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역사를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대균 교육학자가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위해 교육부에서 일할 당시 만든 정책이 있다. 그는 교원들의 역사 인식과 국가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 교감 승진자들은 역사교육 연수 60시간 이수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 정책을 만든 적이 있다. 지금은 교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시행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이상 자격을 반드시 취득해야 임용자격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역사교과서 검정관리본부장을 역임했던 유대균 전 교장(교육학자)을 만나 새로운 역사를 이끌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저는 원래 교육학자입니다. 교육부에 근무할 당시 동북아 역사대책 팀장을 했었는데 중국의 역사왜곡, 일본의 역사왜곡 그리고 독도문제 등을 총괄했습니다. 당시 국회에서도 주변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관심이 높아 동북아역사대책특별위원회가 결성되어 운영되었고, 매주 우리 역사의 쟁점들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학계는 이른바 강단사학자들과 재야사학자들로 구분되는데 상고사 등 일부 영역에 있어 서로의 의견을 달리하거나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단사학자들은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역사적 학설을 주장하고, 단군을 하나의 전설이나 신화로 보는 반면 재야사학계는 마고시대부터 환국이나 배달국까지 따져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조명합니다. 모두들 역사적 근거와 유물을 가지고 주장하기에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국회에서는 매주 강단사학자와 재야사학자를 각각 한 분씩 초청하여 역사적 쟁점에 대한 의견을 듣고 해결점을 찾아보려고 했었습니다. 이에 제가 역사교육강화방안을 만들었지요. 교원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신규교원 임용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으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논의한 내용 중에 우리나라의 역사왜곡이 일제 강점기 시절의 조선사연구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이에 대한 연구를 위해 국가에서 예산 투입도 고려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동북아 역사 왜곡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 민족사관만 가진 학자들 외에도 세계의 역사 속에서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사 연구자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국비 장학생을 추진했었습니다. 역사왜곡에 대응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고, 강단사학이나 재야사학, 그리고 세계역사 연구자 모두의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 또한 역사의 일부분이 되겠지요.

인공지능(AI) 시대의 미래 인재 교육이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몇 년 전부터 AI(인공지능)에 대한 이슈가 세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AI활용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AI(인공지능)은 교육에 있어서 ‘도구’일 뿐입니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는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과학적인 사고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라고 말합니다. AI 교육이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요? 과학적인 사고력을 키워 줄 수 있을까요? 글자를 알아야 책을 읽을 수 있듯이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문해력이 없다는 것은 자동차가 있지만 운전을 못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창의융합형 인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기초학력을 갖추어야 됩니다. 문해력(文解力)을 갖추지 않고서는 책을 읽을 수가 없듯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디지털 문해력)를 갖춰야 됩니다. AI, 에듀테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이해도가 기초가 되어야 비로소 그 도구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AI 교육은 기초학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주도적인 학습역량을 갖추기 위해 매우 필요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미래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의 근육도 중요하지만 우선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한 방향으로 최근 OECD에서 발표한 ‘2030 교육나침반(OECD Education 2030)’이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2030 교육나침반’에서는 교육의 최종 지향점을 ‘웰빙(well-being)’이라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웰빙은 개인의 웰빙 뿐 아니라 ‘함께 잘 산다’라는 공동의 웰빙까지 포함합니다.
‘2030 교육나침반(OECD Education 2030)’에서 교육은 첫 번째로 새로운 가치 창조하기(creating new value)를 제시합니다. 이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로 갈등과 딜레마 해소하기(reconciling tensions and dilemmas)를 제시했는데 이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로는 책임감 가지기(taking responsibility)입니다. 학생 스스로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주체가 되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감 있는 역량을 주문한 것입니다.
정보화 시대의 빠른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은 미래사회에 대한 불확실성을 점점 높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OECD는 지식과 기능, 태도와 가치를 중요한 학습개념으로 보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살아 갈 수 있도록 미래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요즘 MBTI를 많이 언급합니다. 일찍 자신의 MBTI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인재 육성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학생들에게 스펙보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기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개인의 소질이나 적성이나 능력이 어떤 것인지 찾아내고, 컨설팅 받고, 그것을 기반으로 진로의식을 키워야 ‘웰빙’이란 목적에 근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교육의 지향성은 부분적이긴 하지만 교육계에서도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제가 교과서 정책을 총괄할 당시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를 시간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하고, 공간적으로 나, 가족, 학교, 국가로 구분 짓는 주제별 통합교과서를 만들었습니다. 창의융합 인재는 교과목으로 구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제별 교과서는 학생들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형 교과목으로 운영되며 미래지향적인 통합교육을 보다 일찍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한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도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물리, 화학, 지학, 생물로 구분을 짓던 과목이 지금은 통합과학으로 묶이게 되었으며 입시제도에서도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창의융합인재 육성을 위해 통합교과 혹은 문이과 통합이라는 요구에 한국 교육이 바람직하게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Child safety online. Little girl using tablet at home. icon of internet blocking app on foreground

