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우와! 드디어 찾았어.”

태양이이 시커먼 돌같이 생긴 알을 들고 소리쳤다.

산꼭대기에서 떨어뜨린 알이 어찌된 셈인지 산 아래까지 굴러와 있었다. 아무리 알같이 생겼다고 해도 겨우 타조 알만한 시커먼 돌덩이와 같았다. 그런 것을 산 속에서 일부러 찾으려면 산을 다 뒤지고 다녀도 결코 눈에 띄지 않을 텐데, 너무도 우연히 그것을 밟게 되니 우연이 우연 같지가 않고 의도 된 것만 같아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마 그들이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다른 알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야! 어떻게 또 그렇게 찾나.”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돕는 거 같다.”

“내 실수는 이제 해결 된 거야. 뭐라고 하지 마.”

“근데 이건 가짜가 아니었어?”

“그래도 일단 두 개를 다 가져가보자. 솔직히 우리가 뭘 알겠어. 괜히 하나 버렸다가 엉뚱하게 낭패 볼 일이 생기면 어떻게. 기왕 찾은 거 밑져야 본전인데 놓고 갈 필요는 없잖아.”

태양은 검정 알은 엄마 배낭 백에 넣었다. 그리고 나중에 용한테 뺏어온 온 알은 엄마가 품에 지녀야 한다고 해서 티셔츠 안에 넣고 셔츠를 바지 안으로 꼭꼭 밀어 넣어 빠지지 않도록 잘 여몄다.

“내 생각엔 차라리 가방에 넣는 게 안전하고 나을 것 같은데. 이게 뭐야, 꼭 임신한 거 같아.”

태양이가 불뚝 나온 배를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그들은 초원과 숲이 이어진 길을 한참을 걸었다. 그러자 또 앞에 강이 가로 놓여 있었다. 이번에도 강을 건너야 할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는 더 이상 갈 방법이 없는 거 같았다.

“어떻게 해서 여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에 나룻 배 탔던 그 강 같지 않니, 네들 보기엔 어때?”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근데 배가 없잖아.”

“배를 타면 배 삯 대신 또 수명을 달라고 할 거 아니야.”

세별이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헤엄치고 가다가 빠져 죽는 게 낫겠다.”

태양이도 잔뜩 찌푸린 얼굴로 투덜거렸다.

신유리, 세별, 태양 세 사람이 강을 바라보며 걱정하고 있는데, 강 건너편으로 나룻배 한 척이 강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엄마, 배!”

“배면 뭐해. 안보이게 엎드려!”

신유리가 손을 흔들어 사공을 부르려는 태양이의 팔을 제지하고는 다들 바닥으로 엎드리게 했다. 아이들은 어떨 결에 납작 엎드렸다. 그 바람에 나룻배는 그들을 못 봤는지 그냥 강을 따라 지나쳐갔다.

“배가 가버렸어. 이제 어떡하려고?”

“그러게. 어쨌든 남은 목숨을 내주고 타라는 건 말도 안 되잖아.”

“삼족오인지 뭔지 그새, 또 불러볼까?”

“그래, 죽은 거 우리가 살려줬으니까, 불러봐. 밑져야 본전인데”

신유리는 그동안 도움 받은 것은 까맣게 잊고, 자신들이 땜에 새가 다쳤던 것 또한 망각한 채, 자신들이 죽어간 새를 살려준 은인이란 점만 강조했다. 하지만 새 역시 그 은혜를 잊었는지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았다.

“삼족오”!

“좀 도와줘요!”

신유리와 세별이까지 합세해서 거듭 불러보았다. 그러나 부르기만 하면 나타나던 새의 마법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새라고는 참새새끼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신유리는 강가에 앉아 어떻게 강을 건널지 한참을 고민했다.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군사들과 경찰 군이 같은 과거와 현재가 뒤얽힌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또 뭐지?”

“우리한테 오는 것 같은 데?”

“여긴 왜 이렇게 이런 사람들이 많아. 저승에도 범죄자가 있나?”

