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지 않고
몸을 마구 흔들어야 하고
소리도 내야하고
그런 황량한 몸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가?
자동차가 불협화음의 컬렉션 소리를 차창 밖으로 쏘아내듯이
허수아비도 시끄러운 소리를 주변으로 퍼내야 하는가.
부드럽고 아름다운 조화의 소리가 아니면
당신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음악이 아니겠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진통의 시간!
그냥 바람과 어울려 춤추는 시간이라면
즐거운 시간!
만물이 익어가든, 수확기가 지나 고랑이 텅텅 비어가든
텃밭에서 허수의 아비는 혼자 즐겁다.
이윽고 새들이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
정작 허수는 어디로 갔는가?
내 삶에서 저러한 허수 하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팍팍한 삶에 틈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허수를 욕하지 마라!
모두 내 삶의 허수와 실수를 감당케 하는 힘이다.

사진‧글 | 정노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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