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의 가치,회복탄력성(回復彈力性, resil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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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회복탄력성(回復彈力性, resilience)’이라고 한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기 때문에 미래 인재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2022년도에 고등학교를 중도포기한 학생이 2만 4천 명이다. 포기하는 사유 중 ’학교부적응‘이 제일 높은 데 ’학교부적응‘이란 학습부진으로 인한 학업 기피나 엄격한 학교규칙 혹은 친구와의 관계에 따른 부적응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학교의 제도적 문제도 있지만 학생들의 성향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10만 명당 23.6명(통계청,‘21년)으로 OECD 평균 11.1명보다 2.2배가 높다. 수년 째 세계 1위이다. 정신적인 문제(39.8%)가 제일 높고, 경제문제(24.2%)와 질병 문제가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층의 자살률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하니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4년 동안 근무하던 회사인데 사장이 자기를 무시하였다고 화를 참지 못하고 공장에 불을 지른 사건이 최근 보도되었다.
우리 사회가 쉽게 화를 내고, 점점 더 자기중심적이며, 참을성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더불어 사는 행복사회로 지속 발전 가능하려면 어려서부터 정신적・물질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이겨내는 힘을 연습해야 한다, 실패의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실패를 당연시 여기는 교육현장이 되어야 하고,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참된 행복의 기초가 됨을 깨닫게 해야 한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주어야 한다.
1950년대 하와이의 카우아이섬은 실업자, 알콜 중독, 마약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1955년 심리학자 에이미 워너(Emmy Werener)는 섬에서 태어난 833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18세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종단 연구를 시도하였다. 특히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던 고위험군 201명을 정하여 집중적으로 조사를 하였는데, 이 중 35%에 해당되는 72명은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고, 학생회장에도 선출되었으며, 장학금을 받는 등 모범적으로 성장하였다. 이들의 모범적인 성장 배경에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믿어주고, 지지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어렸을 때 사랑으로 양육하거나 지지해 주는 가족, 혹은 존경하는 선생님, 신경 써 주는 이웃이나 자신을 믿어주는 친한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아무리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에이미 워너는 이를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라 하였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어려움을 직면할 때 가능성을 찾으려고 한다.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도 매우 관용적으로 대응하며, 깊은 마음 아픔에도 안정적인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열정적이다. 어떤 한계나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해서 노력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낙천적인 성향을 보인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자신을 믿고 자신이 선택한 일을 중요하게 여기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해도 이를 수용하고 극복하려는 전략을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미육군사관학교는 매년 1만 4천명 정도가 지원한다., SAT성적, 전문가 평가, 체력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1천 2백명이 입학한다. 그런데 입학 첫 해 7주간의 비스트 배럭스(beast Barracks)라는 집중훈련 기간 동안 약 20% 가까운 생도가 견디지 못하고 중퇴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엔젤라 더크워스는 비스트 훈련을 통과하는 역량이 무엇인 지에 유의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성공과 성취를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체력, 경험이나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 하면서 그릿(GRIT)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GRIT이란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해 내려는 열정과 끈기요 근성이다. 실패를 하였더라도 두려워 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인데 그 중 가장 핵심요인이 ‘회복탄력성’인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첫째, ‘회복탄력성’은 자신을 전적으로 지지해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형성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인정과 사랑을 느낄 때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 지지 받은 경험은 이웃이나 친구들의 어려움도 쉽게 이해하고, 삶 속에서 배려와 나눔을 표현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1939년부터 지금까지 하버드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랜트 연구(Grant study)가 있다. 268명의 하버드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마지막 참가자가 생(生)을 마감할 때까지 진행되는 연구인데 조사대상은 모두 똑똑하고, 집안 좋고, 좋은 환경을 갖춘 백인 학생들이라고 한다. 연구의 목적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무엇인지 답을 찾기 위한 것으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30년 넘게 연구책임자로 일하는 조지 베일런트는 2012년 ‘Triumphs of Experience(경험의 환희)’라는 책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랜트 연구’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으며, 평생 행복 유지를 위한 중요한 요소는 돈이나 명성보다 ‘인간관계’라고 지적하였다.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보다 관계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세심한 보살핌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1년에 8만 7000달러를 더 벌었고, 노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확연히 적었으며, 친밀도에 따라 정치적 성향도 달라졌다고 하였다. 행복한 삶의 우선순위는 전적으로 지지해 주는 인간관계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둘째, 회복탄력성은 자기 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일수록 높아진다.
