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라떼는 생강라떼지!

어릴 적 여름. 내 시절의 기억은 조그만 선풍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돌아가는 선풍기 따라 얼굴을 돌리던 추억이다. 그 바람은 왜 그리 더운지….그나마 선풍기 앞자리는 어르신 아이들 순서에 밀려 젊은이들은 냇가나 큰 나무 그늘 밑에서 부채에 의존하는 게 전부였다.더위 먹었다는 소릴 자주 듣곤 했는데, 더위를 어떻게 먹는다는 말인가? 하고 이해되지 않는 어린 시절이 있었다. 더위란 너무 덥다고 차가운 것을 너무 먹으면 배탈이 나는데 이것을 두고 더위 먹었다고 말했다. 소화가 안 되고 배도 싸르르 아프고 푸른 변을 보면 즉 장을 너무

여름 소나기 맛, 오이 쥬스

6월이 들어서기도 전에 모내기를 하느라고 분주하다.농번기의 시골은 텅텅 빈 집에 시내에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다. 가뜩이나 시골에 인구도 없는데 그나마 들로 논으로 나가고 나면 동네는 한산하니 조용하다.지구 온난화, 이상기후 이런 말들이 시끄럽게 오가더니 계절이 오는 건지 가는 건지 모호하다. 모든 것이 빨라졌다.어릴 적 이맘때쯤이면 뒤뜰에 딸기가 올망졸망 열리기 시작하고, 앞마당의 청포도 나무에 깨알만한 포도가 맺히기 시작했었다.갑자기 더워진 초여름 날씨에 나른해져 어릴 적 옛 생각에 졸고 있는데, 옆 동네 딸기밭 주인아저씨가 이제 딸기도 끝물이라며 한 소쿠리 소담스레 갖다 주신다.‘아니, 벌써요?’ 하고 놀랐다.노지

약선 산후(産後)음식 – 산모에게 좋은 5月 쑥 이야기

4월의 꽃 잔치가 끝나고 나면 5월은 신록(新綠)의 계절이다. 산과 들을 바라보노라면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新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새순은 연녹색으로, 먼저 나온 잎은 짙은 초록색으로 녹색의 꽃처럼 무리지어 있는 산은 참으로 꽃보다 아름답다. 여분의 공터도 아낄세라 알뜰히 지은 상가 뒤편으로 손바닥만 한 뒤뜰에 서로 다투어 이름 모를 풀도 나고 풀꽃도 피기도 하고…그런데 유독 새파랗게 쑥 올라와 있는 녹색을 보니 어느새 쑥이 화단의 반을 점령해 있다. 그 싱그러움이 좋아서 차라리 쑥밭을 만들어 버리기로 하고 잡초 제거를 포기해 버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 쑥을 어떻게

약선 산후(産後)음식 – 4月의 샐러드

봄에 태어난 아기는 새싹과 더불어 크는 것 같다. 싹이 돋았나 싶으면 어느 새 삐죽삐죽 올라와 있다. 흙바닥을 비집고 올라와 겨우 고개만 내민 싹을 보면 신생아 얼굴이 떠오른다.하루씩 하루씩 통통해지는 새싹과 신생아 얼굴은 닮아있다. 언제나 땅에서 올라올까 싶지 않아서 ‘아이구, 땅에 붙어 있네…‘ 한숨 쉬고 돌아서서 조심스레 물 주고 보면 조금은 큰 것 같기도 하구… 신생아도 마찬가지다. 젖 주고 나면 얼굴이 금세 통통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옛 말에 애기 엄마는 하루에 세 번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 있다. 매일 같이 들여다

약선 산후(産後)음식 – 사무치게 그리운 매운맛

산후 조리중 가장 그리운 것은 단연 매운 맛이다. 그리고 차가운 곳, 딱딱한 것 등등…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산모에게 절대 금지 식품이니 어찌할꼬?산후음식과 산후조리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 안 하는 산모 중에는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다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었다는 일화도 있다.나이 오십이 되어 이가 시리고 관절이 시큰거리게 되면 후회할 것을…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얘기, 여자들이 모이면 출산, 산후에 서운한 얘기라고 한다. 그 만큼 해도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일화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처음 출산 후 일주일은 미열이 있기도 하고 너무 덥게

