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문화 사랑방

여성골퍼들이 장악할 날도 멀지 않았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비교적 감성의 분위기가 강한 스포츠가 골프다. 대 자연에 나가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코스에서 풍광을 즐기며 한껏 멋을 뽐내는 감성의 공간이다. 골프 자체의 속성은 너무나 여성적이지만 골프역사에서 여성과 골프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최초의 여성 골퍼는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극적으로 끝났고 그런 비극적인 암시는 현실화되어 이후 200여 년간 여성은 골프장에 얼씬도 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여성골퍼가 급증하면서 남성들만의 클럽문화는 서서히 잠식되고 점차 여유시간이 늘어난 여성들에게 코스가 개방되면서 결국은 여성이 골프장을 장악하게 된 지경에 이르고 있다.

1990년도 이전엔 여성 아마 골퍼는 드물었다. 그리고 명문 골프장 하면 여성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아마 그 당시만 하더라도 클럽문화가 남성들만의 문화로 출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는 남성들로서도 선택된 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그들만의 격의 없는 클럽문화 공간이었고 남성들이 넘쳐 났던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명문이고 여생 내장객이 주중에는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부부 골퍼가 늘어나면서 골프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부부끼리의 금슬 골프는 보기에도 매우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가 없다. 현재의 골프 문화가 친구 또래 문화에서 가족 문화로 전환 되어 가는 과정이다. 여성이 골프에 주류로 나서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골프장에 가보면 주중엔 대부분 여자의 수가 더 많은 경우를 볼 수 있다. 물론 골프연습장을 포진해 있는 이들도 여자가 대세다. 우선 남성은 주중엔 거의 근무 중이지만 집에 있는 여성들은 시간적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들은 친구들과 취미활동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골프에 입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회원권의 특전으로 인해 가족회원우대제 때문에 여성 골프들이 대거 필드로 나와 혜택을 받고 있는 것도 여성골프 붐에 한몫하고 있다. 또 골프에서 추구하는 미학적인 포즈와 초록 잔디와 광활한 초원에서 뽐내는 패션 감각과 명품들을 과시하는 등 한껏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해방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햇빛과 관련된 건강문제 선탠문화와 각종 피부들과 관련된 화장품들의 품평장이 될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지루한 운동방식을 공을 치면서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다는 운동학적인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한 실내 공간인 사우나 문회에서 탈피 대자연 공간으로 이동해 수다를 풀며 스트레스를 푸는 심리적인 해방공간으로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최근 골프장에선 여성골퍼를 상대로 호객이 시작되고 있다. 골프장에서는 비어있는 시간대에 여성을 끌어당기기 위해서 ‘여심을 잡아라’는 구호로 많은 혜택을 주면서 여성 고객 잡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재력이나 가정사에서 여성의 입김이 세지면서 골프주류로 떠오르는 여성의 입지를 감안해 골프장 측에서 여성골퍼들을 공략하는 상생의 이벤트를 벌려가고 있다. 실제 골프장에 나가보면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엔 남자들로만 팀을 구성했지만 요즘엔 으레 팀마다 여성골퍼가 한 둘은 끼여 있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남자들만의 밀실이었던 골프장 문화에선 남자들만으로도 미어져 나갔던 코스였다. 여성골퍼의 필드 행은 눈꼴스럽고 남성영역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또 인체학적으로도 맞지 않아 경기흐름을 막는다는 이유로 되도록 함께 라운드를 꺼려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골프 주축들인 남성들의 기세가 약화되면서 남성들만의 팀 구성 확보가 더욱 난감해 지고 한꺼번에 4명을 한 팀으로 모우기가 힘들어졌다’고 모 골퍼는 고백하고 ‘어쩔 수 없이 주변의 여성들을 데리고 나와 팀을 만든다. 하지만 같이 해 보니까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느낌을 주어서 플레이가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경기침체나 비즈니스 상 바쁜 일정 등으로 골프를 이탈하는 남성골퍼들이 많고 갈수록 줄어드는 골프동반자들이라서 여자가 끼여야 겨우 팀을 구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남성끼리는 팀 구성도 어려울 정도로 세상은 변해갔다. 골프장에도 자본주의가 잠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경제가 흘러든다면 바야흐르 골프장도 여성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사랑방으로 변할 날이 멀지 않았다.

글| 정필모(골프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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