사춘기는 이유 없는 반항과 정신적 혼돈의 시기이기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시기이기 때문에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제임스 마르샤(James Marcia)는 이러한 자아정체성을 ‘정체성 상실’과 ‘정체성 혼미’, ‘정체성 유예’, ‘정체성 성취’로 구분하였는데 청소년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가치나 기대에 의존하여 살아가기 쉽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5세 전후의 어린아이들은 ‘멍청한 녀석’이라고 꾸중을 하면 ‘내가 왜 멍청이야’ 하면서 속상해 하거나 엄마에게 달려가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사춘기는 ‘멍청이’라고 낙인 찍은 것으로 생각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 쏘아붙이는 말투나 반항하는 태도로 멍청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청소년기의 행동을 ‘낙인된 자아정체성(stigma identity)’이라 하는데 ‘꾸중’과 ‘욕설’로 해결하려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체성의 위기나 정체성의 혼미는 올바른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기에 야단치거나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 주고, 믿어주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혼돈의 시기에 믿어주고 기댈 수 있는 부모나 교사가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부모나 친구가 있다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이 살아나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정서적 불안정으로 길을 잃고 헤멜 때 의지하거나 기댈 곳이 없다고 느끼면 ‘정체성의 상실’이 다가오기 쉽다. 정체성의 상실은 삶의 의미나 가치를 깨닫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혼돈과 불안을 야기하게 되어 극단적 선택도 서슴지 않게 되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 친구나 선배들의 관심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셋째, 회복탄력성은 자신의 존재나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2020년에 개봉한 ‘소울(soul)이란 에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인간이 ’태어나기 전의 세상‘이 있는데 이곳에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이 모여 산다. 영혼들은 지구에 가려면 자신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삶의 목적 이른바 불꽃을 찾아야 지구통행증을 발급받아 지구에서 태어날 수 있다. 뉴욕의 음악 선생님인 주인공 ’조‘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태어나기 전의 세상‘에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지구에 가기를 싫어하는 문제아 중의 문제아 ’영혼 22‘를 만난다. ’영혼 22‘는 지구에 가길 싫어하기에 지구에서의 성공적인 삶의 모습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지구로 오게 되어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줄거리를 단순하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인간의 존재 가치는 무엇을 특별히 이루거나 목적있는 삶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태어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살다보면 좋은 일도 많고 어려운 일도 많다. 곤고할 때 생각할 수 있고 형통할 때 기뻐할 수 있다면 복된 삶이다. 삶의 여정에서 우리가 겪는 역경과 어려움도 삶의 모습이고, 고통과 고난도 삶의 한 부분이다. 고난과 고통과 역경이 나를 나 되게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삶의 자세가 성공으로 이끄는 삶이며, 목적있는 삶이다. 삶 자체가 소중하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라고 여기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곧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다. 살아가는 삶 자체가 소중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이 곧 아름다운 삶인 것이다.
미래교육의 참된 가치는 우리 자녀들이 견디기 힘든 여건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교육이 미래라면 교육현장은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부모의 관심 속에서 싹이 트고, 교육현장의 성원 속에 성장하며, 지역과 이웃들의 관계 속에 꽃을 피울 것이다. 우리 미래세대들이 교육현장에서 실패를 경험했을 지라도 실패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이고, 성공으로 향하는 디딤돌이며, 실패 없이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가정과 학교, 나아가 사회에서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도록 깊은 관심을 갖고 교육과정을 만들거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역경과 고난이 오히려 성장의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도록 온 마을과 국가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유대균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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