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사람아
바위산으로 도망치지 말고
마을 가까이서 텃밭을 일구고
이랑에 좋은 씨앗을 뿌려보라
식물의 싹을 틔워보라
물주고 풀매고
땅심을 움켜잡은 실한 뿌리
꽃 피우고 열매 맺고
어긋남이 있던가?
자연의 리듬을 무시하고
거짓으로 키운다고
식물이 잘 자라겠는가.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
어린 날엔 고역이라 도망쳤지만
흰머리 성성한 나이에
비 오고 서리 내리는 시절을 알았을 텐데
식물을 속이는 건 자신을 속이는 것
더 많은 거짓을 무기삼아 요망을 부려대니
꽃은 피지만 열매가 없는 가을걷이
폐농이 된 고랑에서 튀어나온
잔돌을 차면서 울게 될 날도
멀지 않았으리.

정노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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