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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

약선공양간 임영의 TEA ESSAY

덥다 정말 덥다. 이른 장마에 마치 찜 통속에 들어 앉아 있는 것처럼… 찜통 더위란 표현이 딱이다. 누워도 앉아도 땀이 줄줄 흐르고 어질어질 맥이 하나도 없다. 더위를 못 이긴 탓이 아닐까?

어릴 때는 복날이 좋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가마솥에 닭을 잡아 끓여주던 어머니와 그 닭백숙 맛을 어찌 잊으랴. 그래서 복날은 ‘복(福) 받은 날’이라는 뜻인 줄 알고 지냈다. 어른이 돼서야 복날의 의미를 알게 됐다. 엎드릴 복(伏)자 란다. 너무 더우니 가만히 엎드려 쉬라는 뜻인가? 원…. 놀고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바쁜 오늘날의 우리는 고작 휴가 며칠에 더위 속에서 일해야 한다.

아! 게으르고 싶은 여름이여~

기운도 없고 코로나도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데, 그렇다고 뜨거운 불 앞에서 보양식을 끓여대는 것도 싫다. 그래서 게으른 자의 건강법으로 한번 끓여서 2~3일 두고 먹을 수 있는 손 쉬운 약선차를 먹기로 했다.

음식이 곧 약이라고(藥食同源). 기운도 없고 면역력도 키우는 사군자(四君子) 차(茶)를 끓여 보기로 했다.

사군자(四君子)하면 대개 매난국죽(梅蘭菊竹)을 떠올린다. 이 네 가지는 선비들이 즐겨 그리던 소재일 뿐 한방에서 사군자(四君子)는 군자(남자를 높여 부르던 호칭)에게 좋은 네 가지 약재를 넣은 보약탕 이름이다. 그 대표 약재는 인삼(안 맞는 분은 더덕), 창출, 백복령, 감초 4가지에 부재료로 대추나 잣을 첨가해서 먹으면 된다.

흔히 말하는 한약 냄새도 안 나고 씁쓸하면서도 단맛에 은은한 인삼향이 오묘하다. 다만 약이 아니기 때문에 함량에 유의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 과하면 안 먹으니만 못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드시길 바란다.

여름 두 달 먹다보면 더위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낸 대견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을이 오면 건조한 기관지에 좋은 가을 약선차를 또 마시면 된다.

더운 이 여름 아침엔 사군자(四君子) 차(茶)를, 점심엔 에어컨 냉방병에 좋은 시원한 수정과를, 저녁엔 더위에 심신이 지친 나를 위해 연잎차를 마셔보자.

상상만으로도 삶의 격조와 여유를 느끼는 것 같지 않은가? 이 더운 여름 스트레스에 지친 나에게 차 한 잔으로 삶의 여유와 건강을 지키기로 다짐하며…….

오늘도 더위 속으로 파이팅!

인삼(더덕) 1뿌리

창출 3~5g

백복령 3g

감초 5쪽

물 1L

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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