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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한

간혹 한의학에 산부인과가 있는지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한의학에도 산부인과가 있다. 산부인과는 부인과와 산과로 나뉜다. 부인과는 또 월경에 대한 내용과 월경 외 자궁 등 여성부속기에 대한 내용으로 나뉜다. 산과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산후 문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간편하게 경대태산(經帶胎産)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경(經)은 월경과 관련된 내용이고, 대(帶)는 월경 외 자궁 부속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태(胎)는 임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산(産)은 출산과 산후 문제를 다룬다. 최근 난임으로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분들이 많이 늘었다. 국가에서도 출생인구 감소 때문에 난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고 있는 상태다.
한국에서 출산이 줄어드는 이유는 자발적인 내용과 비자발적인 내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자발적인 이유는 출산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서 여성들이 출산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부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개선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이런 자발적인 이유를 빼고, 임신이나 임신 지속 등이 힘들어서 출산이 안되는 비자발적인 난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 싶다.
필자가 보기에 난임의 가장 큰 문제는 결혼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에서는 14세에 초경이 시작되고, 21세에서 28세까지가 임신에 좋은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활동과 학업 등으로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결혼을 하더라도 사회활동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임신과 출산이 미루어져서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임신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만사는 적절한 때가 있다. 한의학 교과서에 35세 이후는 몸이 이미 노화가 시작된다고 하였고, 42세부터는 노화가 진행되고, 49세가 되면 월경이 끊어지고 임신이 안된다고 하였다. 필자도 처음에 이런 내용을 보고 ‘당연한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쓰고, 그것을 한의사들이 곱씹는지…’ 하고 생각하며 이해를 못 하였다. 하지만 돌아보면 세상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이다. 바람이 불 때 연을 날려야하고, 물이 들어 왔을 때 노를 저어야한다. 식당 문을 열었을 때는 1만원에 간단히 사먹을 수 있는 밥을, 꼭 식당이 문닫은 다음에 가서 10만원을 줄테니 제발 밥 좀 달라고 떼쓰는 꼴이 많다. 자궁이 어떻고 난소가 어떻고 난자의 감수분열이 어떻다는 복잡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임신과 관련된 첫 번 째는 시간을 잘 봐야한다는 것이다. 임신이 쉽고 잘되는 21세에서 28세를 다 날려버리고, 35세 이후에 임신이야기를 하면, 고생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임신이 잘되는 처방의 3대 원칙은 조경(調經), 보혈(補血), 활혈(活血)이다. 조경은 월경 주기, 양, 상태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혈은 자궁에 혈액공급이 잘되어 영양공급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활혈은 자궁내 나쁜 찌꺼기가 없이 깨끗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조경으로 월경상태가 좋다는 의미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월경은 난소와 자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월경 조절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의 3대 축이 여성호르몬을 조절하여 규칙적이며 적절한 임신준비가 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뇌의 여러 자극 등과 연결된 시상하부라는 곳에서 뇌하수체 전엽으로 자극호르몬을 분비하면, 뇌하수체 전엽은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화호르몬 등을 분비하여 난소를 자극하게 된다. 난소 안에 있는 난포들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된 호르몬의 영향으로 난포가 성장하고, 난포에서 난자가 배출되며, 난자를 배출한 난포는 황체로 변하게 된다. 여기 난포와 황체는 또 난포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을 분비하여 뇌하수체나 시상하부의 호르몬 분비기관들과 항상성을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긴 호르몬 관계들에 대해 잘 알기 힘들더라도, 월경의 상태를 보면 호르몬 3대 축과 관련된 조절들이 잘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의 각종 기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을 모두 체크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변화하는 호르몬을 따라가며 추적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단순해 보이고 투박한 월경 관찰만으로 호르몬 상태의 최종 결론을 짐작하고 관리하는 것이 조경이다. 월경 주기는 달의 주기와 비슷한데, 28일 전후가 적당하다. 짧아도 20일을 넘어야 하고, 길어도 40일을 넘기는 것은 좋지 않다. 월경량은 2~5일간 이 보통이며, 월경통은 없거나 약간만 있는 것이 보통이다. 분비물은 월경 전이나 배란기에 나오는 것은 문제 없다. 하지만 분비물 양이 증가하고 냄새가 심하면 치료가 필요하다.
보혈과 활혈은 밭에 비유하기도 한다. 밭에 씨앗을 뿌리기 전에 돌멩이나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그 과정이 활혈의 과정으로 생각하면 좋다. 가령 너무 뚱뚱한 사람의 경우, 자궁 내 순환이 좋지 못하면 자궁 내 순환 개선을 하여 착상에 도움이 되게 하여야 한다. 이런 분들은 좌욕이나 가벼운 운동도 임신에 도움이 된다. 또한 밭에 씨앗을 뿌리기 전에 거름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은 보혈의 과정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가령 너무 야윈 사람은 자궁에 혈액공급이 부족하여 착상이 잘 안되거나 임신 지속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자궁에 혈액공급을 도와주는 당귀, 천궁 등의 약재가 많이 사용된다.
임신준비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임신을 위한 3대 원칙은 조경, 보혈, 활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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