라 한다. 깊은 밤을 심야(深夜) 밭과 논을 전답(田畓) 가을걷이를 추수(秋收) 길이 여기저기 망라(網羅:그물처럼 펼쳐있다)해서 걸쳐 있으니까 도로(道路)라고 말한다. 지금은 자녀(子女:아들 딸)를 안 나려고(出生) 피(避)한다. 빈곤(貧困)했던 60년 당시는 산아제한(産兒制限)을 나라(국가:國家)에서 권(勸)하고 한 집(일가구:一家口)에 두 사람만 낳아도(出産) 삼천리(三千里) 강산(江山)이 초만원(超滿員)이라는 표어(標語)가 온 나라(全國)에 나붙어 게시(揭示)됐던 때(時節)가 있었다. 벌거벗은 몸을 나체(裸體벗을라, 벌거숭이라. 몸체) 소젖을 우유(牛乳) 늙은 사람을 노인 (늙을노 사람인:老人) 머슴애와 계집애는 남녀(男女:사내남, 계집녀) 어린애는 유아(幼兒) 방안이 실내(室內)요 눈병을 안질(眼疾) 더럽고 싫은 것은 추악하다고 한다. 마땅히 그러한 일은 당연지사(當然之事)라고 문자를 쓰는 사람들이 흔하다. 몰래 꾀하는 짓거리를 음모(陰謀) 먼저 나고 뒤를 이은 무리를 선후배(先後輩:먼저선, 뒤후. 무리배) 사고팔게 만든 마당을 시장(市場) 빌려 쓰는 것은 차용(借用:빌차, 쓸용) 기름을 부어 넣는 곳 주유소(注油所) 고기 잡는 그물이 어망(魚網:고기어, 그물망) 나물과 고기를 먹다 채식 육식 (菜食 肉食) 밥그릇은 식기(食器:밥식, 그릇기) 씻어 내는 것을 세척(洗滌) 틀을 기(機) 식기 세척기가 뭔 말인가? 금방 알아듣는 물건이름이다. 물ㅅ기가 젖은 땅 습지(濕地) 자리에 빠진 것 결석(缺席) 날아다니게 만든 틀 비행기(飛行機) 숫자를 헤아리다 계산(計算) 지은이 저자(著者) 나무 심는 날 식목일(植木日) 스무엿새 이십육일 처음 셋째ㅅ날 초삼일(初三日) 이순신, 호태왕, 윤관, 유관순 같은 이름들이 다 한자다. 먹는 물 식수(食水), 가르치고 길러 냄 교육(敎育), 생긴 대로 쪼개서 나눠 갈라놓은 것 분류(分類), 나드는 문 출입구(出入口:날출, 들입, 입구 ), 소리를 펴냄 발음(發音:필발, 소리음), 기억을 더듬어 생각하는 날ㅅ자 기념일(記念日), 책을 읽다 독서(讀書:읽을독, 글서), 사고파는 사람 상인(商人), 몸을 서로 섞다 성교(性交) 또 그 움직임 성행위(性行爲), 자리에 앉다 착석(着席), 아버지 어머니 부모(父母), 때려 치다 타격(打擊), 다투면서 빼앗다 쟁탈(爭奪), 그 싸움을 쟁탈전(爭奪戰), 아무 일 없이 편히 지냄 무사태평(無事泰平), 풀은 이야기 해설(解說), 남은 자국 흔적(痕迹), 몸이 얼어 상한 것 동상(凍傷), 미꾸라지ㅅ국 추어탕(鰍魚湯), 불을 때 물을 기화시켜 안개 같은 작은 물방울이 된 수증기(水蒸氣), 거칠게 불어 닥치는 바람 폭풍(暴風), 뒤에서 불어 채면 후폭풍(後暴風), 뜨거운 기운을 막아 끊는 것들 단열재(斷熱材), 반드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옷을 입혀서 현장에 들여보내다 구명복착용 투입(必히 求命服着用投入), 가까이 호위하는 군대 친위대(親衛隊), 맑은 술 청주(淸酒:맑을청, 술주), 돈이나 물건 드나드는 내용을 쓰다 기장(記帳), 처음으로 만들어 짓다 창작(創作) 등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일상에서 흔하게 쓰는 말을 쓰자면 끝(限)이 없다. 어떤 말은 한자가 더 쉽게 다가와 친근감이 더 있는 말씨도 쌔고 쌨다. 내가 한자가 우리글이라고 주장하며 다 알고 있는 문ㅅ자를 쓰지 않고 뜻이 다른 어려운 글자를 썼다고 사자성어 출처를 밝히는 문장을 소개하는 글을 보고 어떤 분이 왜 이렇게 어려운 한자를 굳이 우리글이라고 주장하고 있느냐는 취지로 댓글을 달았다.

위에 나열한 낱말(單語)은 설명을 드리려고 뭘 들여다보고 쓴 게 아니고 그저 늘(恒常) 신문잡지(新聞 雜誌)나 책(冊)에서 보는 말투고 평상생활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언어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을 뿐이다.

우리가 쓰는 일상의 말들이 다 진서로 표명하여 왔기에 글은 몰라도 말에는 팔 할 이상이 한자로 만든 단어를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자를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하며 주인임을 포기해 버린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모두가 무감각하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내가 지껄이고 듣고 남과 소통하는 말이 내 말이고 내가 기록하는 것이 내 글이다. 남의 것이 아니다. 다른 데서 빌려와 쓰는 게 아니다. 모태부터 어머니하고 소통하며 나면서 식구들과 함께한 나의 언어요 자라면서 익힌 글이 내 글이지 어떻게 남의 언어고 남의 문자인가?.

약소국이니까 아무 말 못하고 지내 왔다. 만약에 한자가 우리가 만든 우리글이고 당신네들이 우리 한테서 빌려 쓰는 것이라고 역대 중국에 항의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주장한 사람은 말 할 것도 없지만 삼족 아니 구족이 멸하는 극형을 받았을 것이다.

중국 사서에 자기네 보다 몇 천 년 전 앞서 글이 있었다라고 밝힌 글도 보았고 갑골문은 한국인이 아니면 풀지 못한다는 말도 금문의 대가 소남자로부터 들은 말도 있다.

신학문이 들어오기 전에는 모든 책이 한문책이었다. 내가 음가로도 중국 글이 아니라고 많이 소개를 했기 때문에 이제 뜻으로 증명하고자 집필 중에 있는데 나중에 자세하게 전 국민이 문자를 논할 때에 우리가 중주국이라는 확신이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책을 꾸며 볼 생각이다.

글 | 제환명(문자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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