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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한

동의보감을 쓴 허준선생님은 질병치료에 대해서도 탁월하지만, 질병의 발생을 막고 무병 장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하였다.
동의보감은 다른 의학서적과 다른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종합의학서라서 온갖 내용을 모두 정리하여 묶어놓았다. 책의 첫부분은 신형(身形)편인데,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라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신형편에는 형기(形氣)가 시작되는 내용이 나온다. 세상의 기운이 모여서 인간이 되는 과정을 먼저 말하고 있다. 또한 나이가 들면 왜 자식을 못 가지는지에 대한 이야기, 수명에 대한 이야기, 단전에 대한 이야기, 허심(虛心)이 도에 부합되는 이야기, 안마와 도인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선현들의 양생격언들이 나온다. 여기 양생과 장수에 좋은 약을 소개하면서 경옥고가 처음 등장한다. 동의보감의 수 많은 처방 중 제 일번으로 등장하는 처방이 바로 경옥고다.


塡精補髓調眞養性返老還童補百損除百病萬神俱足五藏盈溢髮白復黑齒落更生行如奔馬日進數服終日不飢渴功效不可盡述一料分五劑可救癱瘓五人一料分十劑可救勞瘵十人若二十七歲服起壽可至三百六十若六十四歲服起壽可至五百年
生地黃十六斤搗絞取汁人參細末二十四兩白茯苓細末四十八兩白蜜煉去滓十斤
右和勻入磁缸內以油紙五重厚布一重緊封缸口置銅鍋內水中懸胎令缸口出水上以桑柴火煮三晝夜如鍋內水減則用煖水添之日滿取出再用蠟紙緊封缸口納井中浸一晝夜取出再入舊湯內煮一晝夜以出水氣乃取出先用少許祭天地神祗然後每取一二匙溫酒調服不飮酒白湯下日進二三服如遇夏熱置陰凉處或藏氷中或埋地中須於不聞鷄犬聲幽淨處不令婦人喪服人見之製時終始勿犯鐵器服時忌食葱蒜蘿葍醋酸等物<入門>

위는 동의보감에 소개된 경옥고 내용이다. 먼저 효능을 보면 어마어마하다.
정기를 모으고 노화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시간을 거꾸로 돌릴정도이며, 백병을 치유하고, 오장을 튼튼히 해 준다. 더구나 흰머리도 검게하며, 빠진 치아도 다시 나게 하며, 마치 준마와같이 달리게 해준다고 말했다. 오래 복용하면 500년도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하였다.

두 번째 단락은 경옥고에 들어가는 약재에 대한 이야기다. 경옥고에 들어가는 약재는 생지황, 인삼, 백복령, 꿀이 모두다. 단지 4가지 약재로 구성된 처방이다. 생지황, 인삼, 백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한의사들은 좋아한다. 생지황은 땅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약재이고, 인삼은 인간의 모습을 담은 약재이며, 백복령은 하늘의 기운을 보듬은 약재라는 이야기다. 즉, 천지인의 모습을 담은 철학적인 처방이다. 생지황은 색도 노란색으로 흙빛을 띠면서 땅에서 옆으로 자란다. 많은 한의사들이 땅의 기운을 머금은 약재의 대표로 여긴다. 인삼은 오묘한 약재다. 그 형상부터 인간의 모습을 띠고 약재 자체가 초본식물이면서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기력 증진에 1번약이다. 백복령은 20년 이상 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구멍쟁이버섯이다. 흰빛을 띠고 있고, 오래된 소나무 뿌리에만 기생하는 버섯이라는 것도 신기하고, 어떻게 이런 버섯의 효능을 생각한 것도 신기하다. 먹어보면 맛을 느낄 수가 없다. 한의학에서는 담(淡)미라고 부르는데, 그냥 텁텁한 버섯맛 정도만 느껴질 뿐이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하늘의 기운이 소나무뿌리에 맺혀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여긴다. 여기에 꿀이 들어가서 이 약재들을 조화롭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경옥고의 오묘한 점은 약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위에 소개된 한문의 세 번째 긴 단락이 경옥고 조제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부분은 피해야 할 내용도 적혀있다. 피해야 할 내용의 복잡함은 아마도 마음깊은 정성을 다하라는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옥고 처방은 명나라 이천이란 분이 쓴 의학입문이라는 책에서 빌어왔다는 내용도 밝히고 있다.

위 내용을 종합해보면 허준선생님이 동의보감에서 이렇게 소개할 정도면 상당히 좋은 처방임에 틀림이 없다. 약 처방의 철학적인 부분, 약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 약조제과정의 정성과 마음가짐을 생각하고 약을 복용해야할 것이다.
최근 시중에 경옥고라고 유통되는 상품화된 것들을 몇 번 보았다. 인삼, 생지황, 백복령, 꿀을 넣었다고는 하지만, 유통기한을 늘이기 위해 방부제를 넣기도 하고, 약재값을 아끼기 위해 적은 양을 사용하거나 품질이 낮은 약재를 사용하기도 하고, 다른 약재를 섞어서 경옥고 본연의 처방을 희석하기도 한다. 경옥고 처방을 생각한 허준 선생님의 생각과 철학을 떠올리면 이런 상술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글 이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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