신유리와 아이들은 일단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창과 화살들이 날아왔다. 신기하게도 창 화살들은 사람을 쏘지는 않고 그들 앞에서 탁탁 떨어지며 길을 막았다. 그것들을 피해 다시 달아나려 하자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은 더 이상 달아나지 못하고 멈춰 섰다. 군인들이 그들을 붙잡았다.

“왜 그러세요? “

“우리가 뭘 잘못했나요?”

그들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다짜고짜 달려들어 세별이와 신유리를 오라로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데 태양은 그대로 놔두는 것이었다.

군사들을 두 사람을 꼼짝 못하게 꽁꽁 묶은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너희는 오지 말아야 할 곳을 들어와 저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겁도 없이 감히 어떻게 여기를 들어온 거냐.”

“이 신성한 장소엔 육신을 들고 와 썩어 냄새를 풍기고 다니다니. 이곳은 시성한 땅이다. 영혼 중에도 신의 부름을 받은 맑은 혼령들만 들어서는 곳이야.”

그때 한 군사가 태양이를 보더니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저애는 저승길을 들어서다가 도망친 녀석이 아닌가.”

“어서 저승사자에게 부르게. 그들이 찾던 놈 아닌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놔주시면 저희 오늘 안에, 아니 지금 바로, 이승으로 돌아갈게요. 맹세코 약속 지키겠습니다.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신유리가 사정했다. 어차피 오늘은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다.

“여기는 한번 들어오면 절대 돌아갈 수 없다. 이 규약은 신이 내린 절대적인 것이라, 인간사 과거에서 미래에 이르기까지 어긋나선 안 되는 절대법이야.”

“바리데기는 저승여행을 하고 돌아갔잖습니까.”

신유리가 아는 채를 했다.

“그래서 그분도 저승으로 되돌아오신 것이다. 그분은 운명신이시다”

“저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여기서 사흘 간 갇혀 있게 된다. 사흘이 지나면 너희의 혼령은 여기 저승에 머물고, 육신은 벗겨져 이승에 버려진다.”

“그렇다면 진짜로 죽는단 말인가요?”

“이승의 표현으로는 그렇다.”

“오 마이 갓!”

세별이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안 돼!”

신유리는 얼굴을 감싸며 절규했다.

58

감옥 앞을 지키고 있던 포졸이 태양이와 세별, 신유리에게 다가가 번갈아가며 코를 킁킁거렸다. 무슨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얘는 우리 저승 세계 아이고……”

“냄새를 보니 이 둘은 산 사람인데, 여기 온지 벌써 사흘이 다 되갑니다. 곧 육신이 벗겨질 것 같습니다.

신유리는 그 말에 화들짝 놀랐다.

“사흘!”

“왜 엄마?“

“사흘이면 우리가 죽는다는 얘기야.”

“진짜?”

세별이가 동생을 흘끗 보더니 다시 질문을 했다.

“근데 제 동생은 그때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여기서도 여기의 법이 있다. 저승에 왔다고 바로 어디로 보내질지 결정되는 게 아니야. 일단 저승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적응 기간을 거쳐 저 위쪽에서 명부를 보고 공과를 따진 뒤에 49일이 되면 염라대왕 앞에 가서 상벌이 받고, 갈 곳이 결정될 거야.”

신유리는 그들이 태양이가 저승 입구에서 도망 친 자라는 걸 모르나보다고 생각했다.

“저 아인 이미 죽었는데, 왜 여길 돌아다니는지 좀 알아봐야 겠다.”

“우리 애가 죽었다고…….”

신유리는 새삼스럽게 태양이를 다시 쳐다보았다. 하지만 본인은 자신이 죽었다는 말에도 태연하게 싱글거리기만 했다.

“태양아 엄마가 꼭 데리고 돌아갈 거니까 저 말 절대 믿지 마!”

신유리가 태양의 귀에 대고 결연에 찬 표정으로 속삭였다.

“멀쩡한데 죽긴 왜 죽어, 걱정 마, 너 아직 살아있어. 우리 별이도 그 못된 사공 놈한테 수명을 팔아서 늙긴 했지만 돌아가면 괜찮아질 거야.”

