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서 ‘지까지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의 근원이 궁금할 때는 옛말이나 어원을 찾아 그 뜻을 알아본다. 그러면 그 옛말이나 어원을 이루는 말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러나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문헌이나 참고할 자료가 없다.
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를 굳이 추측해 보면 옛 사람들이 그냥, 어쩌다 쓰던 말들이 다른 사람들이 따라하게 되고 그 말들이 점점 많아져서 말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는 그냥, 어쩌다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우리말의 홀소리에서 ‘아’는 ‘어’보다 작은 뜻을 나타내고 ‘오’는 ‘우’보다 작은 뜻을 나타낸다. 특히 의성어 의태어에서 잘 나타나있다. 만약 말이 그냥 어쩌다 무턱대고 만들어졌다면 ‘아’가 ‘어’보다 큰 뜻을 나타내는 말도 있고 ‘오’가 ‘우’보다 큰 뜻을 나타내는 말도 있어 뒤죽박죽됐을 텐데 우리말에서는 예외가 없다. 우리말에서 ‘아’는 사물이나 생물의 작은 상태를 나타내는데 쓰였다. 강아지, 송아지, 병아리, 항아리, 씨앗, 알, 아기, 아이 따위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아’는 작은 상태의 사물 또는 어떤 생물이 성장하기 이전 처음 상태의 사물이라는 뜻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어’는 큰 상태의 사물 또는 성장한 상태의 사물이라는 뜻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물이나 생물이 커지거나 성장하려면 다른 사물이나 물질을 흡수하거나 합하여 져야한다. ‘어’는 사물이나 생물이 다른 사물이나 물질을 흡수하거나 합해지는 상태 또는 합해진 상태의 뜻을 생각해볼 수 있다.
몇 몇 낱말의 뜻으로 낱소리의 뜻을 판단할 수는 없다. 낱소리의 뜻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그 낱소리가 쓰이는 모든 우리말의 낱말에서 그 뜻을 찾아봐야 한다. ‘아’의 뜻을 찾으려면 ‘아’가 쓰여 지는 순우리말을 모두 모아 ‘아’가 나티내는 공통의 뜻이 있는지 찾아보고 공통의 뜻이 있다면 그 뜻이 낱소리 ‘아’의 뜻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우리말의 홀소리와 닿소리의 뜻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말 낱소리의 뜻을 찾으려면 말이 시작됐을 그 때의 옛말에서 그 뜻을 찾아야 한다. 말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집대성할 때의 말만 하더라도 다른 나라말처럼 알아보기 어려운데 수천 년일지 수 만년일지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옛말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말에는 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흔적을 알 수 있는 말들이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순우리말에는 처음의 옛말이 변함없이 그대로 쓰이는 말도 있을 것이며 부분적으로 변하여 그 흔적만 남아있는 말도 있을 것이다. 순우리말이 처음의 옛말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세종이 훈민정음을 정리할 때의 옛말이 오늘날의 말로 변하는 과정에서 우리말 변화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우리말의 처음의 옛말은 알 수 없지만 오늘날 쓰고 있는 순우리말과 세종 때부터 내려온 옛말을 참고로 하여 우리말의 홀소리와 닿소리의 뜻을 살펴보고 그 뜻으로 닿소리와 홀소리가 합쳐진 낱소리의 뜻을 살펴보고 그 낱소리의 뜻으로 낱말의 뜻을 살펴보려 한다.
조
조는 자의 오 상태이다. 오는 사물의 핵심 부분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조는 사물의 핵심부분이 붙어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사물의 핵심부분이 붙게 되면 크기가 작아진다. 그리고 붙어있는 힘이 세고 쉽게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➀ 조는 사물의 작은 상태 또는 작아지는 상태를 나타낸다.
조각, 조그맣다, 조금, 조것, 조기, 조르다, 조바심, 조아리다, 조이 다, 조촐하다, 좀처럼, 좁다, 쪼개다, 쪽
➁ 조는 사물의 속 물질이 서로 붙어 밀착한 상태를 나타낸다.
졸이다, 촉촉하다, 촘촘하다
➂ 조는 사물을 이루는 물질이 강하게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상태 를 나타낸다.
