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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32

2023-11-15

신유리는 아들과 커다란 바위 앞에 쓰러진 채로 누워있었다. 굴은 바위로 굳건히 닫혀있어 누가 봐도 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어디선가 컹컹 하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신유리는 꿈결처럼 아스라이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두 마리의 세퍼트가 경찰들과 함께 다가와 있었다.“어이, 여기! 두 사람 찾았어.”그녀는 그 말을 들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엄청난 피곤이 몰려와 도저히 누을 뜰 수가 […]

The Creator

2023-11-15

어제 라는 영화를 보았다. 공상과학 액션 어드벤처다. 며칠 전에 강동원 영화 보러 갔다가 영화 상영 전에 틀어주는 트레일러를 보고 마음을 훅! 뺏겼다. 기억력이 나쁘기 때문에 까먹기 전에 적어 두어야겠다. 인간과 인공지능 세력 사이의 미래 전쟁을 배경으로 한 대서사 과학 액션 스릴러이다. 아내(젬마 찬, ‘이터널스’)의 실종을 슬퍼하는 굳은 전직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 ‘테넷’)는 전쟁을 […]

우리

2023-11-15

나와 우리라는 것을 사실상 구별해서 써야 할 경우가 있다.평원에서 농사를 짓는 농경민족의 나와 기마 유목민족의 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유목민족의 경우 계절 따라 초지를 이동한다. 가축을 먹일 물과 먹이를 찾아서 이동한다. 즉 초지나 강이나 산이나 모두가 공유된 재산인데 반면에 농경민족은 농경지에 자신이 울타리를 치면 자기 것이 된다.우리들은 기마 유목 민족의 뿌리를 주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습관에도 […]

알 29

2023-08-14

75 연못태양이가 저승사자의 손에서 빠져나온 일은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저승사자들 앞에서 터벅터벅 잘 걸어가고 있던 아이가 잠시 멈칫 하더니, 무슨 소리라도 들었는지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갑자기 미친 듯이 뛰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신유리도 아이를 따라 정신없이 뛰었다. 그들을 뒤따라오던 처사들은 숲속 어디 쯤 들어서자 무슨 이유에선지 더 이상 뒤를 쫒지 않았다.“왜 그랬던 거야?”“할머니가 빨리 오라고 막 […]

네잎클로버, 상처의 기억,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잎과 꽃

2023-08-13

잎새 네잎!사람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안겨 주기도 한다. 길거리에 흔히 군집을 이루는 토끼풀에서 행운을 찾다니- 인간은 참 심심한가 보다. 아무데나 이미지를 가미하고 행운을 찾다니 토끼풀꽃보다도 잎새가 주는 의미가 더 크다. 잎새 4장이 주는 자극은 더 크다. 하필이면 사람들의 무자비한 발자국이 넘나드는 길거리까지 걸어 나왔나?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차이고 상처가 난 토끼풀들의 반란인가?4개의 잎을 매달고 지나다니는 사람의 눈에 […]

고통 없는 자는문학‧예술의 언저리를넘지 못한다?

2023-08-13

둘째딸은 맹목적으로 이름도 없는 시인 아빠가 위대한 시인이라고 마냥 믿는 모양이다. 그런 자존감으로써 자신의 자존을 지탱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그냥 입바름인가. 어쨌든 아빠는 제대로 시적 결구를 갖추지도 못하고 또 현실문단의 처세술에 편승도 못하는 결벽성만 갖고 있는, 마냥 글자만 긁적이는 시인나부랑이다.아빠의 생일이라고 가족이 함께 생일여행을 떠났다. 난데없이 치악산의 구룡사로 지목을 했다 엊그제 백일을 지난 […]

사랑

2023-08-13

탈탈탈 털지 않으면떨어질 일 없는풋과육들어디에다 질문을 해야 하나요?꼬챙이로 후려치지도 않았는데돌멩이를 던져 넣지도 않았는데먹지도 못할 풋밤을 왜 벌써 흔들었는지를?무르익기는커녕, 제대로 영글지도 못했는걸!아무짝에게도 쓸모없는 노릇을어쩌자고 밤나무는 저렇게 풋것을 떨구었는가.그 이유를 말해보라 <고모리 저수지를 걷다가>

질주

2023-08-12

말 잔등에 채찍이 휘감긴다.초원은 무성한 풀숲 쪽으로기울어진다.말발굽에 뜯겨 흩날리는 이파리들달리는 말의 자세가 지극히 기울어져서허공으로 치솟는다.삼지창을 휘두르는 용사의 몸도 함께기울어진다.한 몸이 된다.흩날리는 말 갈퀴가놀빛에 젖는다. 시 정노천(시인)

궁(弓)

2023-08-12

양쪽 끝에서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실린다어떤 세력일까하늘이 주는 힘팽팽히 끌어당기는 힘이라면 시위라도 실릴 것인데나름대로 각 잡고 꺾인 힘으로 살을 날리는 만작일 텐데에구머니, 무자비하게 끌어당기는 맹목탄성을 벗어나버리면 날카로운 살도 팽팽한 시위도사라지고 축 늘어져버린 저 몰골무엇에 쓸까제대로 폼 잡고 있을 때,최대의 목적을 향한 힘이 실리는데무작정 끌어당기면파괴밖에 더 있는가팽팽히 당기는 힘은 시위이고팽 놓으면 정확하게 살을 날려 보내야 하는데활을 […]

쩡

2023-01-28

겨우내 꽝꽝 망치질에 머리를 들 수가 없다 깡깡 얼려서 생명을 땅 속에 가둬버렸다 한철 흩어진 생명을 끌어모아 머리를 치받고 올린다 쩡- 언땅이 벌어지며 초록을 내뱉는 소리 세상은 다시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시 정노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