신유리는 혼자 중얼거렸다.

군사들은 두 사람을 포박된 채로 잡아끌더니 상여처럼 생긴 커다란 꽃가마에 두 사람을 함께 태워 어디론가 갔다.

걸어가야 마땅하지만 육신을 가진 저 노인 땜에 지체될 거 같아 특별히 배려하여 여기 태우는 거야. 경찰이 그 뒤를 따랐고 태양이도 뒤를 쫓아 따라갔다.

“넌 저승사자를 따라 가야하니까 여기 있어.”

“우리 엄마랑 누나에요.”

“저승에서는 그런 게 아무 소용이 없어. 저승길은 오롯이 홀로 걷는 거야.”

“저희는 아직 안 죽었잖아요, 그러니 살아 있을 동안만이라도 같이 있게 해주세요.”

“산자와 죽은 자는 가는 길이 다르다. 물러서라. 이 간교한 놈, 널 놓친 저승사자가 곧 데리러 올 거니까 기다려. 너 때문에 그 처사가 얼마나 난감해진 줄 아느냐. 상제님께 까지 불려가서 혼나고서 널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싫어요. 우리엄마 따라갈 거예요.”

“살아있는 것들에 집착해서 붙어 다니면 영혼이 탁해진다. 잘못하다 탐욕스런 잡귀가 되는 수가 있어”

“잡귀가 뭔데요?”

“사람들한테 붙어 못된 짓만 일삼다, 저승에는 무서워 발도 못들이고 구천을 떠도는 놈들이지.”

태양이는 군사들에게 계속 말을 걸며 가마 뒤를 좇아서 뛰어왔다. 군사들은 묻는 말에 대답해주느라 정신이 팔려 그만 아이를 쫒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들도 산 사람이 저승을 들어오고, 또 저승사자에게서 도망친 혼령을 만나는 이런 희귀한 경우는 처음이라 좀 정신이 헷갈리고 혼란스러웠던 탓에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신유리는 계속 고개를 돌리고 아들이 쫒아오는 걸 확인하며 시선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옆을 보니 세별이가 예전 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전에는 기운이 없어 제대로 앉아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는데 이상하게 딸아이는 시간이 갈수록 생생해져갔다.

가마는 커다란 돌 건물 앞에 멈췄다. 감옥은 거대한 돌을 쌓아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창살도 없이 온통 꽉 막혀있었다. 그들은 신유리와 치우를 끌어 내린 다음 건물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넓은 로비 같은 곳에서 앞을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 인계해주었다.

“왜 저희가 이런데 갇히는 겁니까.”

“너희는 저승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혔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선은 육신을 벗어날 때까지 저 안에서 기다려라.”

그 사람을 따라 긴 복도를 들어서자 복도 벽으로 커다란 문들이 보였다. 방들 같았다. 그런데 이상 한 것은 문이 없는 곳은 벽이 아주 낮게 내려와 있었다. 그 방들은 마치 석관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그 중 한 문 앞에 다가갔다. 그러더니 문을 번쩍 들어 옆에 놓았다. 그것은 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무슨 뚜껑 같은 것이었다.

그는 신유리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방은 앉기도 힘들 만큼 아주 좁았다.

그가 다시 원래대로 문을 닫으려고 다시 번쩍 들었다.

“엄마!”

“태양아!”

엄마와 아들은 이산가족이 되는 것 같아 깜짝 놀라 서로 부르며 절규하듯 외쳤다.

“너는 저쪽 옆으로 가서 기다려.”

“안 돼요. 우리 애도 같이 있게 해줘요”

“엄마랑 있을래요.”

태양이 안 떨어지려고 버티며 울어대자 간수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승에서 이승처럼 산자와 죽은 이가 이별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신유리를 다시 끌고나와 복도를 좀 더 걸어가 맨 끝으로 데려갔다. 그쪽 방은 다른 것의 2배가량 되 보이는 좀 넓은 문이 있었다. 그는 아까처럼 그 돌문을 열고 그들 모자와 세별이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곳도 좁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확실히 처음 들어갔던 방보다는 훨씬 넓었다.

