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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23

2023-01-28

57 “우와! 드디어 찾았어.” 태양이이 시커먼 돌같이 생긴 알을 들고 소리쳤다. 산꼭대기에서 떨어뜨린 알이 어찌된 셈인지 산 아래까지 굴러와 있었다. 아무리 알같이 생겼다고 해도 겨우 타조 알만한 시커먼 돌덩이와 같았다. 그런 것을 산 속에서 일부러 찾으려면 산을 다 뒤지고 다녀도 결코 눈에 띄지 않을 텐데, 너무도 우연히 그것을 밟게 되니 우연이 우연 같지가 않고 의도 […]

요하(遼河)

2023-01-28

멀고도 먼 길 요하 가는 길가도 가도 끝을 잡을 수 없는 길우리 가는 길이 요하가 아닌가!그야말로 요원한 그 강우리가 흘러가는 여정 속에 있다는 것가도 가도 멀어지는 요하지상의 숨결로는 다다를 수 없는 우주오늘도 부지런히 가자 컷·글 | 지묵(之墨)

알 22

2023-01-09

54 소지를 태운 재는 눈이 되어 여전히 사방 온천지로 하얗게 흩날리고 있었다. 마치 요정들이 하늘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며 허공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은 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 큰 돌 산 어디에서 마고 알을 찾아.” 그들은 일단 산을 내려갔다. 조금 내려가니 올라올 때 굴에서 나왔던 둥글게 움이 패인 웅덩이가 나왔다. 그들이 굴로 […]

하늘이 열리다

2023-01-06

용의 나라 백성들이천문 지리에 눈 밝은 까닭은산속 동굴로 들어가 수행하기 때문이다.가장 높고 밝은 산에 올라하늘음악을 연주하는 해와 달과 별의 운행을 살핀다.우주의 법칙을 어산금에 담는다.황도길을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휘몰아치는운룡의 발자취가 하도와 낙서. 수의 전부이다.이 지상에 생명수를 뿌리고, 에너지자장을무궁무진 일으키는 은하계.광대무변한 흑암의 우주속에서도용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고 용선의 향방에 촉을 세운다.용왕님이 계신 곳.바다는 거기였다.자라등에 업힌 지구가 꿈틀거릴 때마다광년의 […]

새로운 것은

2023-01-03

새해는 새것이라서 생생하고 생기가 돌지만헌 것은 헐은 것이라 헐겁기만 해서 삐거덕거린다.매년 한해가 이렇게 마무리되고 시작 되는가상처가 뛰어다니는 거리세밑의 사거리에서 지친 발자국 소리를 낚아채는구세군의 요령소리단단히 한해의 상처와 결핍을.모두 구제하고 위무하는가?따뜻한 손길들이 가득 차는 냄비올 한해 치의 상처를 어루만지면더 이상은 아프지 않을까내년 이맘때면 또 구세군의 요령소리울리지 않을까?결국 올해의 냄비는 채우지만해마다 덧나는 상처이 지상의 삐걱거리는 소리에새해의 희망을 꽁꽁 […]

원방각

2023-01-02

부처가 불상으로 나투듯이, 하나님이 십자가(十)로 형상되듯이천방각 이렇게 형체가 지어질 때 각자 개별적인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이것이 천부경에서 발현하는 3수분화가 아닐까?다시 무(無)로 돌아가면 우리 모두의 생명과 유기적인 관계는 될지언정개별적인 삶의 관계에서는 흐려질 것이다 컷·글 | 정우제

청파 여적

2022-12-01

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내어 님 계신데 보내고저 님 보신 후에야 녹아디다 -송강 정철 시‘ 한민족정신문화연구원 원장 (靑坡) 金泳植 • 한민족서화가협회 초대회장 역임, 고문 • 춘천고조선유적지보전협의회 공동회장 • 한국서화작가협회 상임부회장 • 해동청문학회 대표 • 청파현대서예연구원 원장

얼씨구 절씨고

2022-12-01

남정네여 활을 쏘아요 얼씨구 절씨구 만작으로 팽팽히 시위 겨뤄 화살도 제대로 싣지 못하다냐 사내구실도 비루먹나 제대로 과녁을 팍팍 뚫어야지 가다말거나 피시시 죽고 말다니요 엉뚱한 데로 핑핑 날아가면 무슨 맛이 날라나 가시네야 피 뜨거운 가시네여 절구통에 인절미 떡메라도 치려나 절구공이 들었다 내려치는 그 힘에 끼잉낑 수캐가 놀라서 도망가네 마고할매 들고 가다가 떨궈놓은 바위도 부수겠네 얼씨구 저절시구 […]

알 21

2022-12-01

51 한 개의 문을 열었다. 방안은 안개가 자욱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안개가 걷히고 푸른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봄날처럼 새와 벌 나비가 날아다니고 향긋한 향이 공기 중으로 흘러 다니는 것 같았다. 나무 위에 공작 같은 새가 두 마리가 앉아있었다. 새들이 신유리 일행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크게 깍_하고 울더니 커다란 날개와 꼬리를 펼지고는 퍼덕이더니 […]

갇혀 있는 자들의 슬픔

2022-12-01

이 지상으로는 새로운 시간은 오지 않겠지이미 유익한 시간은 텅텅 다 써 버렸으니까세월은 벌써 이만큼 흘렀다시간은 시계 속에 갇혀 있는 것일까?우리는 시간을 말할 때마다항시 시계를 들여다본다불신도들이 부처를 보지 못하고 불상만 보듯이구름 너머로 무한히 떠도는 시간은 보지 못하는가 봐 컷·글 |정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