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라자스탄 지역의 ‘마르와리(Marwaris)’

세계기마문화탐방 ‘인도편’

필자는 2016년 MBN 특집다큐 고구려 말 루트를 시작으로 세계기마문화 연구탐방을 기획했다. 몽골, 중국 ,러시아(동북아시아)를 선두로 키르키즈스탄, 투르크메니스탄(중앙아시아), 헝가리, 독일, 투루키예(유럽), 호주, 뉴질랜드, 피지(오세니아), 인도네시아, 발리(동남아시아), 사우디아리비아, 요르단, 이집트(중동), 보츠와나와 남아공(아프리카), 브라질(남미)에 이어 인도를 대표하는 말 라자스탄 지역의 마르와리(Marwaris) 품종 연구탐방을 하고 왔다. 이젠 북미 카우보이만 경험하면 전세계 대륙별 유명한 말 문화를 다 경험해 본다.
지난 2월 7일 인도의 라자스탄 지역에서 7일간 인도의 대표적인 말 마르와리(Marwaris) 품종에 대한 연구탐방을 실행했다. 수백 년 전, 인도 라지푸트족의 주요 이동수단은 말이었다.
마르와리를 빼놓고 라지푸트를 논할 수 없을 만큼 왕과 귀족들은 마르와리를 특히 사랑했다. 안으로 말린 하트 모양의 귀 외에도 우아한 품위로 오늘날까지도 마르와리 종은 라자스탄에서 부와 권력으로 상징된다.

오늘날 인도의 카스트 차별은 위법이라고 인도 헌법에 명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도의 곳곳에서 카스트 전통이 관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신분이 높거나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마르와리 종에 기승할 수가 없다.
필자는 5년 전 부터 마르와리 품종에 관심을 가지고 마르와리 품종을 전통방식으로 지켜가는 라자스탄의 던들로드(Dundlod)라는 곳을 찾아 갔다. 타진한 끝에 마르와리를 타고 사막을 일주일간 이동하는 사파리 프로그램에 직접 합류하여 이들과 함께 마르와리 종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남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승마사파리 아이디어를 인도를 방문 중이던 영국의 폴로선수들로 인해 촉발됐다고 한다.
필자는 이미 2년 전 아프리카를 방문하여 승마사파리를 경험한 적이 있어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다.
인도의 마르와리(Marwaris)란 품종은 한국인에게 매우 생소한 품종이다.
특히 인도의 말을 한국인이 현지에서 직접 경험해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마르와리란 품종의 역사는 다른 품종에 비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르와리의 출현은 중세시대로 알려져 있다. 12세기에 인도 상인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르와르 지역의 통치자 라토레스(Rathores) 가문이 이 말의 품종 보존을 위해 노력했던 자료들이 있다.
이 말의 큰 특징은 아주 독특한 외모에서 나타나는데 귀의 끝이 안쪽으로 구부러진 모양을 하고 있어서 구별하기가 아주 쉽다.
마르와리 탄생의 기원은 아랍말과 몽골말을 기반으로 하여 혼합종으로 이루어 졌다고 한다. 동시에 다른 품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외형의 귀를 가지게 됐는데 이 지역의 혹독한 사막지대의 영향을 받았다고 현지 원주민들은 이야기한다.
유명한 귀는 최대 15cm까지 자라며 180도 회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귀의 외형으로 마르와리는 타 품종에 비해 매우 뛰어난 청력을 가지게 됐으며, 이를 통해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빨리 감지하여 기승자에게 알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됐다.
특히 북인도 타르사막의 가혹한 모래폭풍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귀를 회전시켜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필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나열하면 익숙한 관리사나 조련사가 아닌 타인에겐 대부분의 말들이 공격성을 보였다.