“여기 언제까지 있어야 합니까?”

신유리가 안에 들어서며 감옥지기 같은 사람에게 물었다.

“3일을 채우면 된다고 하지 않더냐? 아니다, 아니야. 앞으로 9시간만 있으면 되겠구나.”

“9시간이 지나면 풀어주나요?”

“풀어주는 게 아니라 9시간이 지나면 육신만 여기 남고 너는 밖으로 나올 수 있어. 그때까지 여기 두는 거다. 그 다음부터는 이승에서 네 죽은 육신을 보고 모든 망자들처럼 사자의 예를 갖춰 줄 것이야. 저승길에 막 들어온 바로 죽은 혼령들은 머무는 곳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 가서 있다가 법에 따라 순서대로 거친 후에, 특별히 엄선 된 자는 상제께 불려가게 될 거다.”

“그게 좋은 건가요?”

“태양이 물었다.”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어. 특별히 아주 선하든지. 특별히 아주 죄가 큰 경우야. 선인은 상제의 명에 따라 천상계의 낙원으로 가서 높은 자리에 앉고, 악인은 아주 끔찍한 지옥으로 가게 돼. 다른 이들은 우리같이 평범한 저승생활을 해.”

“저희는 아직 올 때가 안 됐어요. 내보내주세요”

“때도 안 되었는데 굳이 여기 온 것도 너고, 너를 가둔 것도 너의 육체다. 저승의 질서를 어지럽힌 게 얼마나 큰 죄 인줄이 아느냐.”

“잘못했습니다. 내보내주시면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육체를 벗어나면 벽도 장애물이 아닌 것이야. 보거라.”

간수 하나가 갑자기 옆의 벽속으로 슥- 스며들었다. 어느새 그는 감옥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가 때문에 감옥 안은 더 비좁아져 두 사람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아우, 좁아요.”

태양이 소리치자 그는 감옥 벽에 붙어 슥- 하고 스며들듯 밖으로 나갔다. 그는 벽을 통해 감옥 안을 자유자제로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흐흐, 신기하냐? 살아있는 자들은 제 눈에 보이는 바깥 것에만 집착해. 저를 가둔 감옥이 저 자신인줄 모르고, 엄한 것만 탓하지. 쯧, 쯧, 불쌍하고 어리석은 것들………”

그가 문 앞에 서서 비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진짜 저희가 죽게 되요.”

신우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태양이 “엄마, 누나 죽지마” 하고 엉엉 소리를 내며 울어댔다.

“서러워 할 거 없다, 얘야. 너도 죽었잖니 근데 죽은 네가 서럽니?”

태양이 고개를 흔들었다.

“거 봐라. 옷이 낡거나 못 입게 되면 버리듯, 육신도 낡으면 벗어버리는 게야. 옷을 벗고 나면 뭐가 진짜 자신인지 알게 되지.”

그는 거대한 감옥의 돌문을 당겨 쾅! 소리가 나도록 닫았다.

59

감옥 지기들은 문을 통과해 스르륵 고개를 들이밀어 안을 살펴보고는 다시 뺐다. 그들에게는 문 따위는 필요 없어 보였다.

신유리와 세별은 문을 밀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도 움쩍도 하지 않았다. 아귀가 어찌나 딱 맞는지 물속에 잠겨도 물 한 방울 새어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다.

태양은 자신이 죽은 거란 말을 확인해보고 싶은 감옥지기처럼 고개를 내밀어보았다. 그러자 머리가 슥 벽을 통과했다.

“헐~ 재미있다. 나 죽은 거 맞네.”

“좋기도 하겠다.”

세별이가 비아냥거렸다.

“정신없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

신우리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9시간 후면 죽는 데잖아. 그럼 엄마 누나도 이렇게 할 수 있어.”

“잘 됐다 너 나가서 문 좀 열어봐.”

“저렇게 두꺼운 돌문을 어떻게 열어. 밀리지도 않겠네.”