약선 산후(産後)음식 – 죽은 낙엽도 살려내는 정월 보름 나물

채식 민족과 나물요리한식요리를 하다 보면 우리 민족이 채식 민족이라는 걸 느낀다. 육식 요리의 가짓수는 단순하지만 채식의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이다.세상이 글로벌화되고, 지구도 좁다는 생각이 드는 세상에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주변에 외국인도 많고 한국 음식도 많이 알려졌지만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음식하면 딱히 이거다 하고 얘기하기는 좀 난처하다.김치, 불고기, 잡채 …….정말 그것 뿐일까?한국인의 참 정서와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나물>이라고 생각한다.젊은 층 사이에서는 샐러드가 대세이긴 하지만 번거로움 때문이지 한국인의 입맛에는 샐러드보다는 역시 나물이다. 또한 맵콤하고 개운한 겉절이가 더 입맛에 맞는다. 산모의 변비

약선 산후(産後)음식 – 겨울밤에 먹는 죽 이야기

바깥 출입을 못하는 산모들은 삼 일만 지나면 하루가 길고 지루해진다. 하물며 긴긴 겨울밤은 더욱 길게 느껴져 한숨 자고 나니 ‘아직도 밤이네’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황진이는 동지(冬至)달 긴긴 밤을 베어 내어 두었다가 님 오신 밤이 더 길도록 굽이 굽이 펴 놓으라고 읊었지만 출산한 산모는 밤이 길기만 하다.내일은 이 여린 아기가 얼마나 클까? 그 신비한 기다림 속에 하루가 길기만 하다. 이 긴 기다림 속에 그래도 시간을 잊게 해주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다. 세 끼 식사에 중간중간 나오는 새참과 간식이다.그중 겨울 새참으로는 팥죽과 떡잡채나

약선 산후(産後)음식 – 약선(藥膳) 백김치

산후 조리 음식은 왜 특별해야 하는가?옛말에 엄마는 새 생명을 낳고 껍데기만 남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산모(産母)의 몸은 약할 대로 약해져 지쳐 있다는 뜻이다. 모진 산고(産苦)로 인하여 모든 장기는 약해져 있고 특히 모든 관절이 물러났다가 제 자리로 돌아오는 기간이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한다.의사가 권하는 산후 조리기간은 최소 3개월로 잡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기까지 몸의 기능은 새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키우는데 1순위로 모든 신체 작용이 변화한다고 한다.내 몸을 지키기보다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한 몸으로 세팅된다는 얘기다.임신해서 섭생(攝生)이 중요한

약선 산후(産後)음식 – 갈치 미역국

남자들이 대체적으로 싫어하는 음식이 있는데 미역국과 팥죽이다. 주변의 호감도 비율을 보면 남자의 90%가 싫어한다. 우리 집 남자의 비율은 3:1인데 남자 세 명이 모두 싫어한다. 어쩌다 시원한 미역국이 생각나서 슬그머니 끓여서 내 놓으면 오늘 누구 생일이야? 하면서 잊어버린 누구의 생일일까? 하고 유추하는데 바쁘다.왜 싫어할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국인에겐 미역국은 아이 낳고 산후조리에나 먹는 음식이라는 개념이 깊은 것 같다. 그래서 생일이나 기념을 위해서 먹는 여자들만의 음식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 같다. 여자들도 미역국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갈린다. 반은 출산 후 먹던 맛있는 미역국의 추억에

8월의 도시락,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지루한 장마도 끝나고 나면 어느 덧 8월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다.옛 어른들은 머리가 데일 것 같다는 표현으로 뜨거운 태양을 탓하기도 했다.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온천 스파(SPA)나 가보자고 집을 나섰다. 윤봉길 사당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길을 나서니 어느 새 피었는지 선홍 빛 무궁화 꽃이 줄지어 반기고 있다. 요즘 보기 드문 꽃인지라 반가움에 왠 무궁화가 이렇게 많이? 하고 들러보니 윤봉길 사당과 생가터 가는 길이었다.‘아하~’ 그래서 무궁화가…무궁화가 국화(國花)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잊혀져 가는 꽃이다. 지루한 장마를 이겨내고 데어 죽을 것 같은 폭염 속에서도 꽃을 피워 내어 있는 무궁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