존득하다, 존존하다, 쫄깃하다
➃ 조는 사물의 물질이 서로 붙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조용하다
➄ 조는 사물의 물질이 서로 붙을 때 물질과 물질 사이의 다가 밀려 나가 다가 적어진 상태를 나타낸다.
초라하다, 조촐하다
주
주는 자의 우상태이다. 주는 사물을 이루는 물질 전체가 완전하게 자를 이루어 합쳐진 상태 또는 자가 여러번 이루어진 상태를 나타낸다. 사물의 물질전체가 붙어있게 되면 물질과 물질사이의 공간은 없어지고 그 공간에 들어있던 다는 모두 밖으로 밀려나게 되어 다가 적어지거나 없는 상태가 되고 전체가 붙어 하나의 덩어리로 된 사물이 되고 힘이 센 상태가 된다.
➀ 주는 사물에서 다가 빠져나가 다가 적거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주리다, 주름, 주저앉다, 주저하다, 주제, 죽, 죽다, 줄다, 쭈거리다, 쭉정이, 출출하다, 춥다
➁ 주는 사물이 여러번 자를 이루어 하나의 사물이 된 상태를 나타낸 다.
주렁주렁, 줄, 줄기
➂ 주는 사물을 이루는 물질 전체가 합쳐져 물질의 움직임이 적어지 거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주머니, 주먹, 주무르다, 죽치다, 줍다, 쥐다
➃ 주는 사물의 물질전체가 완전하게 합쳐지면 하나의 덩어리로 되어 강하고 힘이 센 상태가 된다.
추근대다, 추다, 추스르다, 추어내다, 춤
즈
즈는 자의 으 상태다. 사물이나 물질이 붙거나 결합할 때는 붙거나 결합하는 힘이 있다. 즈는 붙는 힘이 전체를 붙게 하고 남는 상태를 나타낸다.
즈 상태가 되면 물질과 물질사이의 다는 모두 밀려나게 되고 물질속의 다는 서로 함께 쓰는 상태가 된다. 즈 상태의 사물에 외부의 힘이 가해지면 끊어지거나 떨어지지 않고 늘어나게 된다.
사물의 다는 물질과 물질사이의 다와 물질 속의 다를 구별하여 보아야한다. 옛말에는 첫소리에 즈가 쓰이는 낱말이 더러 있었으나 요즈음 우리말에는 주나 지로 변화하여 쓰이고 있다.
➀ 즈는 사물 속에 힘이 되는 물질이 남을 정도로 많은 상태를 나타 낸다.
즐겁다.
➁ 즈는 사물의 물질속의 힘이 남을 정도로 많아 사물이 늘어나는 상 태를 나타낸다.
즈음, <옛>즐다(질다), <옛>즐펀하다(질펀하다)
➂ 즈는 힘이 남는 상태이므로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
<옛>즛(짓), <옛>즞다(짖다)
➃ 즈는 사물을 이루는 물질과 물질사이의 다가 모두 빠져나간 상태 를 나타낸다.
<옛>즈즐하다(지질하다), <옛>즐히다(지리다), <옛>즛의(찌꺼기)
지
지는 자의 이 상태이다. 지 상태는 사물이나 물질이 완전히 합쳐져 고정된 상태다. 완전한 합쳐지면 물질과 물질사이의 다는 모두 빠져나가고 물질 속의 다는 물질을 결합하는 힘이 되어 하나의 몸으로 된 사물이 되고 결합된 물질은 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상태가 되면 완전한 결합이 이루어져 단단한 상태가 되고 외부의 힘에 의하여 분리되거나 늘어나지 않는 고정된 상태가 된다.
➀ 지는 다가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지다, 지치다
➁ 지는 사물에 다가 없어 다 측면에서는 쓸모없는 사물이나 물질이 된 상태를 나타낸다.
지게미, 찌꺼기
➂ 지는 사물을 이루는 물질이 완전히 합쳐져 하나의 몸처럼 되고 움직 임이나 변화가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지겹다, 지나다, 지내다, 지루하다, 지새다, 지니다, 지우다, 짐, 짊어 지다, 집, 집다, 찌들다
➃ 지는 사물을 이루는 물질들이 완전히 합쳐져 단단하고 강한 상태 가 된다.
짓누르다, 짓밟다, 찍다, 치다, 치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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