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도시락,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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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

지루한 장마도 끝나고 나면 어느 덧 8월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다.
옛 어른들은 머리가 데일 것 같다는 표현으로 뜨거운 태양을 탓하기도 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온천 스파(SPA)나 가보자고 집을 나섰다.

윤봉길 사당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길을 나서니 어느 새 피었는지 선홍 빛 무궁화 꽃이 줄지어 반기고 있다. 요즘 보기 드문 꽃인지라 반가움에 왠 무궁화가 이렇게 많이? 하고 들러보니 윤봉길 사당과 생가터 가는 길이었다.
‘아하~’ 그래서 무궁화가…
무궁화가 국화(國花)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잊혀져 가는 꽃이다. 지루한 장마를 이겨내고 데어 죽을 것 같은 폭염 속에서도 꽃을 피워 내어 있는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도 같은 꽃이다. 길고 지루했던 일제강점기를 이기고 호된 식민탄압에도 고운 선홍빛 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은 천상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인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무궁화 꽃에 끌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등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서 줄 지어 있는 무궁화를 보노라니 어릴 적 우물가, 밭뚝, 담벼락, 한 모퉁이 등 눈만 돌리면 보이던 무궁화 꽃이 생각난다.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몰랐던 꽃이었다. 참 오랫동안 무심하게 잊고 살았던 세월처럼 그렇게 무궁화도 잊고 살았다. 무엇이 그렇게 바빴을까?


애국지사의 선영에서 무궁화를 보고 있노라니 살아 온 세월의 무상함과 부끄러움이 함께 밀려온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달려왔을까?
생가터에 마련된 기념관을 둘러보다가 ‘도시락 폭탄’에 인생을 건 젊은 청년을 보았다. 그에게 제1의 인생 목표는 국가였다. 내 나라가 없이는 나도 자식도 없다는 것을 몸을 던져 실천한 젊은이!
지금처럼 나라 세금으로 받는 시골 복지혜택도 한 푼 누려보지 못한 이름 없는 시골 청년이었다. 복지혜택 운운하며 모든 걸 나라에서 책임져 주길 바라며 투정 부리는 게으른 국민은 한 번쯤 각성하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이런 애국지사 덕분에 평화로운 나라에서 안락하게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하자.
생각할수록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꽃이다.
하필 8월 15일 광복절(光復節) 즈음에 만개하는 것도 신기하다. 한 송이가 지고 나면 옆에서 또 한 송이가 이렇게 무수히 피고 지며 한 그루의 커다란 꽃나무를 이루는 것도 그러하다. 마치 이름 없는 애국지사의 선혈처럼 여기저기 서로 다투어 꽃을 피우며 큰 나무를 이룬다.

광복절엔 폭탄 도시락을?
독립은 어부지리로 얻어 걸린 것이 아니라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한 송이 한 송이 서로 다투어 꽃을 피우듯 흘린 피땀의 결과인 것을…
꽃도, 광복절의 감격도 애국지사의 선혈도 무궁화꽃만큼이나 추억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었는데, 열탕에서 냉탕으로 몸을 던지며 온 몸에 소름 돋도록 뼈아픈 각성을 하며 다짐 해 본다. 부끄러운 삶이었지만 이제 부터라도 좀 더 치열하게 열심히 살으리라!
광복절(光復節)만이라도 윤봉길 의사가 모든 걸 걸었던 ‘폭탄 도시락’을 먹으며 나라 사랑의 마음을 감히 가늠해 보려 한다.
폭탄처럼 화끈한 도시락으로 울분도, 슬픔도, 초라함도 다 날려 버리고 다시 내 인생의 출발점으로 힘차게 고고(GO GO)!


광복절에 먹는 폭탄 도시락

준비용기

사각 옛날 도시락 용기나 동그란 용기(혹은 포장용 도시락)
밥 콩이나 보리를 섞은 잡곡밥


속 재료

1. 청양고추 2개 정도 다진다.
2. 베트남 쥐똥고추 2개 정도 곱게 다진다.
3. 1+2에 고춧가루를 넣고 고추기름을 낸다. 양파, 단무지, 마늘도 다져 준비한다.
쭈꾸미(낙지, 돈목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위의 고추기름에 볶는다.

※ 양념된 쭈꾸미를 도시락 아래에 깔고 위에 밥을 덮어준다. 그 위에 상추, 쑥갓을 얹는다.
­※ 먹을 때는 도시락 채 흔들어서 먹는다.

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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