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으로 피어난 紙花

사단법인 한국전통지화보존회이사장 승화장(僧花匠) 정명스님


“꽃을 장엄하게 만드는 게 제 수행입니다.”
사찰 연화세계 주지로 있는 정명스님은 한국 최고의 지화(紙花)의 장인 승화장(僧花匠)이다.
지화는 종이로 꽃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정명스님은 그중에서도 연꽃 등(燈)을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님은 최근 “2022 자랑스런 한국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40여 년 수행으로 피워낸 아름다운 연꽃
경기도 청평 연화세계 작업장에서 스님은 정성스럽게 연꽃을 만든다. 스님은 “질 좋은 한지를 재단해 연꽃잎을 만들고, 연꽃잎에 전통염색을 하고, 뼈대를 잡고, 그 위에 연꽃잎을 붙이는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한곳으로 모여요. 수행이 아니면 못합니다. 수행의 마음이 아니면 연꽃등이 예쁘게 만들어지지도 않아요.” 스님은 40년 동안 연꽃 등을 만들어 세상을 비춰주는 등불이 되고 있다. 스님은 매년 열리는 연등 행렬과 연등회에 쓰이는 연꽃 등을 만들어 왔고, 큰스님들의 열반의식 등 불교계 주요 행사에도 꽃장엄을 해왔다. 연등회 행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이 되면서 스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스님은 “제가 연꽃등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40년 전에는 주로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등을 썼어요. 설령 종이로 만들었다 해도 연꽃잎 수십 개를 만들어 붙인 게 아니라 종이 한 장을 뼈대에 붙인 단순한 것이었어요. 그때 연꽃이랑 똑같이 생긴 등을 부처님께 바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제대로 된 연꽃등을 재현하기 시작했어요. 염색도 천연염색으로 바꿨어요. 노란색은 치자를 썼고 분홍색은 홍화꽃을 썼으며 붉은색은 소목(蘇木)을 사용했어요. 천연염색을 하면서 염색물 때문에 지문이 다 닳았죠.” 연꽃 등 명맥을 지켜오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연꽃 등을 만드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사찰 관리가 안 됐다. 신도들은 노골적으로 ‘꽃만 만드는 스님’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며 “서울 사찰에 있을 때 법회를 하고 상담을 하고. 절 살림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신도들이 안 좋아했다. 그래서 제가, 이 세상에는 사찰도 많고 스님도 많다. 하지만 부처님께 꽃을 만들어 공양을 올리는 절은 여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경변상도재현


스님은 “열세 살부터 고향인 경북 문경에 있던 성불사에서 스님 일을 도와드리기 시작한 게 인연이 되어 불교와 가까워졌어요. 열여섯 살 때 머리를 깎았는데 지화 만드는 건 스무 살에 배웠어요. 살 잡고 종이 붙이고 하는 걸 시작했죠. 지금은 전기로 불을 밝히지만 그때는 연꽃등 안에 촛불을 넣었어요.” 연꽃 등 하나를 만드는 데는 재료가 이미 준비돼 있더라도 꼬박 2시간 정도 걸린다. 한 잎 한 잎 한지를 오리고(원래 연꽃잎은 15장이지만 연꽃등은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 많은 꽃잎을 붙인다), 틀을 잡고 염색하고 말리는 과정을 40년간 반복하면서 스님은 점점 부처님께 가까이 가고 있다. 그렇게 평생 만들어 온 수천 개의 등이 세상을 비췄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스님이 서울을 떠나 청평 연화세계에 온 것은 연꽃 등을 만드는 데 전념하기 위해서다. 스님은 자신만의 연꽃등 제조법과 염색기법으로 특허를 냈고 전국 사찰에 보급하는 일도 하고 있다. 지금은 줌(ZUM)으로 스님들과 일반인에게 연꽃등과 지화를 가르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다양한 지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스님은 “늘 어렵다. 고생스럽다. 그래도 장엄(莊嚴·불상이나 불전을 꾸미는 일)된 지화를 보면 모든 고생을 잊어버리게 돼.” 이렇게 말한다.
스님은 보통 스님들은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하지만 연꽃 등 만드는 일 만큼은 계승됐으면 좋겠다. 연꽃은 불심의 상징이다. 진흙 밭에서 자라고 꽃을 피우지만 때를 타지 않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연꽃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작은 소망이자 꿈이 있다. 연화세계가 위치한 인근에 전시관-체험장을 만드는 일을 구상하고 있다. 자신의 기능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전승되는 게 스님의 소망이자 꿈이다. 그래서 이곳에 지화연구소를 세웠다고 한다. 맡겨진 소임과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혼’을 쏟겠다는 스님. 국민 어느 누구라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지화(紙花) 체험장 건립이 이루어지길 간곡하게 기대해 본다.


전시 개최
쫶 2010년‘빛으로 잇다’라는 주제로 북한 등 정명은 지화 종이 장엄
쫶 2011년 ‘종이로 피어나다’
쫶 2012년 ‘깨달음의 꽃’전통지화전, 제1회 불교지화장엄전승회 회원전
쫶 2013년 ‘염화미소’ 제2회 불교지화장엄전승회 회원전
쫶 2014년 ‘꽃, 자연으로 물들다’
쫶 2015년 정명스님의 지화장엄전
쫶 2015년 ‘연화장세계’
쫶 2015년 정명스님 생전예수재 지화장엄전
쫶 2016년 ‘1580년 조선시대 감로탱화 재현전’
쫶 2016년 불교지화장엄전
쫶 2017년 第2回 16世紀 朝鮮時代 감로댕화再現’正明스님 個人特別招待展
쫶 2017년 정명스님의 지화전, 종이로 피운 供花의 세계
쫶 2018년 제4회 고려불화 전통지화 재현’정명스님 개인특별초대전
쫶 2018년 고려불화 전통지화 재현’정명스님 개인전 불교지화 워크숍
쫶 2019년 한국전통지화 회원전(조선시대 궁중지화 재현전)
쫶 2019년 정명스님 개인전, 한국전통지화 회원전
쫶 2020년 제6회 정명스님 한국전통지화 개인전
쫶 2020년 지화장엄 회원전
쫶 2020년 제9회 대한민국 공예 대상전 초대 개인전 조선시대 감로탱화
쫶 2020년 화산 용주사 효심으로 나툰 불심의 세계
쫶 2020년 피카디리 국제미술관 단체전시 출품
쫶 2021년 제2회 피카디리 K-아트 프라이즈 지화 출품
쫶 2021년 제 24회 대한민국 공예 공모전
쫶 2021년 제 3회 앙데팡당 KOREA 피카디리 국제예술제
쫶 2022년 아시아명인 초대 개인전
쫶 2022년 불교지화장엄전 회원전


세미나
쫶 2013년 ‘불교지화장엄의 세계화 전승현황’학술 세미나
쫶 2015년 ‘전통불교지화 전승양상과 문화재적 가치’학술 세미나
쫶 2017년 ‘불교지화장엄의 재조명’학술 세미나

프로필
쫶 現 국가무형문화재 /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 연등회 장엄도감
쫶 現 불교지화장엄전승회 회장
쫶 現 사단법인 한국전통지화보존회 창립 이사장
쫶 現 한국불교 비구니 꽃꽂이회 자문위원
쫶 現 대한불교꽃꽂이연합회 자문위원
쫶 現 전국비구니회 부회장
쫶 아시아 명인 제5호 지화장엄
쫶 대한민국 명인 제16-464호 불교지화
쫶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 취득(2021)
쫶 세계명인 불교지화 부대표
쫶 2022년 10월 18일 지화세계명인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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