“아까 그 사람들도 열잖아.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잖아. 생각 좀 해보자.”

“근데 방은 왜 이렇게 좁아. 이렇게 9시간을 계속 서있어야 되나? 꼭 관 세워놓은 거 같네.”

“그러니까 감옥이지. 일부러 고문 하려고 이렇게 만든 거 몰라 엄마? 서대문 형무소 갔을 때도 독립운동 하던 사람들도 감옥에 선채로 갇혀 있었잖아. 이건 그래도 괜찮은 거야. 그때 들어가 봤는데 거긴 이거보다 더 숨 막혔어.”

“그만 해라! 우리가 지금 현장체험 하고 있니?”

세별이가 동생을 야단 쳤다.

“9시간을 여기서 있으면 안 되는 거 알지, 엄마. 우리 이승에 못 돌아가.”

세별이가 말했다.

“알아. 그러니까 나갈 방법을 찾자는 거지”

“엄마, 이 빨간 점은 뭐야?'”

문 반대쪽 벽에 무슨 판때기 같은 게 덧대 있었고, 거기엔 웬 점 같은 것이 여기저기 찍혀 있었다. 신유리는 그것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세어보았다.

“하나, 둘……. 일곱, 이거 북두칠성이잖아.”

“맞네. 모양 딱 나오네.”

“거꾸로 그려졌어. 저 위가 국자야.”

아이들도 한마디씩 하며 동조했다.

“이게 왜 여기 그려져 있지?”

신유리는 골똘히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뭔지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문을 쳐다 본 그녀는 번뜩 연상되는 어떤 것 때문에 악! 하고 소스라치며 경악했다.

“엄마, 왜?”

“아, 아냐.”

그녀는 차마 아이에게 자신들이 들어와 있는 곳이 죽은 사람이 들어가는 관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문인 줄 알았던 곳은 말하자면 관 뚜껑인 셈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누워있는 석관이 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완전히 죽으면 그 관이 저절로 눕혀지도록 설계되어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벽에 붙은 북두칠성 판은 칠성판이 되며, 죽은 육신은 관에 남고 혼령만 나오는 것이었다.

“어떡하든지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겠다.”

그녀는 말하다가 태양이가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얘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졌네. 어디 간 거야?”

“엄마, 태양이가 알은 잘 갖고 있겠지?”

신유리는 그제야 까맣게 잊고 있던 알을 떠올렸다.

“갖고 있겠지.”

신유리는 검은 알이 떠올라 가방을 열었다.

“아니, 얘가!”

배낭 속에서 고고한 은색의 빛이 뿜어 나오고 있었다. 태양이 알은 옷 안에 넣고 가지고 다니려니 했는데, 가방에 있었다.

“꼭 태양이가 지니고 있으랬는데.”

“갖고 다니기가 불편했나봐.”

“야, 이렇게 보니까 이게 불의 알 같긴 하다. 불빛 같잖아.”

“이 속에 뭐가 들었는지 엄마 알아?”

“신령스러운 기운이 들어있을 거 같아”

신유리는 알을 흔들어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두들겨보기도 했지만 워낙 단단해서 안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줘봐 엄마.”

세별이가 알을 받아들 때였다. 갑자기 감옥의 벽 여기저기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휘익- 휘익-“

보이지는 않았지만 벽을 통해 차가우면서도 어둡고도 무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기운은 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어어.”

“왠지 이상해.”

두 사람은 옆으로 서로 몸을 바짝 붙이고 서로의 어깨를 껴안았다. 그 신유리가 세별이 쥐고 있는 알을 같이 잡았다.

그때 안으로 벽을 뚫고 누군가 쓱 들어왔다.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

“누나!”

“아, 깜 놀랬잖아.”

태양이였다.

“야, 알을 가방에 두면 어떡하니?”

“혼자 다니다가 빠뜨려서 잃어버릴까봐 그랬어.”

아이가 알을 얼른 뺏어들었다.

그들을 옥죄던 이상한 기운들이 사라져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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