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시작했던 도예의 길

도천 서광윤 작가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을 잇기 위해 신둔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5세부터 우리나라 도자기역사에 큰 어른이신 도암/지순택(무형문화재)선생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10여 년간 도자기 기본기술(성형, 조각, 유약 등)을 사사했다. 그 후 실력 있는 여러 선생님들로부터도 10여 년간 기술을 사사했다. 이러한 가운데 그는 1996년도에 서광윤요를 설립하게 된다. 지금의 서광윤窯가 위치한 이천시 신둔면에 자리를 잡아, 줄곧 자신의 예술성을 갈고 닦는 데만 매진해 왔다.

그동안 서광윤 작가의 모든 작품은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핀 전통 가마방식으로만 고집해 왔다. 전통가마는 기온과 습도에 매우 민감할 뿐 아니라 준비기간이 길어 1년에 4~5차례만 도자기를 제작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소요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전통가마를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서광윤 작가는 전통가마를 고집하며 가마의 장작을 모두 질 좋은 강원도산 소나무로만 사용한다. 또한 백자, 청자 등 도자기 특유의 색을 내기 위해서 전국 각지에서 최상의 품질의 흙을 공수 받는다.

예컨대 백토는 하동과 양구에서, 태토는 전국의 장석, 석회석 등을 모아 작품을 만든다.

이렇게 한 번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자그마치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흙 반죽, 물레 성형, 조각, 초벌과 재벌 등 수많은 땀과 노력이 깃들어야만 단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서광윤 도자기 장인이 말하는 우리 전통 도자기의 세계 정성과 자연의 조화로 이뤄낸 우리의 전통 도자기는 아직도 예스러움을 간직한 채 우리에게 친숙한 일상용품 중 하나다. 마천루가 즐비한 서울 도심에도 장독대 안에서 푹 익은 김치와 발효식품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도자기공은 드물다.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 장작, 유약, 대토 등 비싼 재료비용과 10개 중 3개의 기물만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낮은 성공비율은 많은 이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광윤 선생은 한결같이 전통방식만을 고집해오고 있다.

단 하나의 작품을 위해 수없이 많은 자신을 깨어내고 자신을 단련해야만 했던 지난 50여 년의 서광윤 장인의 열정은 지금도 한계를 모른다.

그는 결코 짧지 않은 그 시간 속에서 많은 땀과 눈물과 고통의 순간 순간들을 겪어오면서도, 조상의 얼이 담긴 전통도자기를 계속 전승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각고의 심혈을 기울여 가마에 불을 지펴왔고, 흙을 빚으며 모든 열정을 도자기에만 쏟아 왔다는 반증인 것이다. 다연회(茶硏會) 운경(雲耕)양보석 선생께서는 도천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외길 인생 도공으로써 근 50여 년을 흙에 바친 도예 장인이다. 그는 1955년 도자기 본 고장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다. 약 300여 도공의 무림이라 할 수 있는 이천에서 몇 안 되는 옛 전통 가마만을 고집하며 장작불을 지피고 있다. ‘가스 가마와 달리 장작가마에서는 성공률이 20%도 채 안된다. 그 중에서도 몇 점 안되는 작품만이 탄생하게 된다. 그는 그것을 한결같이 고집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지속적으로 펼쳐온 많은 단체전과 개인전 그리고 각종 수상경력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흠뻑 받아오고 있었던 서광윤 작가는 2009년 제5회 대한민국 평화예술대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소감을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 후 일찍이 기술을 배우는 것만이 살길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고파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언 강산이 다섯 번 변했다. 근 50여 년이란 오랜 세월동안 기술을 닦고, 백자 진사유의 연구를 끊임없이 해오며 마치 앞만 보는 소처럼 일만 했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니 그동안 살아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간다. 앞으로 더욱더 노력 할 것을 다짐했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단체전, 개인전, 초대전 등을 30여 회 이상 가졌었고, 2013년도와 2014년도에는 2년 연속 전통도예발전 공로가 인정되어 자랑스런 한국인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016년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회고전 전시회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그의 작품과 명성을 널리 알렸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17년 4월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47주년 기념전을 통해 세상에 단 한 점뿐인 대작 달 항아리를 소장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나 시집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명작을 만들어내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그 순간만은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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