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방송에서 인기리 방송하는 미스터리특공대에서 밝힌 진실이란다.
그 프로에 출연한 정신과 의사와 한의사는 신병神病을 치유한 경험이 있고 치유할 수 있는 정신병이라고 하였다.
특히 정신과 의사는 10대 때부터 쉰 살이 넘을 때까지 40년을 넘게 무업을 해오던 박수가 무당 생활이 싫다고 하여 치료를 하여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었다고 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신병을 사수邪암라고 하여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으며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오랜 세월 계속되어 온 무당들은 모두 정신병자라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으니 치료가 가능하였고, 현대에 와서는 정신과에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우리 사회에 무당이라는 단어는 사라져야 하고, 무당들은 존재해서도 안 되는 사람들이다.
즉 무당들은 정신병을 치료하지 못한 환자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무당집에 드나들면서 무꾸리를 하고 굿이나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은 정신병자에게 귀한 돈을 주고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대한민국 사람들 중 무당집에 한 번쯤 점을 보러 가지 않은 사람이 극히 드물 것인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신병자에게 놀아나는 정신병자보다 더 정신없는 사람들일까?
난 단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방송국에서 사례로 나왔던 사람들과 정신과 의사가 치유했다는 40년 된 박수는 진정한 무당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의사에게 치료하여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는 무당 박수는 아마 무당이 되지 않아도 가능한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무당들의 탐욕이 빚어낸 슬픈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신을 받지 않아도 될 사람을 억지로 신을 받게 해 준 무당들의 탐욕이 결국 이렇게 신을 부정하고 무당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태까지 왔다.
무당이 될 사람과 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있다.
신병을 앓는다고 다 무당이 되는 것도 아니다. 허주쪹가 와도 신병이라는 정신병을 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무당들이 신병神病과 무병巫病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류들이다.
즉, 굿만 하면 나을 수 있는 귀신병을 신병이라고 하고, 굿을 하고 난 뒤 무당이 되어야 하는 병은 무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무당들이 이런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무당들이 구분하지 않으니 방송에서도 구분하지 않는다. 무당이나 방송에서 신병과 무병을 구분할 수 없으니 이런 방송이 나오는 것이다.
방송에서 간과하고 지나간 것은 바로 신병과 무병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무속 전문용어로 허주虛主와 참신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병을 앓는다고 하면 내림굿을 하여 무당이 되는 것이다.
예전엔 무당이 되기 위해서는 구업이를 파와야 한다. 구업이란 무당들이 죽을 때 자신이 사용하던 무구를 무덤에 파묻었거나, 아니면 죽기 전에 숨겨두거나 땅속에 묻어 둔 무구, 즉 방울이나 엽전 등을 찾아내는 행위를 이야기한다.
이런 구업이를 파 와야만 진정한 무당으로 인정하였지만 지금은 이런 구업이를 파오는 무당은 극히 드물다.
요즘은 무당이 되고 난 뒤 이런 구업이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회가 복잡해지고 생활양식이 다양해지다 보니 각종 질병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의학으로 밝힐 수 없는 원인 모를 병도 많이 생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신 계통의 병이 더욱 기승을 부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신병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신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신을 받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무당들의 잘못이 크다. 신병을 앓는다고 다 무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탐욕에 눈이 어두워 너도나도 내림굿을 시켜 무당 아닌 무당을 만들다 보니 오늘날 무당도 치료를 하면 일반인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방송이 나오게 되었다.
방송의 내용과 같이 무당들도 정신과 치료를 하면 평범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무당으로 잘 나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직업을 팽개치고 무당을 안 하겠다고 그런 치료를 감행할까?
또 무당 모두들을 정신과 치료를 한다고 전부 치료될 수 있을까?
미스터리에 출연한 의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하면, 현재 무당들 중 절반 이상은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무당들 중 절반 이상은 신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얼마 전 모 케이블 TV와 인터뷰를 하였다. 주제는 신병이었다. 필자는 신병과 무병을 설명하고 신병은 굿을 하여야만 낫는다고 하였더니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미스터리 방영을 보니 필자가 틀렸다고 인정할 수도 있다.
신병은 현대의학의 정신과에서도, 동의보감의 한의학에서도 치유할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신병은 귀신의 장난으로 얻은 신병이 아니라 현대의학이나 한의학으로 명확하게 병명을 뽑아낼 수 없는, 원인을 모르는 병을 신병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과연 신병을 정신과적으로 한의학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면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의지하며 지켜 온 무교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내려야 할 것인가?
수많은 역사책에 기술된 무당 관련 부분들은 정신병자들의 기록일까?
지금 이 시각에도 무당집을 드나들며 점을 보는 많은 사람은 정신병자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어리석은 사람들일까?
무교에 미쳐 반평생을 바친 필자도 역시 정신병자가 아닐까?
신을 믿고 따르는 무당들이 정신병자의 집단이라면 신은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라는 것일까?
기독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에서 숭배하는 신은 존재하지만, 무당들이 믿고 따르는 신은 허구로 정신병자들의 환상이라는 것일까?
미스터리에 출연한 무당들은 정신병자로 취급받지는 않았을까?
내림굿을 하고 다시 의학적인 치료로 들어간 무속인은 진정 신병이었을까?
예전에 무당들은 내림굿을 하기 전에 반드시 허주굿을 하는 이유가 이번 방송으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무병을 앓는 사람이라도 반드시 허주굿을 하여 무당이 될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려야 할 의무가 있는 무당들이, 자신의 본분을 잃어버리고 탐욕에 눈이 어두워 무조건 내림굿을 한 결과 무당 전체가 정신병자가 되어 버린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본디 무당은 병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내림굿을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방송에 나가면 금방이라도 유명해져 신당에 손님이 물밀 듯이 올 것이라고 착각하여 너도나도 출연하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출연하고자 하는 방송이 어떤 내용인지 무속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 방송인지를 한 번쯤 살펴보고 출연을 결정하는 성숙함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무천문화연구소 소장
문화예술학 박사(민속학)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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