필자도 지구상의 유명하게 알려진 수많은 품종을 직접 현지에서 기승해 보고 적지 않은 시간을 말과 함께 보낸 경력을 갖고 있지만 이런 특별한 품종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마르와리는 전장에서 기승한 주인이 부상을 당했을 경우 다른 사람이 주인의 곁으로 다가오면 공격을 하는 등 충성도가 높아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승자의 안전을 지키는 가드(guard)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용맹성은 타 품종에서 보기 힘든 매우 탁월한 전투마로서 최적의 품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말들의 외형은 긴 다리와 비례적인 목이 특징이다.
마르와리 품종은 어깨 관절이 다른 품종에 비해 작은 각도에 위치해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주로 사막형이므로 모래에 갇히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무엇보다 각질이 단단한 발굽을 가지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스피드와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강한 지구력을 보유하고 있다.
마르와리 종은 승마용뿐만 아니라 춤추는 말 댄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화려한 장식과 천으로 치장을 하고 발목엔 소리 나는 방울을 달고 무희들과 발맞춰 춤을 추도록 장기간 반복훈련을 한 뒤, 결혼식이나 페스티벌에서 기량을 펼치는 고등마술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지난 2012년 엘리자베스2세 즉위 60주년 기념식 윈저호스쇼에 인도산 마르와리 종이 등장해 온몸에 반짝이는 구슬과 방울을 달고 무희들과 함께 춤사위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전통방식의 훈련은 오스트리아 빈의 스페인 승마학교(Spanish Riding School)에서 행해지는 리피차너 종(Lippizzan)의 반복훈련과 비슷하다.
그러나 마르와리와 리피차너는 대중적 공연을 위한 쓰임새는 비슷하지만 동물로서 기본적인 처우나 환경은 매우 다르다.


마르와르 승마사파리는 다양한 코스로 진행됐다. 17~18세기 이 지역을 통치하던 왕과 귀족들이 기거하던 요새와 성들은 잘 보존하고 그 시대에 쓰이던 다양한 품목들을 전시 했다. 화려하게 장식된 대리석과 석고가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 넣어 보존기간이 1,000년을 내다본다는 프레스코(fresco)화를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호수와 강가를 따라 사막으로 이어지는 루트엔 가시나무 숲을 가로질러 말을 몰아가다 보면 수많은 양과 염소 특히 길가에 어슬렁거리는 소떼들은 우리의 일행을 막아서서 대열에 혼돈을 주곤 했다.
이런 경우는 인도 어디를 가나 흔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지만 말을 타고 말위에 있을 땐 달라진다. 낙마의 위험 때문이다.
말을 타고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동물들을 야생에서 여우와 사슴, 공작새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자동차로 접근이 불가능한 승마사파리에서만 가능한 호사이기도 하다. 승마사파리는 인도를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하고 보람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인건 분명하다.
필자가 일주일 동안 마르와르종과 함께 승마사파리를 하면서 경험한 결론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첫째 마르와리 품종은 성격이 예민한 품종에 속한다.
마르와리는 외모가 매우 뛰어나지만 예민하고 급하며, 타인에게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예쁘다고 함부로 만지려 들면 때에 따라 물릴 수 있다.
둘째 마르와리는 사막형 말이다.
타 품종에 비해 사막에서 물을 많이 먹지 않아도 잘 견디며 그 속에서 스테미너와 스피드가 가능하도록 최적화되어 있었다.
셋째 마르와리의 지구력은 증명됐다.
필자는 7일간 하루에 25~30km를 이동하면서 말을 갈아타지 않고 사막을 달렸는데 끄떡없었다.
보통 2주 이상 사막을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현지인들은 괜찮다고 이야기 한다.
결론적으로 지구상에서 예민하고 빠르고 지구력이 강하며 사막형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품종들이 있다.


바로 아랍말, 아할테케, 마르와리 품종은 위에서 나열한 바와 같이 예민하고 빠르며 사막형이라는 3가지 공통점이 모두 있다는 것을 현지 경험들을 통해서 알게 됐다.
무엇보다 조상의 뿌리와 전통말을 잘 보존하여 사파리 형태로 전 세계 승마인들에게 승마관광을 선도한다는 그들의 자부심을 경험하면서 이번 인도 라자스탄의 마르와리 연구탐방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말산업을 시행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말을 전통문화 콘텐츠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데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제 5대양 6대주 세계기마문화 연구탐방으로 남은 지역은 북아메리카 카우보이 경험만 남아 있다. 나머지 마지막 연구탐방은 계속 될 것이다.

고성규(한국기마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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