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리

우주에 떠다니는 입자끼리 부딪힌다삐지직빚살이 우주를 밝히는 순간소리가 온 우주를 울린다마주치는그 빛의 아버지그 소리의 어머니생명은 탄생한다빚의 아들이여소리의 딸들이여이 지구에서 만나자하늘의 뜻이 이 푸른별에서이뤼지리니 정노천(시인)

우국지정

언제 네가 역사에 대해서언제 네가 나라에 대해서걱정해 봤느냐배가 처불러서제 허리끈을 풀고거나한 배를 두들겼다지거리의 사람들을 위해서허리띠를 졸라맨 적이 있더냐그저 제 욕심에똥배만 불리고 디룩디룩 살만 쪄서안으로만 싸우고 부글부글 끓어 넘치지외부를 향해 우국의 촉수를 세워보았느냐역사는 말했지모두 내부의 적들에 의해 나라가 무너졌다지바깥에서 누가 우리를 지켜주었든가내부의 적들만 찾고 싸우느라부글부글 끓고 있는데바깥에서 음흉한 웃음 치며지켜만 보고 있는 전술인데우리끼리 편 나눠 싸우고 있으니누구의 어부지리 되는가우리의 적은 내부의 적만 있는가외부와는 싸울 지사는 없는가?

번쩍 우르르 쾅쾅

너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시대라고 계속 얼버무려라시대를 깔아 뭉개고 얼마나 가려나나는 시대를 깔고 온 역사를 말하리라엄연히 있었던 고조선과 구리와 12한국이라고 꼭꼭 집어서 말할테니깐대륙을 누볐던 우리네 선조들이 세운 구리와 조선이 싫은 건가후손으로서 수치스러운 건가단군까지 신화로 만들어 놓은 일제 식민사관을 아직도 그대로 따르는 건가자신이 세운 학문적 토대가 와르르 무너지니까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 그런 건가아직도 단군이 다스린 조선이 신화라고 뻥을 치는가대륙에는 순이 우가 인간세상이 버젓이 있고이집트엔 피라밋을 세운 문명들이 가득한데여기는 쑥 마늘 먹는 신화고 신의 땅인가그럼 우리의 씨종자는 누구이고어디서 흘러온 인종인가민족의 역사를 알면서도 비튼 죄악을 언제까지

텃밭론

사람아 사람아바위산으로 도망치지 말고마을 가까이서 텃밭을 일구고이랑에 좋은 씨앗을 뿌려보라식물의 싹을 틔워보라물주고 풀매고땅심을 움켜잡은 실한 뿌리꽃 피우고 열매 맺고어긋남이 있던가?자연의 리듬을 무시하고거짓으로 키운다고식물이 잘 자라겠는가.콩 심은 데 콩나고팥 심은 데 팥난다어린 날엔 고역이라 도망쳤지만흰머리 성성한 나이에비 오고 서리 내리는 시절을 알았을 텐데식물을 속이는 건 자신을 속이는 것더 많은 거짓을 무기삼아 요망을 부려대니꽃은 피지만 열매가 없는 가을걷이폐농이 된 고랑에서 튀어나온잔돌을 차면서 울게 될 날도멀지 않았으리. 정노천(시인)

사랑

조용한 저 가슴에서 일렁이는 불꽃마그마가 이글거릴 줄이야터져오르는 화산의 연기를 제치는 저 불꽃을 좀 보아활활 타오르는 불길얇디얇은 피부막으로가는 갈빗대로 마냥 가둬놓을 수 없는 분출박차고 나오는 저 힘을 보라허접한 창살로 다소곳이 가둬둘 수는 없을 거야아마태양은 우주의 어둠을 찢고데우면서 이글거리는데저 차디찬 가슴에죄수처럼 감금해 놓을 수야 없지언도를 때려 마냥 억누를 수야 없을 거야그 여린 가슴을 순식간에 태우고 말거야온몸이 이글이글 불의 화신이 되어송두리째 태우고 말거야온 생을 태우고 말거야일시에 불길을 터뜨리며 폭발하고 말거야

태양이 손을 놓지 않게

우주라는 허공에 둥둥 띄워놓은푸른 별 하나무한한 무중력 속에 둥실둥실 저 혼자 떠돌고또 태양의 빛을 붙들고 돌고 있는돌덩어리 하나 지구별이글거리는 태양의 불꽃이 살아있는 동안이라도잘 매달려서 생명의 꽃밭을 가꾸기를!훅ㅡ궤도를 벗어난다면어느 우주의 뒤꼍 어둠속으로 내동댕이치거나타버리거나어느 운석에 부딪혀서 소멸 돼 버릴지도지금 지구가 마냥 아프다는데아무도 그 신음을 귀 기울여 들어주지도 않고 있나보다저쪽에서는쿵쿵 나날이 증폭된 불꽃놀이를 수없이 해되고이쪽에선그저 한방에 부셔버리자는광폭한 장난감만 생산하고 있으니저 혼자만 이 별에 사는 생명체인가귀중한 지구를 두들기며욕망을 다 채우려는 건가이 별의 주인도 아니면서제 것만 챙기려하는 건가그 욕망이 다 차도록 이 별이 견뎌줄까?그 무한한

질주

말 잔등에 채찍이 휘감긴다.초원은 무성한 풀숲 쪽으로기울어진다.말발굽에 뜯겨 흩날리는 이파리들달리는 말의 자세가 지극히 기울어져서허공으로 치솟는다.삼지창을 휘두르는 용사의 몸도 함께기울어진다.한 몸이 된다.흩날리는 말 갈퀴가놀빛에 젖는다. 시 정노천(시인)

겨우내 꽝꽝 망치질에 머리를 들 수가 없다 깡깡 얼려서 생명을 땅 속에 가둬버렸다 한철 흩어진 생명을 끌어모아 머리를 치받고 올린다 쩡- 언땅이 벌어지며 초록을 내뱉는 소리 세상은 다시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시 정노천(시인)

새로운 것은

새해는 새것이라서 생생하고 생기가 돌지만헌 것은 헐은 것이라 헐겁기만 해서 삐거덕거린다.매년 한해가 이렇게 마무리되고 시작 되는가상처가 뛰어다니는 거리세밑의 사거리에서 지친 발자국 소리를 낚아채는구세군의 요령소리단단히 한해의 상처와 결핍을.모두 구제하고 위무하는가?따뜻한 손길들이 가득 차는 냄비올 한해 치의 상처를 어루만지면더 이상은 아프지 않을까내년 이맘때면 또 구세군의 요령소리울리지 않을까?결국 올해의 냄비는 채우지만해마다 덧나는 상처이 지상의 삐걱거리는 소리에새해의 희망을 꽁꽁 묻어두고 있을 뿐 시 정노천(시인)

얼씨구 절씨고

남정네여 활을 쏘아요 얼씨구 절씨구 만작으로 팽팽히 시위 겨뤄 화살도 제대로 싣지 못하다냐 사내구실도 비루먹나 제대로 과녁을 팍팍 뚫어야지 가다말거나 피시시 죽고 말다니요 엉뚱한 데로 핑핑 날아가면 무슨 맛이 날라나 가시네야 피 뜨거운 가시네여 절구통에 인절미 떡메라도 치려나 절구공이 들었다 내려치는 그 힘에 끼잉낑 수캐가 놀라서 도망가네 마고할매 들고 가다가 떨궈놓은 바위도 부수겠네 얼씨구 저절시구 흥겹게 한마음 한뜻이 돼야 뱅글뱅글 세상이 잘 돌아간다네 뜨거운 한 몸이 되어 보세 정노천(시인)