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먹는 ‘전설의 동물’ 맥이

우리민족과 친했던 맥이(貊耳)란 전설적인 동물이 있다. 쇠를 먹고 자란다고 불가사리라고도 불렀던 것이다. 잘 찾아보면 우리의 궁전 어느 귀퉁이에도 각인돼 영원히 살아가고 있는 맥이다. 우리의 옛 민족인 예맥과도 관계있다고 한다. 그들은 언제나 맥(貊)을 대동하고 다니면서 신수(神獸)라고도 불린다. 설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로써 맥은 사람이 악몽을 꾸면 악몽을 먹어치워서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하는 전설의 동물이라고 불린다. 맥의 형태는 곰이고, 코는 코끼리, 눈은 코뿔소, 꼬리는 소, 발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또한 맥은 고대 조선족의 한 일파인 맥족이 신성시하던 동물로 쇠를 먹고 살며, 머리가 작으며, 다리가 짧고, 흑백의 얼룩무늬에, 털은 짧으나 광택이 나는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장점을 따서 인간의 정의로움을 지켜주는 수호신수가 된 것이다. 이것은 험난한 시대에 정의로운 영웅의 탄생을 바라는 심리와 같은 맥락이다.
맥은 원형적인 힘을 부여받은 신수로 예지자의 상징이기도 했다. 어떤 이는 실존 동물이었으나 지금은 멸종됐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상상속의 동물로 여긴다. 이런 괴이한 모습의 동물을 신수로 설정했지만 호랑이의 무력성에 반대되는 인간에게 절실한 친구를 탄생시킨 불안의식의 반작용이라고 할까. ‘맥을 직접 본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아주 훌륭하게 될 영웅에게만 그 모습을 보인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지구상에 몇 안 되는 맥이라고 불리는 전설의 동물을 닮은 맥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말레이 맥이다. 동물 교환을 위해 일본에서 대만으로 보내지던 멸종위기 종 ‘말레이맥’이 숨졌다고 최근 언론이 전했다. 일본 주라시아동물원에 살던 2살 말레이맥 ‘히데오’가 지난 6월 22일 대만으로 향하던 중 사망했다. 이 말레이맥은 동물 교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 주라시아동물원에서 대만 타이베이동물원으로 옮겨질 계획이었다.


히데오가 2시간 비행을 거쳐 대만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상자 주변에 혈흔이 발견됐고 상자를 열었을 때는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 히데오 운송은 일본 주라시아동물원에서 담당했는데, 일본 측 어떤 전문가도 이 말레이맥과 함께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사망한 히데오의 체온은 41℃도였다. “말레이맥의 평균 체온은 36℃도이며 체온이 41℃도 이상 높아지면 장기부전 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출발하기 직전 히데오는 별다른 건강 이상 징후가 없었고, 비행기의 화물칸은 26℃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원인은 열 스트레스로 발생한 순환장애가 폐부종으로 이어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설로 남지 않도록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에 서식하는 말레이맥(Malay Tapir)은 등과 엉덩이만 흰색이고 나머지는 검은색인 모습이 판다와 흡사하다. 불법 밀렵과 서식지 감소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위급(EN, Endangered)’종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다. 맥은 말레이맥을 포함해 총 5종으로, 브라질에 분포하는 ‘브라질맥’과 ‘작은 검은맥’, 안데스 산맥에 분포하는 ‘마운틴맥’, 멕시코 등지에 분포하는 ‘베어드맥’ 등이 있다. 몸길이 2m에 몸무게가 최대 300㎏인 거대한 이 동물은 최대 35살까지 산다. 야행성이자 초식동물인 맥은 배설물을 통해 숲에 씨앗을 퍼트려 ‘숲의 정원사’라는 별명이 있다. 영어로 테이퍼(Tapir)라고 불리는 맥(?)은 아시아 문화권 전설 속에 등장하는 환상의 동물 ‘맥’과 비슷하게 생겨 이같이 불린다. 중국과 일본 신화에서는 악몽을 먹는다고 해서 ‘몽식맥’이라 불렸으며 생김새는 코끼리와 곰, 멧돼지, 코뿔소, 호랑이 등이 섞인 형태라고 전해 내려온다. 이처럼 생김새가 독특해 ‘조물주가 동물들을 만들고 남은 부분만 모아 만들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일반적으로 맥은 약 400일의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마리만 낳기 때문에 번식도 쉽지 않다. 만약 맥이 멸종한다면 우리에게 전설 속 동물로 남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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