정시와 수시를 바라보는 교육자로서의 고민은?
정시와 수시의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정시는 수능을 통해 성적대로 진학하는 것이고, 수시는 학생기록부를 통해 학생들의 적성이나 능력, 학교의 교육 활동을 반영하는 겁니다. 정시는 공정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선다형같은 문제로 학생들의 능력을 측정하고 1, 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결국 성적 지상주의로 내모는 제도라고 비판합니다. 이에 비해 수시는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소신 지원이 가능하지만 학교활동이나 학생부에 기재되는 요소로는 평가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최근 수시 입학률은 70%가 훨씬 넘지만 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시 합격자가 66%를 넘는다고 합니다. 이는 정시가 도회지 학생들이나 특목고와 같은 학교에 유리한 제도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골학생들은 지역인재 균형 선발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실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환경이 열악합니다. 시골학교의 경우 학교수업이나 EBS, 인터넷 강의 외에는 들을 것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은 학교의 경우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학을 전공한 교사가 사회를 가르치는 상치교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시골 학생들이 실력을 갖추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수도권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수시라는 제도가 한몫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학교의 경우 내신 부풀리기가 문제가 되어 수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를 담보하려면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미래인재 육성이란 측면에서는 정시보다 수시가 바람직하지만 학교에 대한 신뢰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열이 가담하게 되면 수시에 대한 신뢰는 더욱 회복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도 최근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는 고무적입니다. 그런면에서 수시의 정착을 위해서는 학부모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출산 시대의 학교 폐교를 바라보며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교직원 수보다 학생 수가 더 적은 학교가 전국적으로 260개교나 된다고 합니다. 강원도의 경우에도 29개교나 있습니다. 더욱이 강원도의 경우 18개 시 · 군 중 12개 시 · 군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지역사회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차원의 문제입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육부에서 근무를 할 때 방과후학교 지원과장을 했습니다. 방과후 정책이나 돌봄정책을 지역의 교육기부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아이들 돌봄정책은 지역사회나 지자체와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형성되어야만 합니다. 최근 교육부에서 지역중심 돌봄을 위해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나 유보통합정책으로 어린이집이 교육부 소관으로 이관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200만이 넘는 외국인들이 사는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이민청 같은 것을 설립하여 다문화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1인 가구를 칭송하는 듯한 자연인 같이 프로그램이나 동성애를 조장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는 절제하고, 가정을 경시하는 대중매체 프로그램도 조심하여 사회 분위기가 출산률을 높이는 데 협력해야 합니다.
한자에 아이 동(童)자가 있습니다. 설립(立)자 밑에 마을 리(里)자를 쓰는데 마을에서 세워 주어야 제대로 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의미로 여겨집니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한 것입니다

교권 추락을 바라보며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선생님 그림자도 안 밟는다.’ 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교사의 권위를 인정했습니다. 지금은 학부모들의 학력과 경제적 수준이 교사들보다 나은 분들이 많다 보니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바라보는 눈높이와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교직 사회도 다양한 직종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요구조건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학생들의 인권을 강조하다보니 교권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축적되면서 학교문화가 갈등을 조장하고 비협력적인 문화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교권 추락의 이유는 이러한 환경과 정책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교사들의 의식에도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교사라는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이 성직관(직업적 속성보다는 교사와 학생 간의 인격적 만남을 중시하는 측면)에서 노동직관(학교라는 직장에 소속된 노동자로 여기는 측면)으로 변화되며 교사들 스스로 교사의 권위에 인식이 미약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또한, 교사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제도나 정책들, 그리고 아동관련 법들도 교사들의 열의를 끌어내린 원인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교육현장에 줄탁동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알을 품고 있는 어미닭이 병아리가 깨어나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쪼면 어미닭이 밖에서 같이 쪼아 주어 병아리가 쉽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데서 유래된 말입니다. 학생과 선생님,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모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교육을 세우고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교육자로서의 소회
요즈음 매주 노인복지관에서 도시락 포장이나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지요. 봉사는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단추입니다. 배운 사람은 지식을 나누고, 가진 사람은 경제적 도움을 베풀고, 건강한 사람은 선한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면 그게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사랑플랫폼’이라는 교육봉사단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어려운 부분을 돕기 위해 만든 단체로 회원들도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고 모두 기쁨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도 미래 세대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여 춘천교대와 한림성심대에서 교육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젊은 학생들을 만난다는 자체가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강원도에서 교직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강원도에 애착이 갑니다.
강원도에서 교육 재능기부로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있는 것이 무척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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